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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아주 특별한 변신, 우사단마을 계단장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종종 가파른 계단을 마주할 때가 있다. 애써 못 본 척 에스컬레이터를 찾아보지만, 이내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야 하는 난감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계단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곳이 있다. 한 달에 딱 한 번, 우사단마을에 있는 계단은 아주 특별한 변신을 하는데. 이태원의 떠오르는 명소, 계단장으로 가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계단장
3년 전,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슬럼화가 진행 중이던 우사단로에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젊은 예술가와 청년장사꾼,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우사단마을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을 활성화 방안으로 시작된 계단장은 3년째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겨울 동안 잠시 쉬어가던 계단장이 봄을 맞아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다양한 판매 제품 Ⓒ강민영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판매자들의 신청를 받아 진행되는 계단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시집, 즉석에서 그려주는 초상화에 간편한 먹을거리까지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또한 개성 넘치는 판매자들 계단장을 찾는 묘미 중 하나다.
 
:: 계단장 판매자 김민형 씨 인터뷰 ::
 
▲ 김민형 씨와 이관호 씨 Ⓒ강민영

Q. 판매 중인 상품 좀 소개해 주세요.
제가 판매 중인 상품은 가죽으로 만든 물건들이에요. 이탈리아, 인도네시아산 물소가죽과 소가죽을 섞어서 만든 가죽인데요, 손바느질부터 마감까지 직접 제작을 하고 있어요. 이 친구가 파는 물건은 페루, 네팔, 인도에서 직접 공수해온 장신구입니다.

Q. 유독 오가는 손님들이 정말 많네요. 계단장 판매자로 참여한 건 오늘이 처음이세요?
저희는 계단장 1회부터 판매자로 참여했어요. 그때부터 둘이 함께 판매했습니다. 뭐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고요. (웃음) 오늘은 올해 처음 열리는 계단장이어서 사람들도 많고 장사도 참 잘되네요. 이 친구는 저보다 훨씬 많이 팔았어요.

Q. 오랫동안 계단장에서 판매를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7살짜리 최연소 꼬마 판매자가 떠오르네요. 직접 찰흙으로 반지를 만들어왔어요. 자기가 찾은 네잎클로버를 책갈피로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했죠. 우렁찬 목소리로 판매를 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꼬마판매자 일화는 아직까지 많은 판매자들 사이에서 좋은 귀감이 되고 있어요.
 
▲ 라마인형 Ⓒ강민영

"판매수익금 전액은 소중한 제 월세로 쓰이고 있습니다."
 
▲ 시인 김경현 씨 Ⓒ강민영  
 
웃음이 절로 나는 소리를 찾아간 곳에는 시인 김경현 씨가 있었다. 자신을 동네주민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직접 쓴 '시월세집'이라는 시집과 엽서를 판매 중이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시월세집'이라고, '판매수익 전액을 소중한 제 월세로 씁니다'라는 모토로 진행을 하고 있어요. 첫 번째 시는 이별, 두 번째는 시민사회와 정치, 세 번째는 꽃, 네 번째는 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렇게 지금 4권의 책을 냈습니다. 판매 수익금 전액으로 작년 한 해 월세 꾸준히 잘 냈고요, 올해도 한번 시원하게 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 우사단마을
계단장이 열리는 우사단마을은 젊은 예술가들이 많은 동네로도 유명하다. 가죽제품이나 시계, 공예품 등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가게들 사이로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이 펼쳐지는 모습은 꽤 이색적이다. 방앗간, 전파상 사이 어색할 것만 같은 공방의 조합이 마을의 운치를 더한다.
 
▲ 우사단마을 가게 Ⓒ강민영

:: 'MUSTER' 사장 김현수씨 인터뷰 :: 
 
 Ⓒ강민영
 
Q. 가게 앞에 따로 가판을 마련하셨네요.  
네. 계단장이 설 때는 특별히 다른 품목으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걸 준비하죠. 아무래도 계단장이 설 때면 다른 날에 비해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거든요. 오늘은 저희가 판매하는 옷 말고도 간단한 음료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어요.

Q. 계단장이 우사단마을 예술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떠세요?
우사단길이 다른 상권에 비해 월세가 상당히 싼 편이에요. 주민들 사이에 한 번의 계단장으로 월세부터 공과금까지 해결한다는 향간의 소문이 있긴 합니다.(웃음) 계단장은 저희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날이죠. 계단장이 없는 날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 하니까 많이 놀러와 주세요.

이슬람사원
계단장의 초입에는 파란 타일이 눈에 띄는 이슬람사원이 있다. 이슬람사원은 1970년 한국 정부로부터 부지를 지원받고 세계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금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사실 이슬람사원의 웅장함과 엄숙함에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러한 고민은 덜어두어도 좋을 듯싶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원에서는 이들을 위해 예배의상을 따로 대여해 주기도 한다.   
 
▲ 이슬람사원 Ⓒ강민영
 
우사단마을에서는 마주치는 골목마다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발 아래로 펼쳐진 동네와 탁 트인 풍경이 잠시 쉬어가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손님과 주인 구분 없이 자유로운 계단장에서 이 모든 것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 우사단마을 골목길 Ⓒ강민영

:: 계단장 정보 ::
- 매월 넷째 주 토요일(3월~10월), 12시부터 6시까지. 이태원 우사단로 10길 일대
- 판매자 모집 : 매월 중순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
더 자세한 사항은 우사단마을 페이스북(www.facebook.com/wosada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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