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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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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자연습지 우포늪

놀라운 생명력, 생태계의 모범
습지는 오랜 세월 물이 고였다 흐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독특한 환경을 만들었다. 진흙이 두텁게 쌓이면서 여러 물풀들이 무성하게 자랐으며, 덕분에 물의 흐름이 느려져 비가 많이 오더라도 홍수가 크게 나지 않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을 풀어, 많은 생물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 준다. 다양한 생명붙이들이 태어나고 사라져 가는 동안 미생물들이 끊임없이 동식물의 배설물을 분해해 고인 물이 썩지 않으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곳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습지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생태계의 모범이다. 그 어떤 생태계보다 많은 수생식물과 수서곤충이 서식하기에 수많은 물고기들의 터전이 되고, 양서 파충류가 모여들며, 새들이 깃든다.

무엇이 사나, 한여름 물풀의 융단
습지는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륙습지의 전형, 우포늪을 들여다보면 430여 종의 식물, 42종의 물고기, 145종의 조류, 12종의 포유류, 11종의 파충류, 9종의 양서류, 그리고 수많은 곤충을 합쳐 대략 1천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습지가 가장 습지다울 때는 봄과 여름철. 일교차가 심한 가을의 새벽 물안개와 북녘의 진객, 철새들이 찾아드는 겨울의 모습도 볼만하다. 봄철 늪 주변의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고, 여름철 수면은 온통 초록의 융단이 된다. 가시연꽃과 노랑어리연꽃, 마름, 생이가래, 자라풀, 개구리밥 등 수생식물이 장관을 이룬다. 물안개가 드리운 가을새벽의 늪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저녁 무렵 풀벌레 소리에 빠져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수면을 하얗게 뒤덮는 겨울철 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 가창오리, 원앙 등 수많은 철새들의 몸짓으로 습지의 겨울은 따뜻하다.

특이한 동식물, 성전환을 하는 드렁허리
습지에 사는 동식물 중 가장 특이한 동물은 드렁허리로, 성장하면서 성전환을 하는 특이한 물고기이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종 긴꼬리 투구새우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등 쪽에 30~40개의 마디로 된 투구모양의 껍데기가 있고, 등 앞쪽 중앙에 한 쌍의 커다란 눈이 있다. 포유류 증에서는 삵을 꼽을 수 있다. 먹이사슬의 꼭짓점에 있다. 우포늪에서는 삵이 새를 사냥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아프리카의 오카방고 습지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새가 워낙 많고, 풀숲이 우거져 삵이 기습해 새를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 종 수달도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달은 배스나 블루길 등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외래종의 개체수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생식물로는 우리나라에서 잎이 가장 큰 가시연꽃이 있다. 잎이 큰 것은 지름이 2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종으로 우포늪에는 한여름 수천송이의 가시연꽃이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03 긴꼬리투구새우. 04 천연기념물 제346호 함안 대송리 늪지. 05 함안 대송리 늪지의 연꽃.

습지는 살아있다.
우포늪의 대표적인 철새는 기러기류와 오리류. 우포늪에 연접해 있는 마을인 이방면 안리는 기러기 안雁자를 쓴다. 그만큼 기러기가 많이 날아온다. 국가가 우포늪을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지난 1962년(천연기념물 제15호, 백조도래지). 고니들이 많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1973년 철새들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해제했다가 올해 초 다시 뛰어난 경관적 가치 때문에 재지정되었다. 한겨울 수면을 뒤덮은 고니들의 평화로운 정경은 한편의 시詩가 된다. 습지는 인간의 심성을 정화시켜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자애로움을 선사한다. 원시의 땅이자, 야성野性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습지는 무한욕망과 경쟁이 빚어 낸 소모적인 도시생활에 지친 영혼들을 위로해 준다.

신의 선물, 과거로의 여행
낙동강 중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경남 창녕과 합천, 의령 등지에는 배후 습지가 집단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우포늪은 백악기 공룡들이 이 땅을 누비던 때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빙하기 낙동강 일대에 큰 지형변화가 일어났다. 빙하가 녹으면서 낙동강의 물이 범람하자 실려온 모래와 흙이 지금의 토평천 입구를 막게 되고, 이 때문에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서 커다란 호수가 만들어 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호수가 지금의 우포늪이 되었다. 토평천은 생명의 오작교다. 낙동강과 우포늪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포늪의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해 준다.

세계적인 늪, 람사르(Ramsar) 습지
우포늪은 1997년 7월 환경부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1998년 우리나라가 습지보전국제협약(람사르 협약)에 가입되면서 습지목록에 등록되었다. 1999년 8월에는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흔히 ‘람사르 협약’ 이라고 부르는 이 협약은 1971년 2월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돼 1975년 12월에 발효된 정부 간 협약으로 정식명칭은 ‘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조약’이다. 원래는 철따라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철새가 오염된 지역에 머문다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므로 철새의 서식지인 습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의 의도는 점차 확대 되었고, 지금은 철새의 서식지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종種 다양성의 보존과 인류의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습지를 보존하고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데 큰 의미를 두게 되었다. 람사르 당사국 총회는 대륙 간 순회하면서 개최되는 국제환경회의로 2008년 제10차 총회는 경남 창원과 창녕의 우포늪 일원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의 정부대표, 관련 국제기구, NGO(비정부기구) 관계자가 모여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와 습지보전 방안을 논의하는 람사르 당사국 총회는 습지보전을 위한 아름다운 약속을 하기 위한 모임이다.
06 국내에서 잎의 지름이 가장 큰 식물 07 수생식물로 덮인 우포늪 08 우포늪(목포) 인근 장재마을 앞 왕버들

마음의 고향, 우포늪
나는 주말이면 우포늪으로 간다. 우포늪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그곳은 어머니 품속처럼 따뜻하고 편안하다. 우포늪은 사철 소리로 가득하다. 하얀 쌀 밥 같은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늪가에는 새 생명 탄생을 위한 개구리 소리가 크게 들린다. 성숙한 여인 같은 유월이 오면 파랑새와 꾀꼬리, 종달새 소리로 늪은 떠들썩하다. 국화 향 그윽한 시월이 오면 풀벌레 소리와 함께 쓸쓸함의 여행을 한다. 눈 덮인 겨울 저녁 기러기며 고니, 청둥오리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엔 사랑과 평화와 안식이 깃들어 있다. 우포늪은 아름다운 소리들로 풍요롭다. ‘나 일어나 이제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 거기 진흙과 욋가지로 작은 오두막 짓고 / 아홉이랑 콩밭 일구며 꿀벌 통 하나 두고 / 벌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리라’ 우포늪에서는 예이츠의 시詩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한 구절을 외워도 좋다.

그곳은 유년 시절 벗이었던 나무와 야생화, 새와 양서 및 파충류가 지천에 널려있다. 처녀성을 잃지 않은 고귀한 땅이다. 우리의 때 안 묻은 과거를 바라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물장구치던 시절 둠벙에서 물방개와 장구애비며 물땡땡이를 잡던 추억도 되살아난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쏟아낸 오염물질로 생명체들의 개체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긴 하지만 우포늪은 여전히 많은 생명체들로 가득하다.

물새들이 한가로이 노는 모습을 사철 어느 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철새였던 왜가리와 백로는 이곳을 아예 터전으로 삼고 눌러 앉았다. 먹이가 풍부해 힘들게 멀리까지 날아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드넓은 공간과 풍부한 먹이 덕에 새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협하는 것은 별로 없다. 도시가 인간을 위한 땅이라면 우포늪은 새들을 비롯한 뭇 생명체들을 위한 땅이다.

우포늪에는 무수한 소리들이 실내악이 됐다가 오케스트라가 되기도 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풀벌레소리와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풍요롭다. 우포늪은 자연이 써놓은 위대한 책이다. 정녕 우포늪은 무수한 생명들과 고요함으로 인해 위대하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 강병국 (사)푸른우포사람들 부회장, 경상대학교 겸임교수 사진 · (사)푸른우포사람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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