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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잘 먹으면 약이 된다
20-07-20 10:24

'술을 적당량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얘기가 의학계에서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알콜을 매일 소량 마시면 혈중 콜레스테롤 성분에 영향을 미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인데.....

날씨가 쌀쌀해지고 옷깃에 바람이 스며들면 생각나는 술 한 잔,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각나는 술 한잔, 기쁜 일이 있어 축하해 주고 싶을 때도 생각나는 술 한잔. 슬프거나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도 생각나는 술 한잔.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술을 마신다. 한편 술을 마시고 취해 비틀 거리는 사람을 알콜중독자로 취급한다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 나라는 술을 마시는 사람에 대해서 무척 관대하다.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이 나올 정도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지 술을 끊거나 줄여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 비하여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술도 잘 먹으면 약'이라는 주장을 당당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감기에 걸린 사람들에게 '술 먹으면 낫는다'는 애기를 하며 술을 권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간질환과 같이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질환을 가진 사람들조차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간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도 가진 사람이다.

요즘 들어 '술을 적당량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애기가 의학계에서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얘기의 근거는 알콜을 매일 소량(약 30ml) 마시면 그것이 혈중 콜레스테롤 성분에 영향을 미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들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소량의 술은 매일 마셔도 좋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우선 소량의 술만을 마시는 것이 쉽고 가능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자. 집안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다 보면 한잔이 두잔이 되고, 두잔이 세잔이 되고, 점차 잔 수가 늘어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다량의 음주를 하기 쉽다. 관상동맥질환에 좋은 것은 소량의 알콜이지 양이 늘면 혈압치를 높여 오히려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미국이나 서양에서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는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술을 마시면 더 나빠지는 뇌혈관질환(중풍)이나 간질환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다. 게다가 큰 사회적 문제로 되어 있는 교통사고도 많은 경우 술과 관련되어 있다.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방법은 사실 술이 아니다. 더군다나 관상동맥질환을 술로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 질환에 대해서는 더 중요하고 효과 있는 치료와 예방법이 잘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혈압조절을 열심히 하고, 뚱뚱한 사람은 체중조절을 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훨씬 더 효과가 좋고 유익한 방법이다.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소량의 음주만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나 알콜중독자들을 오래 관찰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술이 일으킬 수 있는 병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술은 간질환은 물론 암이나 뇌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도 증가시키고, 췌장염을 일으킨다. 게다가 영양결핍을 가져와서 신체기능에 장애를 가져오며, 감염에 더 잘 걸리며, 성기능의 장애도 초래한다.

많은 사람들이 술에 대해 빠지기 쉬운 함정은 '그 이야기는 알콜 중독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고 나는 알콜중독자가 아니므로 괜찮다'는 생각이다. '술도 잘 먹으면 약'이라는 생각에 마음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어떤 사람이라도 과음자, 알콜중독자로 이끌기 쉽고, 그로 인해 건강에 치명적인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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