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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과 불국사

석굴암(국보 제24호)과 불국사(사적 및 명승 제1호)는 1995년 12월 9일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는 1972년 11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제정했으며 석굴암과 불국사는 독특한 예술성과 창조적 재능을 가진 걸작, 특징적인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우수 사례로서 등재되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경주 토함산 기슭에 있는 사찰로서 <삼국유사> 권제5 효선 제9 ‘대성효이세부모신문대’에 의하면 재상 김대성이 751년에 발원하여 현세와 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佛國寺와 석불사(石佛寺, 현재 석굴암)를 짓기 시작하였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774년 국가에서 완성하였다고 한다. 즉 두 사찰 모두 개인 보다는 신라 김씨왕실에 의해 사찰의 창건과 불사가 이루어진 사례로서 당시의 불교교리와 신앙, 조각기술, 정치 및 사회적인 배경 등을 시사해 준다고 하겠다. [b]건축과 조각, 신라를 고스란히 담다[/b] 석굴암과 불국사는 통일신라 8세기에 유행했던 주요 신앙인 화엄종과 밀교, 『화엄경』과 『법화경』, 부처의 피안과 극락세계 등을 건축과 불교조각으로 조형화한 사례들이다. 석굴암의 본존불은 항마촉지인을 한 불좌상의 가장 우수한 예로서 현장(602~664)의 『대당서역기』에 등장하는 인도 부다가야의 대각사에 있었던 황금불과 똑같은 수인과 크기로 제작함으로써 석가가 성도했던 역사적인 순간을 신라 땅에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였다. 항마촉지는 석가가 보리수나무 밑에서 정각을 이루고 악마의 도전과 유혹을 물리침을 상징한 수인으로 정각의 내용을 설한 『화엄경』에 의거한 것이다. 본존불의 바로 뒤에는 11면관음보살입상을 부조하여 밀교적 측면도 강조하였다.

불국사 또한 33천을 상징하는 계단인 청운교와 백운교(국보 제23호), 서방 극락세계로 이어지는 연화교와 칠보교(국보 제22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창건 당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비로전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26호), 미타전의 금동아미타불좌상 역시 불교조각으로 같은 세계를 재현하고자 하였다. 즉, 아미타불은 서방극락세계를,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의 연화장세계를 상징하는 예배대상으로서 계단과 불상을 통해 경전에 등장하는 불국토의 다양한 모습을 축약한 것이다. 창건 당시 그대로의 모습인 대웅전 앞의 다보탑(국보 제20호)과 석가탑(국보 제21호)은 『법화경法華經』의 「견보탑품」에서 유래한 것이다. 석가불이 영취산에서 설법하실 때 땅에서 탑이 솟으면서 탑 속에 앉아 계셨던 다보불과 석가불이 함께 탑 안에 나란히 앉으셨다는 내용의 두 부처님을 탑으로 재현한 것이다. 탑 안에 두 부처님이 앉아계신 도상은 특히 중국 당대에 크게 유행하였다. 즉 불국사의 계단과 불교조각, 탑 등은 『법화경』과 『화엄경』에 의거하여 건축되고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b]단순함과 화려함, 그 오묘한 균형과 조화[/b] 불국사에는 이와 같은 다양한 신앙과 사상적 특징을 반영한 점 외에도 예술적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각 부분의 비례와 균형의 조화는 물론 단순함과 화려함을 쌍 탑이라는 각기 다른 형식으로 대비하여 조합한 면에서 동아시아에서의 유일한 석탑으로 알려져 있다. 비로전과 극락전의 두 금동불좌상도 꼿꼿한 자세에 육중한 어깨, 양감 있는 가슴과 긴 허리에서 오는 장대한 미의식은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또한 177㎝의 대형금동불임에도 불구하고 기포 없는 고른 표면처리에서 제작기법상의 우수함도 확인된다. 석굴암 건축과 조각들도 균형과 조화를 기본으로 위대한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12당척을 중심으로 수학의 황금비례에 정확하게 맞춘 설계와 건축공법, 정확한 수치 아래 맞추어 조립한 석굴암 내 불상들 그리고 지상에서 부처님의 나라로 들어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정확한 위계에 따라 순서대로 배치하였다. 그리고 종교적 사색과 신앙심, 완벽한 조각 기술로 재현하였다. 즉 전실에는 가장 낮은 계급의 팔부중과 주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상체를 벗고 분노한 표정에 태권도의 권법자세를 한 인왕 두 구, 주실 입구인 비도 양 측면에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사천왕, 주실 양측면의 범천과 제석천 등 부처를 지키는 호법신들을 순서대로 배치하였다. 이들은 각각의 중요도와 성격에 따라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전실은 방형, 주실은 원형인 석굴암의 구조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동양적 사상을 재현하였으며, 사실적인 표현에 이상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 본존불, 아름답고 우아한 보살상들, 개성이 넘치는 10대제자, 절제된 힘의 사천왕과 용맹함이 돋보이는 인왕상 등은 균형과 조화, 사실과 신비의 경계를 어우르는 동아시아 최고의 작품들인 것이다. 석굴암과 불국사에는 한국 정부가 지정한 국보급 문화재가 많다. 이 유산이 더욱 가치가 지니는 것은 인도와 중국의 당을 통해 들어 온 국제적 양식의 큰 틀 속에서 종교적 상징성과 신라적 독창성이 강조된 위대한 완성품이기 때문이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글_ 정은우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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