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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서 아름다운 감동을 만나자
20-08-27 14:31

일몰과 일출 

겨울바다에서 아름다운 감동과 만난다 

겨울의 바다는 비수기다. 겨울의 바다는 매서운 칼바람과 다가가기를 멈칫하게 하는 사나운 파도로 가득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맘때마다 사랑에 몸살 앓듯 겨울바다를 마음에서 떼놓지 못할까? 아마도 12월의 바다는 한해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의 주문과 닮은 탓인지도 모른다.

  

차가운 바다를 뜨겁게 조명하며 마감하는 일몰과 생애 첫 얼굴을 내민 양 상기된 얼굴로 바다 위를 사뿐 올라서는 일출, 그곳에서 두 해를 모두 만나는 감격과 조우하고 싶은 탓일 게다.

■ 그 바다에서 운좋게 두 해를 낚다

한해가 저무는 즈음에는 다른 곳보다 유독 바다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한해를 정리하고, 그곳에서 닮은 듯 전혀 다른 새로운 한해의 첫 태양을 가슴에 담아오고 싶기 때문이리라.

다행히 3면이 바다에 접한 우리나라에는 일몰과 일출의 비경을 동시에 품은 곳이 몇 군데 있다.

서해안 하면 흔히 낙조를 보기 위해 많이 찾아가지만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당진의 왜목포구(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는 해마다 연말이면 찾아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왜목마을에 있는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용무치~경기도 화성군 국화도를 사이에 두고 시기별로 위치가 바뀌면서 일출과 월출이 이루어진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2월까지의 일출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내기로 유명하다. 이곳의 일몰은 당진군 석문면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비경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동해의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서해 왜목마을의 일출은 한순간 바다가 짙은 황토 빛으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물기둥을 만들면서 소박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풍긴다.

그런가하면 일몰은 용광로 같이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면서 수평선과 하늘을 동시에 검붉게 물들인다. 태양이 잠수하듯 바다 속 깊이 잠기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재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왜목마을의 경우 일 년에 최소 180일은 일출과 일몰 광경이 펼쳐져 다른 지역에 비해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날이 많은 편이다.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도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른 아침 선착장에서 동남쪽을 향하면 구릉 위로 해가 떠오르고 저녁에는 서남쪽으로 해가 지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주로 마량포구 동백정에서 낙조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멀지 않은 춘장대의 낙조 또한 자연이 부려놓은 걸작에 다름 아니다. 일출은 대개 선착장에서 보는데, 겨울철에는 그 풍경이 겨울바다 위로 옮겨가 막 바닷물에 씻고 나온 듯한 말간 얼굴의 태양을 감상하기에 좋다.


전남 무안군 해제반도에 있는 도리포구는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 한 해의 끝자락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룬다. 겨울철에는 함평 바다 쪽에서 해가 뜨고, 저녁에는 도리포구의 반대편 칠산바다 쪽으로 해가 숨어든다. 근처 홀통해수욕장의 낙조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손색이 없다.

남해의 창선삼천포대교는 부산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일출 일몰명소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이루는 5개의 교량 가운데 삼천포항에 가까운 삼천포대교가 포인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오밀조밀한 섬과 물목 여기저기 부채꼴 모양 참나무 말뚝으로 만든 죽방렴이 환상적인 일몰과 일출 풍경의 조역들이다. 해넘이와 해돋이 사이 깜깜한 밤 시간에는 삼천포대교의 인상적인 조명 연출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 이보다 아름다운 태양은 없다, 일출 명소들

일출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곳은 단연 포항 호미곶이다. 해돋이로 공인된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은 육당 최남선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이며, 조선의 뜻을 새롭게 하는 일출”이라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새천년 이후엔 사람의 양손을 바다와 육지에 조형한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호미곶 일출의 백미가 됐다.

경주 대왕암은 바다 한가운데 문무대왕릉 위로 용이 승천하듯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이 신비로운 곳이다. 파도 높은 날이 특히 장관인데, 바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와 태양을 가로지르는 어선까지 더해지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동해 추암은 TV 애국가의 배경 화면으로도 유명한 곳. 우뚝 솟은
촛대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장중한 애국가가 절로 생각나게 하는 눈에 익은 장면이다. 또한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수평선의 해를 맞이하는 울주 간절곶은 1분이라도 먼저 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몰리는 곳이다. 

남해안에서는 여수 향일암, 해남 땅끝마을, 남해 보리암이 3대 해돋이 명소. 자그마한 섬이 올망졸망 떠 있는 수평선 위로 붉은 해가 솟는데, 동해에서는 보지 못할 풍광이다.

■ 붉디붉은 감동의 일몰이 펼쳐진다

전남 진도 세방리는 한반도에서 가장 늦은 일몰을 볼 수 있고, 또한 떨어지는 석양이 가장 오래 머무는 낙조 1번지다. 빨려 들어갈 듯한 일몰은 주위의 파란 하늘을 금세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해안 절벽 길에 세워진 셋방 낙조전망대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옮겨 다니며 떨어지는 낙조의 절경을 잘 만끽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배와 소나무 몇 그루가 있는 섬 하나를 배경으로 인상적인 일몰 풍경을 만들어내는 변산반도 솔섬, 백사장 앞 할미 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백사장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거대한 철새떼의 날갯짓에 산산이 부서지는 붉은 빛이 아름다운 태안 천수만의 낙조는 역시 서해안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서해안의 아름다운 일몰 명소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본 태백산맥의 해넘이 광경도 범종 소리와 어울려 청아한 낙조풍경을 한층 풍부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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