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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한이 서린 영월 여행

역사를 접하는데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왕조사는 많은 지식이 없어도 흥미와 공감을 이끌기 쉽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어머니 또한 최근 상영한 영화나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가까운 과거인 조선시 대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 한양이라 불린 서울의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조선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은 가 까이 산다는 이점이 있어 여러 번 다녀왔다. 조선시대 왕릉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동구릉 또한 많은 이야기 거리를 안겨준 즐거운 답사지였다. 서울 주변에 몰려있는 조선시대의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니 마음만 먹 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다. 동구릉, 선릉 등을 둘러보고 나니 멀리 외따로 있는 단종의 능인 장릉에 가고 싶 은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청 령포(명승 제50호)도 말이다.
한옥풍의 영월역에 내려 서강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육지속의 작은 섬이라는 청령포에 닿는다. 청령포는 세 면 이 서강에 둘러싸여 있고 한쪽 면은 험준한 암벽으로 이루어져 사실상 섬과 마찬가지다. 작은 동력선을 타고 청령포 로 들어가는데, 겹겹의 산을 넘고 넘어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유배지를 향한 단종의 마음과 겹쳐진다.
아픔의 역사가 무색하게 청령포는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다. 단종이 생활하던 곳을 복원한 한옥이 있고, 집 주변으로는 당시를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은 될 듯한 소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다. 울창한 송림을 걷다 보면 높이가 30m에 이르고 두 갈래로 비스듬하게 자라고 있는 약 6백 년 정도 추정되는 관음송(천연기 념물 제349호)을 만날 수 있는데, 이 나무는 단종 유배시의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이다. 그곳에서 조그만 언덕을 오르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물빛을 띄며 흐르는 서강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쌓았다는 망향탑도 만날 수 있다.
더 이상의 고립이 없을 것만 같던 곳에서도 단종은 생을 잇지 못했다. 홍수로 약 2개월 만에 영월 읍내에 있는 객사인 관풍헌으로 옮겨왔고 이곳에서 얼마 후 사사되었다. 영월의 중심가에 자리한 관풍헌은 커다란 한옥 건물의 위용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저녁 무렵엔 가을 은행나무의 스산함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단종의 사체는 강물에 버려지고 아무도 수습하지 말라는 명이 떨어졌지만 엄흥도라는 이가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 를 치렀다. 이후 방치되어 오다가 1516년(중종 11)에 암장지를 찾아 봉분의 형태를 갖추었고, 1580년(선조 13)엔 능 역을 조성했다. 1698년(숙종 24)엔 시호를 단종으로 복위했고 묘소도 장릉으로 추봉해 현재에 남아있는 조선 왕가의 무덤 42기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장릉 또한 조선왕릉의 기본 구성을 갖추고 있어 진입공간인 재실과 제향공간인 정자 각이 낯설지 않았다.
장릉에 들어서면 단종역사관이 초입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왕이었던 단종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다. 김기창 화백 이 그린 단종 영정 또한 역사관에 소장되어 있다. 역사관과 재실을 지나 홍살문에 다다르면 ‘ㄱ’자로 꺾인 참도를 만날 수 있는데, 왕릉으로 선택된 땅이 아닌 곳에 조성된 이곳의 특수성을 알게 해주는 길이다. 능침은 약간의 오르 막을 올라 오솔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다른 왕과 달리 많은 석양과 석호, 문인석 등이 없고, 능침 옆면에 지 대석이나 난간석이 없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능침 주변의 소나무들이 모두들 능침을 향해 절하고 있는 모 습은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능과 함께 마음 한켠에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떨어지는 낙엽과 타오르는 단풍이 가득했던 영월에서의 여행은, 역사와 유물이 함께 하여 더욱 알찬 시간이 되었 고, 스토리가 있는 역사와 문화 여행이라는 테마가 앞으로도 우리와 동행할 것이라는 즐거운 예감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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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사진 강수진(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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