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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고유의 문화와 이국적 풍경의 땅 제주도 탐라는 도(島)다

제주 문화의 원형 ‘성읍민속마을’
의식주는 문화의 기초이자 모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세종 5년(1423) 이래 당시 행정구역상 정의현의 도읍지로 5백여 년의 삶과 역사를 간직해온 지금의 성읍민속마을(중요민속문화재 제188호)은 제주 문화의 원형을 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남문과 서문, 동문을 잇는 성곽인 정의현성에 들어서면, 옛 제주사람들의 생활상이 곳곳에서 다가온다. 교육기관이었던 정의향교(제주도 유형문화재 제5호), 현감이 정사를 돌보던 일관헌, 중앙관리들의 숙소였던 동시에 임금께 배례를 올렸던 객사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서, 객주집이었던 조일훈 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68호), 관원들의 하숙집이었던 고평오 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69호), 제주도 주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영숙 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70호), 19세기 중엽에 지어진 한봉일 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71호), 대장간을 겸했던 고상은 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72호)과 같은 제주 특유의 전형적인 고옥들도 즐비하다.
성안의 북쪽 거리 한복판에서 마을을 굽어 살펴온 느티나무와 북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들(천연기념물 제161호)도 빼놓을 수가 없다. 6백여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지나온 이들은 더 이상 그저 나무가 아니었다. 왕방울만한 두 눈을 부라리며 육지의 장승들처럼 남문을 지키고 있던 돌하르방들처럼, 이들 느티나무와 팽나무들 역시 북쪽을 담당하는 수호신인 셈이다. 이들 덕분에 성읍민속마을이 지금까지도 이처럼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왠지 고마운 마음이 들어 투박한 나뭇결을 곱게 쓰다듬어 본다. 순간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친다. 수천수만 개의 잎사귀들이 저마다 즐거운 소리를 내며 화답해준다.
 
01. 쇠소깍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02. 제주의 생활 문화를 간직한 성읍민속마을 03. 차조를 주원료로 한 제주 토속주인 오메기술(제주도 무형문화재 제3호)의 전수자 강경순 씨
 
제주 자연의 원형 ‘비자림, 쇠소깍, 용머리해안’
성읍민속마을에서 북쪽으로 약 20㎞를 달리면, 비자나무가 자생적으로 군집을 이룬 비자림(천연기념물 제374호)이 낯선 객을 반긴다. 적게는 5백 살에서부터 많게는 8백 살을 먹었다는 이 오래된 비자나무 숲은 나이도 나이지만, 그 숫자만 2천 8백여 그루를 헤아려 단일수종으로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피톤치드의 향기롭고 싱그러운 내음을 마음껏 들이마시며 하도 울창해서 햇빛이 빗방울마냥 하늘에서 사이사이 떨어지는 시원한 숲길을 온몸으로 천천히 음미하는 동안, ‘이런 걸 두고 힐링(Healing)이라 하겠구나’ 싶었다. 어디 나만 그랬을까. 오고 가는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평온한 표정에, 어른들을 따라나선 장난꾸러기들조차 함부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지 않는다. 오, 숲이 지닌 마법의 힘이란!
밑동이 길고 곧게 뻗은 육지의 나무와는 달리, 비자나무의 가지는 어른 허벅지 높이 정도에서도 치고 나와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꽤나 이채롭다. 초입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던 젊은 남녀가 비자나무 두 그루가 한데 얽혀 한 몸처럼 자라는 ‘연인나무’ 앞에서 사진 한 컷을 부탁해 흔쾌히 응해주었다. 연세 지긋하신 황혼의 부부 한 쌍도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비자림의 최고령 ‘새천년비자나무’ 앞에서 수줍게 포즈를 취한다. 어느 쪽이든 아름답고 사랑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용머리해안을 향해 서쪽으로 달리던 길에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잠시 쇠소깍(명승 제78호)에 들린다. 제주도 남단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동서를 아우르는 여행코스에서는 특히 빠뜨릴 수 없는 지점이다. 용암이 만들고 간 골짜기의 절경 아래, 효돈천의 민물과 현무암 지대에서 솟아나는 용천수, 그리고 태평양의 바닷물이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한데 섞이며 조우한다. 테우(제주 전통배)나 투명카누, 수상자전거를 타고 계곡의 기암괴석들과 소나무 숲을 자세히 감상할 수도 있다.
 
04. 단일수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비자나무 군락지 평대리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제374호) 05. 화산이 쌓고 파도가 깎은 용머리해안
 
시간을 잊고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는 ‘제주의 원형’
태풍 너구리는 물론 연이은 장마로 인해 내리내리 날씨가 좋지 않더니, 오후 3시 반에 이르러서야 겨우겨우 용머리해안의 입장이 허락됐다. 새 운동화를 적실락 말락 찰랑대는 파도를 피해 자그마치 180만 년이나 묵었다는 응회암 바위 위 좁다란 길을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는다. 말로는 차마 그 모두를 형용하기 어려운 높이 20미터 사암층 해식절벽의 색감과 위용을 향해 사이사이 감탄사 연발하는 일도 잊지 않고 말이다.
드디어 용의 머리 부분이 보인다. 제주도 북쪽의 용두암은 용이 날아갈 듯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라면, 남서쪽의 이 용머리해안은 용이 바다로 헤엄쳐 들어갈 것만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자연이 만든, 자연 그대로의 예술작품 앞에서 압도되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눈으로는 풍화혈과 돌개구멍, 수평층리와 수직절리 등과 같은 수백 만 년 동안의 지질현상을 더듬고, 귀로는 쉼 없는 파도소리의 향연에 심취하다 보니, 생각이 단순해져 시간 가는 줄도 잊는다.
탐라에서는 무엇을 보아도 멋지고 어디에 가도 근사하다. 속도와 개발이 우위를 선점한 이 시대에 무릇 자연은 제 생겨난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문화는 그러한 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발전시킨 옛 선조들이 온갖 스마트한 기계들을 부리고 영위하는 우리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지혜로워 보인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글 배선아 사진 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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