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정겹습니다.. 요즘 대형마트가 곳곳에 많이 있지만, 시골장터, 전통시장의 정겨움까지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사람이 모여들고, 생생한 삶의 현장이 그려집니다.. 물건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그냥 구경하는 사람.. 모두가 즐겁습니다..
전국에 수 많은 장터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인지도 순위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장터가 있으니..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입니다.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 덕분에 '화개장터'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으로 시작되는 조영남의 구수한 음성은, 화개장터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갖게 합니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던 날 .. 화개장터를 거닐어 봅니다..
화개장터임을 알리는 표석입니다.. 이것은 화개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것이구요.. 화개장터 안에 '화개장터' 노래의 가사가 담긴 표석이 있습니다.
화개장터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있습니다.. 경상남도 이지만.. 전라남도 구례군과의 거리가 지척입니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서 남해 바다의 산물이 올라오고, 지리산의 내륙의 산물이 내려와서 화개장터에서 만나는 것이지요.. 농촌과 산촌과 어촌을 연결해 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것입니다..
화개장은 원래는 오일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설시장이 되어서 .. 언제든지 구경할 수가 있습니다.. 화개(花開)를 직역하면 꽃이 열린다입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벚꽃길이 장관입니다.. 그래서 화개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화개버스정류장에서 화개천을 건너가면 장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화개 버스정류장에는 서울, 부산, 하동, 구례 등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합니다.. 버스정류장 앞쪽으로는 여러 식당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참게탕으로 소문난 곳도 있고.. 1박2일에서 엄태웅이 삼겹살 먹은 집도 있습니다..
화개천의 물은 맑았습니다... 비가 오면 물색깔이 흐려지지요.. 그런데도 화개천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습니다.. 비가 와서 걷는 것은 불편했지만.. 상쾌한 공기와 맑은 물줄기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줍니다.. 왼쪽 기둥에 걸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이 장관입니다.. 지금쯤이면 벚꽃 봉우리가 올라왔겠군요.. 4월 6일부터 8일까지 화개장터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다음 주 초반은 되야 만개할 것 같다는군요..
장터를 돌아보기 전 .. 밥을 먹기로 합니다.. 섬진강가 화개장터까지 왔는대.. 아무거나 먹을수는 없지요.. 참게탕은 혼자 먹기 비싸고, 양도 많을 것 같고.. 참게장 백반은 지난 번에 먹어봤고.. 이번에는 재첩국을 먹어보기로 합니다..
여기서 잠깐? 참게가 낯선 분들이 있겠군요.. 참게는 섬진강에서 자라는 민물게입니다.. 꽃게보다 살은 적지만 아주 실한 맛을 자랑하지요.. 재첩은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작은 민물조개입니다.. 섬진강에서 자라는 것입니다.. 하동, 구례, 화개장터를 둘러보시나면.. 참게나 재첩 음식도 챙겨 드셔보세요.. 그리고 은어도 있어요.. 세 녀석 다 물 맑은 곳에서만 사는 깨끗한 놈들입니다..
어서 오이소..
화개장터는 해방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큰 시장이었습니다..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을 갖고 왔고, 내륙의 구례, 함양 사람들은 쌀보리 같은 농작물을 .. 여수, 광양, 남해 등지의 바닷가 사람들은 섬진강 뱃길을 따라 수산물을 갖고 올라왔습니다. 보부상들도 생활용품을 가득 갖고 화개장터로 모여들었지요..
본격적으로 장터 구경을 해보겠습니다.. 내륙의 산물들이 쭈욱 진열되어 있습니다.. 지리산자락에서 나온 약초도 있구요.. 산촌에서 채취 하거나 농촌에서 농사를 지은 것들이 보입니다.. 워낙 종류가 많아서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힘드네요.. ㅎㅎ .. 그중에서도 '겨우살이' 라는 것이 특히 낯설어서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정해진 용량이 비닐팩에 담겨 있는 것이 깔끔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장터 모습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죠? .. 관광객이 와서 사진만 찍고 물건 안 산다고 구박도 받네요.. ^^;; .. 사람들이 정겹게 어울리는 시골 오일장의 모습보다는 하나의 관광지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아쉬움도 듭니다..
저는 이게 인상적이더군요.. 매생이 말린것이라고 합니다.. 매생이는 바다에서 나는 해초입니다.. 파래랑 비슷한 거.. 이렇게 섬진강 수운을 따라서 내륙과 바다가 연결되어 물물이 교환된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화개장터 노래에도 나오지요.. '광양에선 삐걱삐걱 나룻배타고 산촌에선 부릉부릉 버스를 타고 사투리 잡담에다 입씨름 흥정이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집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 봄나물도 갖고 나와서 팔고 있구요.. 냉이와 쪽파만 이름을 알겠네요.. ㅋㅋ .. 봄나물의 지존은 냉이에요.. ^^
위에 사진은 하수오입니다.. 하씨성을 가진 사람이 먹고 하얀 머리가 검게 되어서 하수오라고 합니다. 인삼, 구기자와 함께 3대 명약으로 꼽히는 것입니다.. 아래는 더덕, 마, 도라지 등입니다..
어디선가 신나는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저 뒤에 빨간 옷 입은 아주머니는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시고.. 주변 아주머니들은 노래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좋아라 하시구요.. 그래.. 이런게 있어야 장 구경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지.. 그럼.. 밝은 표정의 아주머니를 보니.. 저도 괜시리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우후.. ^^
장 구경은 계속 됩니다.. (장 구경 하니.. 홍콩 영화배우 고 장국영이 생각나는 불편한 진실.. ㅋㅋ) 즉석 뻥튀기..
녹색통에 든 것은 고로쇠이구요.. 오른쪽 빨간색 통은 매실이구요.. 고로쇠는 물보다 흡수가 빠르고, 배출도 빠르기 때문에 몸의 독소를 빼내는데 이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로쇠 수액 뒷맛이 달치근하지요.. 제가 올해 우연찮게 고뢰쇠 수액을 좀 마셨지요.. ㅋㅋ .. 고로쇠는 허가 된 사람만 채취가 가능합니다.. 산에가서 마구 뽑아대면 안되요.. 매실은 근처에 매화마을이 있을 정도니.. 파는 것이 자연스럽지요..
느릅나무.. 오른쪽은 토란
도자기, 항아리 등도 팔구요..
대장간 구경이 재밌더군요... 대장장이가 쇠를 담금질하면서 하나의 도구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 대장장이의 구슬땀이 담긴 세찬 담금질 속에서 쇠는 더욱 단단해 질 것입니다. 사진 속 망치질 하는 탁수기 할아버지는 대장장이로 5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망치소리는 청아하게 들립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소리는 대장간 앞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봄날이니 꽃나무도 심어봐야겠지요.. 가격 흥정하려는 손님이 오고.. 아주머니는 손님에게 다가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쁜 나무가 팔렸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어제 4월 5일 식목일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빨간날 공휴일이었는대.. 공휴일에서 빠진게 아쉽네요.. 나무 심는게 얼마나 중요한대.. ㅋㅋ
하동군 관광안내소
문화多방 .. 여기가 재밌는 곳이더구만요.. 화개장터 문화다방은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뭐인고하니..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의 줄임말입니다.. (이름 참 기가막히게 지었네요.. ).. 전통시장에 문화적 숨결을 불어 넣어 활성화 시키자는 것이겠지요..
실내가 깔끔하게 잘 정돈 되어 있었습니다.. 따로 입장료 있는 것은 아니구요.. 편안하게 둘러보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전시물도 둘러보구요.. 아직 홍보가 잘 안되었나 봅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장터에서 나와 섬진강가로 향해봅니다.. 삼거리 이정표가 나오는군요.. 오른쪽으로 가면 경상남도 하동.. 왼쪽으로 가면 전라남도 구례 .. 쌍계사는 화개장터에서 약 5㎞ 정도 거리에 있구요.. 요즘 선거철이다 보니 .. 지역감정 문제가 들석이고 있습니다.. 하동과 구례 경상도와 전라도가 하나로 모이는 화개장터 속에서는 지역간의 악감정이 풀어져 화합으로 이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
섬진강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은한 아름다움 .. 캬~
5월달에 하동에서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립니다.. 하동에도 녹차가 있어? 하는 분들도 있으신대요.. 우리나라 녹차재배의 원조가 하동입니다.. 하동의 녹차는 '야생' 이라는 말에 걸맞게 지리산 자락에서 생생하게 재배가 되고 있습니다.. 화창한 5월 하동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화개천변을 따라 녹차밭이 이어집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십리길이 벚꽃으로 쭈욱 이어집니다.. 봄날 이보다 멎진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화려함과 은은함을 함께 갖고 있는 쌍계사 십리 벚꽃길을 걷고 있노라면 ..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ㅎㅎ
사진은 3월말인지라 벚꽃이 아직 안 핀 상태구요.. 하동군청 홈페이지에 가면 벚꽃개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4월 5일자 현황을 보니.. 절반 정도 핀 것 같더군요.. 신문기사로는 10일 되야 만개 할 것 같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