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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둘레길 - 서울파노라마로 즐기는 도심 속 쉼터

남산은 서울의 중심이다. N서울타워 광장에는 서울 중심점이 있다. 이곳이 중심이라는 얘기다. 남산이 서울의 중심이란 사실은 남산을 올라보면 안다. 북쪽으로는 북한산, 남쪽으로는 관악산이 크게 아우른 가운데 서울이 동심원을 그리며 자리한다. 그 도심을 한강이 유유히 흘러와 남산을 감싸고 돌아간다.
  
당당한 서울의 중심
그러나 남산이 본래 서울의 중심은 아니었다. 조선 개국과 함께 한양이 도읍지가 되었을 때, 남산은 그저 남쪽을 지키는 요새였다. 당시 북악산 기슭에 궁궐을 짓고 바라보니 남쪽에 산이 있어 남산이 됐다. 이 산은 한양의 안쪽에 자리한 4개의 산(내사산) 가운데 하나여서 산 위에 성을 쌓고 봉수대를 설치, 도성 방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겼다. 그랬던 산이 오늘날에 와서는 당당히 서울의 중심이 된 것이다. 근대 이후 서울이 급팽창하면서 도성의 중심을 꿰찬 것이다.
 
서울의 중앙에 남산이 있고, 그 산 꼭대기에 타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그러나 그저 바라만 보는 대상에 그쳤다. 언제나 볼 수 있는, 너무 흔한 풍경 그 자체였던 것이다. 또한, 도심 한복판에 솟은 산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보통 산이라고 하면 자연이 있고, 넉넉한 쉼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산은 규모도 작고, 산의 높이와 맞먹는 빌딩숲에 들어앉아 있어 자연적인 쉼터 기능을 상실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천만에 말씀이다. 남산 둘레길이 열린 후 남산을 한 바퀴 돌아본 이들의 한마디는 ‘우와 이렇게 좋았나?’다. 도심 복판에 이렇게 아늑한 쉼터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것이다.
 


남산도서관에서 N서울타워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남산공원’ 이정표. 이곳에서 남측순환로를 따라 1.8km 올라가면 N서울타워다.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걷는 길

남산 둘레길은 N서울타워를 기점으로 남산을 한 바퀴 돈다. 이 길은 본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조성됐다. 그러나 남산의 공원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걷는 길로 바뀌고 있다. 북측순환로는 ‘웰빙조깅메카길’로 불리며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남측순환로도 2011년 5월부터 순환버스만 통행할 수 있다. 걸어서 남산을 만나려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남산 둘레길로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통 명동역과 동대입구역, 서울역 등 지하철 거점이 되는 곳이 많이 이용된다. 남산 둘레길로 가는 진입로는 공식적인 것만 15개다. 이 가운데 가장 사랑을 받는 곳은 명동역과 동대입구역 기점이다.
 
명동역 1번 출구에서 소파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남산도서관이다. 남산도서관에는 지붕에 천문대 모양의 돔이 있는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과 안중근의사기념관 등이 있다. 이곳에서 나무데크로 조성한 계단을 따라 잠두봉 포토아일랜드를 거쳐 N서울타워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남산 둘레길은 남산공원 입구에서 남측순환로를 따라간다. 이 길은 자동차 도로 오른편에 보행자를 위한 인도를 조성해 놨다. 아스팔트에 쿠션이 있는 우레탄을 깔아놔 걷기 편하다. 남산공원 입구에서 N서울타워까지는 1.8km. 꾸준한 오르막길을 30분쯤 걸어가야 한다.
 
N서울타워는 남산의 정상이자 케이블카의 종착점이다. 이곳에서 서울의 남쪽 조망을 즐긴다. 데크 전망대에 걸려 있는 수만개의 사랑의 열쇠도 볼거리다. 또 서울의 중심점도 확인한다. N서울타워에서 둘레길은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이제부터 북측순환로와 만나는 국립극장 입구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다.
 
N서울타워 주차장에서 10분쯤 내려오면 전망이 탁 트인 곳이 나온다. 남측포토아일랜드가 있는 이곳이 남산 둘레길에서 조망이 가장 탁월하다. 봉긋하게 솟은 남산 위에 하늘을 찌르며 서 있는 N서울타워의 모습이 아름답다. 산 아래 후암동 주택가의 오밀조밀한 집과 골목도 정겹다. 남쪽 멀리 바라보면 한강 너머 관악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남측포토아일랜드에서 바라본 후암동의 주택가와 서울의 남서쪽 빌딩숲. 남측포토아일랜드는 남산 둘레길 가운데서 전망이 가장 좋다.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의 모습
남측포토아일랜드를 지나서도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좋다. 남산야외식물원을 지날 때는 훤칠한 키의 소나무들이 반긴다. 남산 소나무 군락지다. 금강소나무에 비해 등걸이 조금 굽은 감이 있지만 운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적당히 굴곡진 모습이 세월을 말해주는 듯하다. 솔숲을 뒤로 하고 10분쯤 걸어가면 국립극장 갈림길이다. 여기서 남측순환로와 북측순환로가 나뉜다.
 
북측순환로는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오로지 걷는 사람들을 위해서 길을 꾸몄다. 웰빙조깅메카길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도 붙였다. 그러나 걷는 느낌은 아주 좋다. 뛰거나 걷거나, 혹은 반대편에서 걸어와도 크게 번잡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넘친다. 특히, 코너를 돌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의 모습이 볼거리다. 금방 한강을 본 것 같은데, 어느새 종로의 타워들이 반긴다.
 
장충체육회를 지나면 지름길이 나온다. 석호정국궁활궁터를 거쳐 1.3km를 크게 돌아가는 길을 단 100m로 가로지를 수 있다. 선택은 걷는 자의 몫이다. 갈림길에서 데크로 된 계단을 오르면 N서울타워로 갈 수 있다.
 
남측순환로가 남산 정상을 향해 꾸준하게 오르는 길이라면, 북측순환로는 남산의 허리를 감싸고 돌아간다. 도심권에 접해 있어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길들이 많다. 겨울에는 그늘이 많아 조금 추운 감이 있지만, 녹음 짙은 계절에는 숲 그늘만으로도 충분히 휴식을 줄 것처럼 보인다. 남산1호터널 위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남산을 오르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그 한 쪽에 와룡묘가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대단한 책략가 제갈공명을 기리는 사당이다. 와룡은 제갈공명의 호다.
 
와룡묘를 지나면 북측순환로의 종점이 가깝다. 한옥으로 멋스럽게 지은 목멱산방을 지나면 메카길 종점이다. 명동에서 올라온 차량의 행렬이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300m쯤 올라가면 남산도서관이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명동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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