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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 이야기] 개고기
20-06-24 10:16

한 고조 유방은 젊은 시절에는 강소성 패현의 건달이었다. 싸움박질이나 일삼으면서 패거리들을 몰고 다녔다. 그를 따르는 무리 중에 번쾌가 있었다. 한나라의 무양후에 책봉되었으며, 사후에는 무후라는 시호를 하사 받은 인물이다.
개도 양이나 돼지처럼 일반적인 식용으로 쓰이던 시절이라 번쾌는 개를 도살하고 개고기를 파는 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유방을 따르는 친구들이 거의 날건달이었던 비해 번쾌는 그 중 거의 유일하게 직업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유방을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장이었는데, 체구도 거인이었다고 한다. 유방은 항상 번쾌를 찾아가서 돈도 내지 않고 개고기를 먹곤 했다. 친구 덕에 개고기를 많이 먹은 덕인지 유방도 체력이 좋아졌다. 보약처럼 영양가가 높은 개고기를 상식한 게 천하를 얻는 데 있어서 확실한 기초체력이 된 것이다.
하루는 유방이 번쾌의 가게에서 개고기를 한바탕 먹고,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번쾌는 돈을 안 내는 걸 견딜 수 없었는지 쫓아가 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유방은 놀리듯이 성큼성큼 도망갔고, 번쾌는 뒤를 쫓아 달려갔다. 달리다 보니 조각배 한 척 없는 강에 다다르게 되었다. 어디선가 큰 거북이가 나타나 유방을 태우고 강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번쾌는 속이 끓었지만 거북이까지 그를 도와주는 걸 보면 큰일을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던 모양이다. 강 건너에서 번쾌를 쳐다보면 식욕이 왕성한 유방은 강을 건네준 거북이까지 잡아먹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개고기로 체력을 보강한 유방은 한신, 장량, 소하의 도움을 받으며 항우를 무찌르고 한을 건국했다. 역사상 최초의 평민 황제가 된 것이다.
“개고기를 계속 끓이면 중도 제대로 앉을 수 없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개고기 냄새가 얼마나 유혹적이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브리지트 바르도가 이 영웅담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화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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