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색 여행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산촌마을 여행입니다. 산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산을 병풍처럼 둘러 싼 마을, 과거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추억이 서린 곳입니다. 마치 과거로 회귀 한 것과 같은 모습이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산촌마을은 말 그대로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촌락을 말하는데, 최근에는 산촌생태마을로 탈바꿈하면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산촌마을은 꼭 체험프로그램 참여가 아니더라도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어 휴식을 원하는 도시인에게 큰 인기입니다. 시골마을의 고즈넉함 차체만으로도 힐링이 되기 때문일 텐데요. 과거의 흔적을 지닌 산촌마을, 새로운 힐링처로 떠오른 산촌마을로 여행을 함께 떠나볼까요?
<마비정 마을 곳곳에 있는 그려져 있는 벽화가 방문객의 발걸음을 잡습니다 / 사진: 대구시 달성군>
산촌마을 여행 첫 번째 여정은 경상북도 대구 비슬산 자락에 있는 마비정 마을입니다. 버스가 하루에 10번도 채 다니지 않는 오지마을인 마비정 마을이지만 한 달 평균 1만 5,000여명이 찾는 산촌관광명소가 되었다는데요. 어떤 매력이 숨어있는 걸까요?
마비정 마을의 초입에 있는 문지기 장승 벽화를 비롯해서 20개가 넘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는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데요. 거리와 각도에 따라 보이는 그림이 달라지는 착시효과를 이용해서 소의 움직임을 재미있게 표현한 ‘움직이는 소’와 ‘현재와 과거’라는 입체벽화는 관광객들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합니다. 걷다보면 볼 수 있는 60년이 넘은 2m 둘레, 15m 높이의 옻나무는 산촌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을은 1시간 정도면 돌아다니기에 충분해서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와도 좋고, 부담없이 산책하며 데이트하기도 좋은 곳입니다. 자신만의 소원을 적을 수 있는 낙서판과 사랑고백 포토존은 연인들과 함께 있을 때 즐기면 좋죠.
흙과 돌로 쌓은 담벽이 그대로 있어 산촌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비정 마을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두 가지 전설이 있습니다. 어느 장군이 마을 앞산에 올라가 건너편 산을 향해 활을 쏘면서 말에게 화살보다 늦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말이 어떻게 화살보다 빠를 수 있겠어요. 화살을 따라잡지 못해 결국 말은 죽음을 맞게 되는데 이를 가엾게 여긴 마을사람들은 마비정(馬飛亭)이라는 정자를 세우고 추모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말을 타고 한양에 가던 사람들이 잠시 쉬며 우물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아가듯 달렸다는 의미에서 마비정(馬飛井)이라고 쓰기도 한답니다. 이야기가 있고, 그림이 있는 낭만적인 마비정 마을,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알만하죠?
주소: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2리
문의: 053-668-2151
<영월하면 떠오르는 동강. 원시삼림과 강, 절벽의 조화가 완벽합니다/ 사진: 영월관광>
다음 여정지는 강원도 영월입니다. 영월은 광산으로 인해 호황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고 발전을 멈춘 회색빛 도시가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영월에서 어두운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비운의 왕 단종이 묻혀있는 장릉, 우리나라 최고의 풍류시인 김삿갓의 유적지는 역사테마의 관광지가 되었고, 다양한 컨셉의16개 박물관과 미술전시관이 있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고을 특구’가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동강을 활용해 레저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문할 마을은 김삿갓마을입니다. 김삿갓의 흔적이 있는 김삿갓마을에는 김삿갓의 묘와 생가, 시비와 문학관이 있습니다. 묘소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김삿갓 계곡은 많은 물과 신기한 바위들로 가득합니다. 김삿갓 선생이 생전에 이곳을 무릉계라고 말했던 이유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지요. 김삿갓 계곡 중간에도 ‘조선민화박물관’과 ‘묵산미술박물관’이 있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비운의 왕 단종이 묻힌 장릉입니다. 최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지요/ 사진: 영월관광>
다음 방문할 곳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단종이 결국 세상을 떠나고 묻힌 장릉(莊陵)입니다. 최근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이곳을 참배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이 퍼져 관광객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해요. 장릉에는 단종의 유품과 사육신과 생육신에 대한 역사자료를 볼 수 있는 단종역사관이 있어 역사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공부하며 머리를 채웠으니 이제 몸을 움직여야겠죠? 여름하면 떠오르는 물놀이 중 가장 박진감 넘치는 래프팅을 가장 즐기기 좋은 동강 뼝창마을에 찾아가보겠습니다. 동강 래프팅 출발지로 유명한 뼝창 체험마을은 래프팅을 즐기는 분이라면 잘 알고 있는 곳입니다. 완만하면서도 시원하게 흘러 내려가는 급류가 일품입니다. 마침 8월 2일부터 6일까지 2013년 영월 동강축제가 열립니다. 컬투콘서트와 전국 라디오스타 콘테스트를 비롯해서 맨손 송어잡기, 래프팅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네요.
김삿갓마을
주소: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717
전화번호: 033-370-2531
뼝창마을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문산 1리 408-1번지
전화번호: 010-5372-4994
<슬로시티 삼지내마을은 조상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 사진:슬로우시티창평>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에 있는 삼지내 마을.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 아래 자리 잡은 삼지내 마을은 산 좋고 물이 풍부해서 양반들이 모여 살던 동네입니다. 한옥마을 보존지역인 삼지내 마을은 전형적인 옛 남도 부농의 고택들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서 있습니다. 완만하게 휘어지는 돌담길을 걷다 보면 새 소리와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가는데, 그 순간들이 느리게 흘러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죠.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삼지내 마을은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라 꼭 한번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삼지내마을은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요. 신기하게도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의 일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삼지내 마을을 거닐면서 내 삶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삼지내마을을 걷다보면 특별한 한 분을 만날 수 있는데요. 독일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이 좋아 귀화해서 담양에 살고 있는 빈도림 선생님입니다. 독일어 전문 번역가였던 이영희 선생님과 결혼한 빈도림 선생은 서울에서 생활하다 담양으로 귀촌을 했다고 해요. 지금은 이곳에서 토종벌 밀랍을 이용해 국내 유일의 수제초인 빈도림꿀초를 만들고 있습니다. 부부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삼지내마을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창평리 113-1번지
문의: 061-383-3807
<경남의 대표 한옥마을, 남사예담촌. 흙담 골목길을 걸으며 힐링은 시작됩니다/ 사진: 산청 남사예담촌>
산촌마을 여행지를 꼽으라고 하면 산청 남사예담촌을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리산 천왕봉과 연결되어 있는 마을, 남사예담촌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인데요. 지리산 둘레길로 가는 20번 국도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사예담촌은삼지내 마을과 더불어 국내의 대표적인 전통 한옥 마을로 차분하게 걷는 것 만으로도 옛것에 대한 지식과 조상들의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사예담촌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남사예담촌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회화나무는 집안에 심으면 훌륭한 인재가 난다는 속설이 내려옵니다. 그 때문인지 예담촌의 고가마다 회화나무 한 그루씩 심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상택 가옥 초입에서 만나는 몸을 x자로 포갠 회화 나무는 이곳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에서 600년 된 감나무, 700년 된 매화나무, 300년 된 회화나무, 100년 된 소나무 등을 만나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남사예담촌은 다른 마을처럼 특정 성씨만 모여 사는 집성촌이 아니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성주 이씨, 밀양 박씨, 진양 하씨, 밀양 손씨, 연일 정씨, 진양 강씨, 전주 최씨, 현풍곽씨 등 여러 성씨가 함께 살고 있는데요. 다양한 성씨가 오랫동안 함께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양반 가문의 경제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조선시대 농촌 기반 공동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산촌여행 즐거우셨나요? 그동안 산간오지로 인식되던 산촌마을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는데요. 쌓아올린 흙담 사이로 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힐링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주말, 산촌마을에서 자연을 벗 삼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