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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 가면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굴뚝이 있다
20-08-10 14:54

경복궁에 가면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굴뚝이 있다.

경복궁은 우리나라 궁중에서 가장 중심적인 곳이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경복궁을 다니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굴뚝을 만날 수 있다. 굴뚝이란 실내의 보온을 위한 아궁이에 불을 때면 그 연기가 나오게 만든 통풍장치다. 우리나라와 외국은 그 자연환경이나 기타 건축물의 구조물이 달라 같은 굴뚝을 사용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굴뚝은 대개 두 가지 정도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건물에 붙어 있는 형태며, 또 하나는 건물과 거리를 두고 떨어진 형태다. 그러나 그 용도는 연기를 뿜어내고 열기를 방안 골고루 전달하게 하는 기관으로 사용됨은 같은 이치다.


이 굴뚝이 아름답고 하면 이해가 잘 안갈 것이다. 그러나 경복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여기저기 조밀하게 따지다가 보면 적지 않게 숨겨져 있는 굴뚝을 만날 수가 있다. 흡사 보물찾기라도 하는 양...

경복궁엔 두 개의 굴뚝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하나는 보물 제810호인 「자경전 십장생굴뚝」이다.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자미당 터에 고종의 어머니인 조대비(신정황후)를 위해 지었으나 불에 타버려 고종 25년(1888)에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른다. 자경전 십장생 굴뚝은 자경전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든 것이다. 굴뚝은 네모 형태로, 가운데는 동식물 무늬인 십장생을 새겨 넣었다. 십장생 무늬는 가장 한국적인 무늬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조대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십장생 굴뚝에는 불로장생(不老長生)를 상징하는 거북, 학, 소나무, 불노초 등 십장생(十長生) 문양과 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포도문양 등이 굴뚝 전면에 병풍 속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되어 있다. 또한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뜻을 담은 귀면(鬼面)과 불가사리 등을 굴뚝의 위와 아래에, 만복을 기원하는 박쥐 문양을 굴뚝의 좌우측에 각각 만들어 넣었다. 십장생 굴뚝은 화려한 장식성 못지않게 기능적인 굴뚝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땅속에 조성된 연도(燃道)를 통해 이곳 십장생 굴뚝의 연가(煙家)로 연기가 빠져나가게끔 했던 것이다. 십장생 굴뚝의 크기는 너비 381㎝, 높이 236㎝. 두께 65㎝이며, 굴뚝의 맨 위에는 연기가 빠져나가는 10개의 연가(煙家)가 설치되어 있다. 자경전 십장생 굴뚝은 현재 보물 810호로 지정되어 있다.


십장생 굴뚝을 바라보고 있다가 보면 단순히 하나의 굴뚝으로서만 아니라 그 굴뚝이 전체적인 건축물과 얼마나 잘 어울리며 또한 그 굴뚝이 지니고 있는 속내는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쯤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와 멋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두번 째는 교태전 뒤편 「 아미산굴뚝」으로 보물 제811호이다. 자경전 서편에는 교태전이 있다. 교태전은 왕비의 침실이다. 대비의 처소인 자경전과 왕비의 침실인 교태전을 보면 같은 여성이 묵는다고 하는 점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자경전이 우아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고 하면 교태전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교태전의 뒤에는 인공으로 만든 아미산이 있다. 이 아미산에는 보물 제81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아미산 굴뚝이 있다.


아미산 굴뚝은 자경전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현재 4개가 남아있는 아미산의 굴뚝은 6각형의 굴뚝 벽에 넝쿨, 학, 박쥐, 봉황, 소나무, 매화, 불로초, 바위, 새, 사슴 등의 무늬를 벽돌로 구워 조형하였다. 굴뚝의 윗부분은 조형전으로 목조 건물의 형태를 모방하였으며 그 위에 연기가 잘 빠지도록 점토를 빚어서 만든 집 모양의 연가를 설치하였다.


이와는 달리 교태전에는 또 하나의 굴뚝이 숨어 있다. 얼핏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굴뚝 하나가 보인다. 담과 함께 교묘하게 꾸며 놓아 굴뚝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숨겨 놓은 또 하나의 굴뚝은 교태전의 후원 출입문인 건순문 우측 담장 모서리에 담과 같이 있어 그냥 담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교묘하게 숨겨 놓았다.


이와 같이 경복궁을 돌다가 보면 각기 특색이 있는 굴뚝들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가 있는데 이 굴뚝들은 모두 그 건물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을 해보면 도대체 이렇게 아름다운 굴뚝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물론 지금은 땔감이 다르고 주거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굴뚝이 필요치 않다고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심한 부속 건조물 하나도 아름다움을 미리 생각하면서 조형미를 꾸민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여자들이 기거하는 자경전이나 교태전의 굴뚝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 비해 남자들이 이용하는 곳의 굴뚝은 그런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굴뚝 하나하나도 모두 건축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름다움보다는 힘과 보이지 않는 기개가 엿보인다. 이것이 바로 경복궁이다.


봄철! 경복궁을 가보자. 그 많은 전각만을 보고 돌아올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남들이 찾지 못하는 그러한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도 이 봄을 느끼기 위한 색다른 기쁨일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혜를 보자. 우리나라의 궁에서는 장작을 떼지 않았다는 점도 알아두자. 장작을 때게되면 그 연기에 건물이 그을려 더렵혀질 것을 염려하여 참나무 숯을 땠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모든것에 계획성있게 대처하며, 아름다움을 지키기에 최선을 다한 우리네 선조들의 깊은 뜻을 본 받아보자. 더 이상은 문화재를 훼손하는 그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말고...

(사진)

맨 위 / 보물 제810호 자경전 십장생굴뚝

둘 째 / 보물 제811호 교태전 아미산굴뚝

셋 째 / 건순문 우측 담장 모서리굴뚝

맨 밑 / 선장문 좌우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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