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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하빈면 묘리 묘골마을 연못 위의 정자, 하엽정

조선시대 사대부 주택의 전형인 달성 삼가헌의 별당마당에는 네모난 연못과 그 속에 둥근 섬이 있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하늘과 땅, 음과 양의 철학적 의미로 해석되는 조선시대 고유의 정원지당 양식이다. 그리고 그 위에‘연꽃잎 정자’가 떠 있다.

달성군 하빈면 묘리 묘골마을은 사육신의 한 사람인 충정공 박팽년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순천 박씨 집성촌이다. 삼가헌은 묘골마을과 낮은 산 하나를 경계로 하고 있는 파회 마을에 자리 잡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주택이다.

‘삼가헌三可軒’이라는 이름은 박팽년의 11대손인 박성수가 1769년 이곳에 초가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서 삼가헌이라 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 뒤 그의 아들 박광석이 1783년에 이웃 묘골 마을에서 이곳으로 분가하였고, 1826년에 초가를 헐고 안채와 사랑채를 지었다. 이집이 삼가헌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사랑채에 걸려 있는 기문記文에 적혀 있다. 세 가지 가능한 일, 즉‘삼가三可’란 중용中庸에 나오는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덕목을 말하는데“천하와 국가를 다스 릴 수 있고, 벼슬과 녹봉을 사양할 수 있고, 날카로운 칼날을 밟을 수 있다”가 바로 그것이다. 삼가헌은 전체적으로 조선 후기 영남 내륙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택이다. 넓은 대지에 안채와 사랑채(삼가헌),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별당채(하엽정), 그 외 여러 부속채로 구성된 배치 형식은 사대부 가옥의 공간 구성과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02. 하엽정은 원래 파산서당으로 사용된 건물에 누마루를 달아내어 연못의 경관을 감상하는 정자로 만들었다. 03. 전체적으로 조선후기 영남 내륙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택이다. 사랑채 삼가헌

사랑채인 삼가헌에서 일각문을 통해 별당채로 들어가면 마당은 보이지 않고 연꽃이 가득 핀 네모난 연못과 못 가운데 둥근 섬이 먼저 보인다. 이 연못은 안채와 사랑채를 지을 때 흙을 파낸 자리에 연을 심어 연당蓮塘으로 가꾼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 연못가에 별당채인 하엽정荷葉亭이 있다. 이 별당은 원래 서당으로 쓰던 곳으로 파산서당巴山書堂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뱀의 꼬리를 닮은 파산巴山은 묘골마을 뒤쪽에 있는 마을의 주산으로 서당의 이름을 여기에서 딴 것으로 여겨진다. 서당으로 사용된 하엽정은 원래 4칸 규모의 일자형 건물이었는데, 그 후 앞에 누마루 한 칸을 늘려 붙여서 현재의 ‘ㄱ’자형의 정자를 이루고 있다. 필시 연못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방보다 1자는 더 높은 누마루에 올라앉으면 연꽃이 가득한 연못을 대각선으로 볼 수 있는데, 정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하게 볼 수 있다. 누마루 정면에 ‘연꽃잎 정자’라는 뜻의 하엽정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송나라의 주돈이는‘연꽃향기는 멀리 퍼져 나갈수록 맑음을 더한다(香遠益淸)’고 해서 군자의 꽃이라 했다. 박팽년 선생의 후손의 집에서 보는 연꽃은 그 의미를 더하는 듯하다. 그리고 하엽정이란 이름에 걸맞게 방마다 ‘연꽃향기를 맞이한다’는 뜻의 ‘영향迎香’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7~8월이면 연못 가득 소담스러운 연꽃이 피어 하엽정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정자 앞의 연못은 길이가 21m, 너비가 15m의 장방형인데 가운데 작은 원형 섬이 있다. 이른바 조선의 전통정원에서만 볼 수 있는 방지원도方池圓島이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방지원도는 음양오행설이 담겨 있으며 당시의 사상이었던 성리학의 철학을 보여주는 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정원문화이다. 천원지방을 직역하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뜻이며, 이는 또‘양은 둥글고 음은 네모나다(陽圓陰方)’, ‘하늘은 움직이고 땅은 가만히 있다(天動地靜)’는 것과도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천원지방은 우주 만물의 존재와 운행의 원리를 음과 양으로 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연못을 조성함에 있어서도 이런 우주의 철학을 그 속에 담은 것이다. 하늘에 해당하는 섬 가운데에는 시각적 초점을 이루는 배롱나무가 한 그루 심겨져있다.

연못 주변에는 배롱나무, 자귀나무, 자두나무, 산수유, 복숭아나무, 감나무, 모란 등의 낙엽활엽수를 식재하여 실용적이면서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정원으로 꾸몄다. 수목 아래, 연못가에는 돌확, 괴석 등의 점경물이 배치되어 있어 단아한 조선의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남쪽 담장 너머에는 현주인인 박도덕씨의 고조부가 심었다는 높이 20m 정도의 거대한 상수리나무와 이 집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는 탱자나무가 우뚝 서 있다. 또 집 주위 산언덕에는 소나무, 참나무 등이 배경숲을 이루고 있어 정자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글·사진. 이광만 (문화재수리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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