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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숯가마
20-08-10 13:17

모처럼 가족끼리 함께 했던 설 연휴가 순식간에 지났다. 가족간의 정이 듬뿍 쌓이는 동안, 차곡차곡 피로도 쌓였다. 장거리 운전과 교통 체증, 집안 일로 쌓인 피로를 참숯가마 찜질로 풀어볼 만하다.

탈취·살균·습도조절에 음이온·원적외선까지 참숯과 황토의 과학적 효능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참숯가마 찜질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4~5년 전까지도 30~40개 정도에 그쳤던 찜질용 숯가마들이 지금은 200~300곳을 헤아린다. 참나무로 숯을 구워낸 뒤 열기가 남은 황토 숯가마에 들어가 땀을 빼는 방식의 찜질이다. 숯가마의 열기에 온몸을 지지면서, 부삽에 삽겹살도 지져먹는(3초 삽구이) 참숯가마 찜질 여행이다.

수도권에만 30여곳에 이르는 찜질 겸용 참숯가마가 성업중이다. 전통적인 숯가마는 한·중·일 3국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숯가마를 찜질방으로 이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부인병·혈액순환·아토피성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다 하여 옛날엔 노년층 여성들이 주로 찾았다. 하지만 요즘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가족단위 방문객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시내의 대규모 찜질방처럼 호화롭고 편의시설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새로 생긴 숯가마들은 대개 전통방식의 숯가마(바닥 지름 3m 안팎)와 누워 쉴 수 있는 평상, 잠을 잘 수 있는 별도의 황토방, 식당,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다.


● 여주 참숯마을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 지난해 11월 문을 연 참숯가마다. 주로 굴참나무를 이용한 백탄만을 구워낸다. 1만여평의 터에 10개의 숯가마와 황토방 숙박시설, 샤워장, 식당과 산책로를 갖췄다. 돌아가며 10개의 가마에서 매일(월요일 제외) 숯을 꺼낸다. 숯을 꺼낸 다음날 개방하는 꽃탕(고열로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긴다 해서 붙은 이름), 이틀 지난 고온탕, 사흘 된 중온탕, 나흘 된 저온탕 등 하루에 네 개의 숯가마가 늘 열려 있어 취향대로 찜질을 할 수 있다. 참숯삼겹살구이(1인 8000원)·고등어구이·미역국백반·양푼비빔밥 등을 내는 식당과 2㎞ 길이의 숲 산책로가 딸려 있다.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입해 숯을 꺼내는 가마에서 ‘3초 삽구이’ 별미를 체험할 수 있다. 특산물 전시장에서 생활용 참숯과 목초액, 여주쌀 등을 판매한다. 입장료 찜질복 포함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 운영시간 아침 10시~밤 12시. 저녁 8시 이후엔 입장료 5000원. 황토방 민박 3만원부터. 주변 볼거리로 목아박물관·걸은도자문화체험학교·세종대왕릉·명성황후생가 등이 있다. (031)885-1119.


● 횡성 강원참숯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 60년대 초반 정착한 유서깊은 숯가마로, 일반인 찜질 숯가마의 원조격이다. 강원참숯영농조합이 현재의 정식 명칭. 골짜기로 들어서면 여기저기 들어선 숯가마들과 쌓인 참나무 더미 그리고 가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38개의 숯가마를 운영하는 대규모 숯공장이다. 수십년씩 숯을 구워 온 노련한 숯쟁이들이, 부장대와 부삽으로 숯을 꺼내는 모습을 볼수 있다. 찜질용 가마는 평일엔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3개를 운영하고, 금·토요일엔 낮에 이어 밤 7시~12시 야간 찜질가마도 운영한다. 이용료 5000원, 찜질복 2000원. 둘러볼 만한 곳으로 횡성호와 수몰지역 문화·역사를 전시한 ‘화성의 옛터’, 횡성온천, 안흥찐빵마을, 둔내 삽교 산촌 체험마을 등이 있다. (033)342-4508.


● 고양 고봉산참숯가마

고양시 중산동에 석달 전 문을 열었다. 24시간 숯가마 찜질을 할 수 있는 곳이다. 8개의 숯가마와 샤워장, 황토수면실 등을 갖추고 매일 꽃탕~저온 4개의 가마를 개방한다. 각 20평짜리 남·여용 수면실, 남녀 공용의 30평짜리 수면실이 있다. 숯 판매는 안하고 목초액은 판다. ‘3초 삽구이’를 맛볼 수 있고, 식당에서 삼겹살·고등어 구이 등을 판다. 입장료 찜질복 포함 7000원. (031)976-9600.


● 광주 나무골참숯가마

경기 광주시 목동. 14개의 숯가마와 황토방·산책로를 갖췄다. 구이 등 식사는 식당에서만 가능하다. 매운닭발·삼겹살·김치찌개 등을 먹을 수 있다. 아침 9시~밤 11시 운영. 입장료 7000원, 찜질복 1000원. (031)766-5374.


숯중에 으뜸은 ‘굴참나무 숯’

숯은 오랜 옛날부터 불씨 보전과 난방, 음식 조리 등에 일상적으로 쓰여 온 요긴한 생활용품이었다. 숯은 참나무를 구워낸 참숯을 제일로 친다. 숯을 구웠을 때 잡목들은 나이테를 따라 결이 갈라져 강도가 약하지만, 참나무는 세로나 십자 모양으로 갈라져 강도가 유지된다고 한다. 참나무 중에서도 굴참나무 숯을 으뜸으로 꼽는다. 다른 숯에 비해 단단하고 오래 타기 때문이다.

숯가마·목초액=40여년 전만 해도 참나무숲이 있는 곳이면 전국 산골 어디서든 숯가마를 볼 수 있었다. 1960년대 산불예방 차원에서 숯가마가 금지되면서 사라지는 추세였으나, 최근 참숯의 쓰임새가 늘면서 다시 번성하고 있다. 옛날 숯가마는 참나무숲을 찾아가 가마를 짓고 숯을 구운 뒤 다른 참나무숲을 찾아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한곳에 정착해 가마를 만들고 참나무를 싣고 와 숯을 굽는다. 최근엔 찜질 겸용 숯가마들이 부쩍 늘어나 현재 전국의 숯가마는 2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숯가마는 보통 나무를 넣어 불을 붙이고 닷새 동안 연소시켜 꺼낸 뒤, 다음날은 남은 열기를 찜질에 이용하는 7일 주기로 순환된다. 지름 3~, 높이 2m 남짓의 가마 하나에 들어가는 참나무는 8~16t 가량. 꺼낼 땐 무게가 10~30%로 줄어든다. 나무를 거꾸로 세워 빽빽이 집어넣고 황토로 입구를 막는데 이를 앞수리라고 부른다. 불은 위에서부터 붙여 아래로 타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밑에서부터 타면 무너져내려 숯이 되지 않는다. 가마 내부온도는 930~1200도. 930도를 넘어야 참나무의 유해가스마저 연소된다.

검탄·백탄=숯은 굽는 방식에 따라 검탄(흑탄)과 백탄으로 나뉜다. 가마 안에서 식힌 뒤 꺼낸 것을 검탄, 불꽃이 남아 있는 채로 앞수리를 헐고 공기를 불어넣어 다시 한번 연소시킨 뒤 꺼내 식힌 것을 백탄이라고 한다. 생산량은 검탄의 경우 들어간 참나무 무게의 30%, 백탄은 10% 가량에 불과하다. 백탄은 식힐 때 마사토를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데, 이 때 숯에 흙이 묻어 표면이 흰빛을 띠게 돼 백탄으로 불린다. 요즘은 드럼통 등에 담고 뚜껑을 닫아 식히기도 한다. 검탄엔 유해가스가 남아 있어 공장용·정수용 등으로 쓴다. 숯불구이용이나 탈취·습도조절용 등 생활용품으로 쓰이는 것은 백탄이다.

‘삼겹살 삽구이’ 맛보는 재미도 그만


▲ 부삽에 삽겹살을 얹고 숯가마에 넣어 익혀 먹는 ‘3초 삽구이’.
목초액·3초삽구이=가마에서 나오는 연기가 냉각되면서 물이 맺히는데, 이것을 모은 것이 목초액이다. 탈취제·무좀치료제 등으로 쓰인다.
숯가마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허기가 지면, 삼겹살 등을 부삽에 올리고 백탄을 꺼내던 숯가마에 잠깐 집어넣어 익혀 먹곤 했다. 순식간에 기름기까지 쏙 빠진 부드럽고 고소한 구이가 완성된다. ‘원적외선이 고기를 안에서부터 익혀’ 고기를 태우지 않고 익힐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삼초 삽구이’다. 숯가마 찜질을 하면서 맛볼 만한 별미다.


숯가마 찜질할 땐

수건으로 얼굴 감싸주고 옷은 반드시 면제품으로

숯가마 찜질을 할 땐 반드시 면제품의 옷을 입어야 한다. 나일론 등은 고온에 녹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고온 가마에 들어갈 땐 대형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는 게 좋다. 1회 10분 가량 찜질을 한 뒤 10여분 쉬고 다시 하기를 3~4차례 되풀이한다. 샤워는 찜질 전에 하고, 찜질로 흘린 땀은 그대로 말려야 원적외선·음이온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냥 말려도 냄새가 나지 않고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식사까지 하며 3~4시간 머무는 방문객들이 많다. 재래식 황토흙벽 가마가 대부분이어서, 황토 조각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벽 쪽에 앉아 찜질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찜질 가마 안팎엔 연소중인 가마에서 나오는 유해가스가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자주 바깥 공기를 쐬도록 한다. 중증 고혈압·심장병 환자나 술을 마신 사람은 이용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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