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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열전
20-07-31 08:28

봄 주꾸미’, 주꾸미 맛을 아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게 주꾸미 앞에 ‘봄’자를 덧붙인다. 5~6월이 산란기인 주꾸미는 봄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알이 꽉 차 더 맛있는 봄 주꾸미, 봄철에 빼앗긴 입맛을 확 찾아 줄 강한 그 놈을 우리는 오월이 가기 전에 꼭 만나야 한다.
  

종로에서 주꾸미, 하면 모두 이 집 얘기 먼저 꺼내니 종로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 집인 듯하다. IMF때 문을 열어 지금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흥부네, 들어가면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주문도 받기 전에 자리마다 세팅을 해 놓았다. 양념에 무친 주꾸미에 하얀 떡사리가 보이는 주꾸미 정식, 앉자마자 불을 켜고 바로 먹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장점이다.

바쁜 종로넥타이 부대 대원들 뿐만 아니라 첫 데이트를 하는 어색한 연인에게도 강추. 침묵 시간이 두려운 연인들에게 주문하고 어색하게 기다릴 시간 조차 주지 않으니 말이다.

둘 이상이 가야 먹을 수 있는 정다운 음식(1인분은 안 팔아요), 주꾸미 정식, 좀 맵다 싶을 때 함께 나오는 미역국으로 입안을 가셔 가며 먹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게 매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추천메뉴 : 주꾸미 정식(2인분) 8,000원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13
전화번호 : 730-9471

  

감자 탕을 팔던 사장님은 1년 전쯤부터 주꾸미 찜을 개발해 팔기 시작했는데,지금은 오히려 주꾸미가 더 잘 나간다고 한다. 원조 감자 탕도 확 밀어낸 그 맛,비싼 아구찜도, 낙지도 부럽지 않은 그 맛을 바닷가까지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
5월, 교외로 나갈 수 없을 만큼 바쁜 분들이라면 가까운 이곳에서 즐겨도 좋을 듯 하다.
화려한 명동 중심을 벗어난 골목, 명동성당의 첨탑이 살짝 보이는 이곳에서, 들깨와 참깨, 마늘,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제대로 된 주꾸미 찜을 먹을 수 있다.
P.S. 맘 좋은 이곳 사장님이 추천한 또 하나의 주꾸미 찜 집, 대연각 호텔 근처 ‘소문난 주꾸미’, 몇 집이 붙어 있는데 가장 허름한 집이 원조라고 귀 뜸해 주셨다.

추천메뉴 : 셋이 먹어도 충분한 주꾸미 찜(소) : 19,000원
주소 : 중구 명동2가 3-3(유투존 백화점 후문 뒤)
전화 : 755-2188

  

방송에도 꽤 여러 번 나왔던 집인데 아직도 못 가본 분이라면 이 봄엔 꼭 한번 들러 봐야 한다. 주꾸미, 라고 말만 꺼내도 주꾸미는 연체동물이고, 관리, 특히 온도 변화가 중요하고… 술술술 강의를 시작하시는 주꾸미 박사인 사장님께서 평생을 바쳐 만든 이 집의 주꾸미는 그래서 남, 서해안에서 잡은 주꾸미를 급속 냉동해 사용한다고 한다. 막걸리와 청주, 그리고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는 비밀의 술까지 넣어 만든 특별한 양념에, 불 판 아래로 주꾸미 다리의 끝부분이 들어가면 그 부분만 너무 빨리 타서 맛이 없어진다고 아예 과감하게 잘라낸 특별한 주꾸미 불고기, 조금만 늦게 가도 번호표를 받아야 하는 곳이니 가보기로 결심하셨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진짜 매운 맛을 원하신다면 주문할 때 말하면 진짜 뜨거운 맛도 볼 수 있다. 오직 약간의 소금으로만 간한 진정한 콩나물국과 함께 먹고 돌아서면 다시 또 들어가 먹고 싶어지는 집이다.
추천메뉴 : 주꾸미 불고기 2인분 14,000원
주소 : 서울시 중구 필동 1가 3-20
전화번호 : 2279-0803

  

주꾸미 샤브샤브를 주문했는데 홍합이 가득 든 냄비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고 당황하지 마시길… 홍합 먼저 양껏 드시고 있으면 몽대 포구(몽산포)에서 매일 직송한다는 싱싱한 주꾸미를 다리와 몸통은 분리하고 야채와 함께 얌전하게 담아 서빙해 주시니 말이다. 홍합을 다 먹어 갈 때쯤 국물이 끓기 시작하는데, 그럼 슬슬 주꾸미도 넣고, 야채도 넣고, 팽이버섯도 넣어 주꾸미의 순수한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다. 주꾸미는 초고추장에, 다른 야채는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더 좋은 건 국물인데, 홍합 육수의 고소하고 시원한 맛이 복지리 저리가게 속을 확 풀어 준다. 다 건져 먹었는데 그래도 좀 허전하다 싶으면 밥을 시켜 그냥 말아 먹어도 좋고, 볶아달래서 먹어도 맛있다. 이제 출출할 때도, 술 한잔 할 때도, 술 먹은 다음날 해장으로도 이 팔방미인 주꾸미 샤브샤브가 생각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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