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호두는 묘한 매력을 가진 열매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보드라운 알맹이지만, 그 알맹이를 먹기 위해서는 껍질을 까고 또 까야 합니다..
껍질은 또 단단합니다.. 쉽게 깨지지도 않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호두를 깬다고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치과의사만 좋은 일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호두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좋은 것만을 전해주는 호두입니다..
저는 지금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에 와 있습니다.. 무풍은 현재 행정구역으로는 무주군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의 무주와는 국적이 달랐습니다.. 무풍은 신라의 땅이요, 무주는 백제의 땅이었지요.. 그만큼 풍토가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백제와 신라의 경계라는 나제통문을 지나 무풍 일대로 들어옵니다..
무풍면은 사과와 호두의 고장입니다.. 가는 곳곳마다 사과나무와 호두나무가 안 보이는 곳이 없습니다.. 지금쯤이면 한창 사과를 수확하고 있겠군요 .. 물론 오늘의 주인공 호두도 수확을 하고 있을 것이구요 .. 사진 가운데 트럭하나가 보입니다.. 트럭위에 평평한 땅에서 있는 나무는 사과나무이고, 그 위에 산사면에 있는 것은 호두나무입니다..
호두나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주변에는 고개숙인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올해 봄에 강원도 철원에서 모내기 체험을 했었는데.. 어느 덧 가을로 접어들의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군요.. 시간이 빠릅니다..
처음 사진에서 본 하얀 트럭있는 곳까지 오니, 어르신 한 분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장대를 이용해서 호두를 따고 있었습니다.. 나무 높은 곳에서 자란 호두를 장대로 툭 치면, 나무 아래로 호두가 떨어집니다.. 그것을 찾아서 담는 것입니다.. 어설픈 도시총각이 보기에 호두 따는 재밌어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잠시 후 .. 상황은 달라집니다... ㅋㅋ
사과 과수원을 지나 호두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가에 대추나무가 있습니다.. 거의 10년전 쯤에 .. 저희집 마당 한켠에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대추가 풍성하게 달리곤 했었는데, 어느순간 병이 들더니.. 다시는 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인지 대추나무를 보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대추나무 주인 없다고 대추 따면 안되요 ..
호두나무에 가까이 왔습니다. 호두나무는 추위에 약한 편입니다.. 연평균기온이 11~13℃ 되는 곳이 호두 재배에 적합한 온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황해도 이남지역에서 호두나무가 자라는 것입니다.. 원산지가 지금의 페르시아지역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호두나무 뿌리는 심근성입니다.. 그래서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 되고, 유기질이 많은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산성토양을 싫어 합니다. 여름철은 서늘하고, 겨울에는 온화한 산간지방으로 비가 적게 오는 곳이 호두 재배에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주, 영동, 김천, 천안 등에서 호두가 많이 생산됩니다..
갑자기 왠 안테나? 라고 하시겠군요 .. 이것은 안테나가 아니고 .. 호두를 따기 위한 도구입니다.. 낚시대 모양의 1m 남짓의 막대를 쭉 펴면 10m가 넘는 호두 수확기구가 됩니다.. 끝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호두 가지를 잡고 당기면, 호두가 떨어집니다.. 호두, 잣 같이 높은 나무에서 자라는 작물을 수확하는것이 쉽지 않겠다는 것을 느낍니다.. 감사히 잘 먹을 뿐이지요 ..
호두 수확 장면 ..
이것이 호두열매입니다... 어라 .. 우리가 알고 있는 황토빛의 호두와는 다른데? 하는 분들도 있으시겠군요 .. 호두는 겉껍질과 속껍질이 있습니다.. 겉껍질은 보시는 바와 같이 초록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초록색의 겉껍질을 벗겨내면, 황토빛의 호두가 나타납니다...
동양에서는 호두의 겉껍질은 하늘을, 속껍질은 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껍질 속의 알맹이는 사람을 상징하구요.. 서양에서는 호두를 비롯한 견과를 맺은 나무를 쥬피터신이나 제우스신에게 바쳤다고 할 정도로.. 호두는 동서양 모두 귀한 열매로 대접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호두를 중세 사람들은 악령이 깃든 나무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호두나무에서 독한 물질이 나와서, 주변의 식물들을 말려 죽인다는 것이지요 .. 이것은 악령이 깃든 것이 아니고, 호두나무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호두나무는 잎이 넓게 퍼집니다... 그러면 그늘이 짙게 드리워 질 것이고, 호두나무 주변에 있는 작은 식물들은 빛을 보지 못해 말라 죽게 되는 것이지요..
호두알의 크기를 짐작해보시구요.. 호두 열매가 새의 알 같기도 합니다..
호두의 겉 껍질을 벗고, 속 껍질이 나왔습니다.. 초록색의 겉껍질은 쉽게 벗겨집니다..
호두는 생명과 불멸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결혼식날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좌석 주위에 호두를 뿌렸습니다.. 지금도 이탈리아의 결혼식에서는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신랑, 신부에게 호두를 던진다는군요 .. 이탈리아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식이 끝나면 폭죽과 함께 꽃, 색종이를 던지는데, 이것이 호두를 던지는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아~ 나도 호두로 맞고 싶다... ㅋㅋ
방금 나무에서 수확한 호두가 가득입니다.. 이 호두는 포대에 담겨서 무게를 측정합니다.. 농협에서 수매를 하게 되지요.. 바로 판매에 들어가기도 하고, 저온 창고로 들어가 보관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호두가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 천안 광덕사에 최초로 호두나무를 심었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4세기말에 중국에서 들어왔으리라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신라시대 민정문서(755년, 경덕왕 14년)에 호두나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조선시대에 호두에 관한 기록을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농사직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임원경제지, 목민심서 등의 책에 호두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호두가 살이 찌게 하고, 몸을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합니다. 또한 폐의 기운을 모으고, 해수와 천식을 다스리며, 신장을 보하고, 요통을 고친다고 적혀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스티브 G. 프랫이 쓴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에 호두가 등장합니다.. 책에서는 호두가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일주일에 호두 몇 알씩 먹는 것 만으로도 심장마비 효과를 51%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요.. 호두 농사 짓는 분이 말씀하시길 .. 하루에 3개 이상은 먹지 말라는군요 ..
호두나무 아래로 사과 과수원이 보이는군요 .. 호두는 열매만 유용한 것이 아니고, 나무도 좋은 목재로 사용이 됩니다.. 호두나무는 질감이 단단하고 색이 아름답습니다.. 단단하지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에 가구에 많이 사용됩니다.. 가구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나무라는군요 ..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일본군이 호두나무를 이용하여 총의 개머리판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일본에 호두나무가 남아나질 않았다네요..
호두나무에 농약을 칠 일이 거의 없기에 .. 생명이 살아 숨쉽니다.. 청개구리가 폴짝 .. ^^
호두나무 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군요 .. 유럽에서는 호두나무 잎과 관련 된 전설이 전해지는데요.. 성모마리아가 베둘레햄으로 가는 도중에 비가 내렸는데, 호두나무 잎이 비를 막아주었다고 합니다.. 호두와 관련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면 유럽에서 호두와 관련 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위에서도 결혼식날 호두를 던지는 것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유럽에서는 사랑 관련해서도 호두가 역할을 하더군요..
유럽의 만성절(萬聖節 .. 성인대축일 .. 모든 성인들의 완전한 덕과 위대함을 찬미하는 축일) 때 호두를 가지고 사랑 점을 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불 속에 호두를 던집니다.. 호두가 터지는 정도에 따라,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오스트리아에서는 신혼부부가 첫날밤에 호두를 불 속에 던진답니다.. 조용히 타면 결혼생활이 평탄한 것이고, 튀면 좀 시끄럽겠구나 생각한다는군요 .. 로마인들은 호두가 딱딱한 껍질 안에 있기에, 호두를 생명과 불멸의 상징으로 여겼구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결혼식 등 중요한 날에는 풍요와 자손번영의 상징으로 호두나무를 헌정했었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월대보름에는 부럼으로 호두를 깨뭅니다.. 그리고 껍질을 밖에다 버리지요.. 그러면 한 해 부스럼을 앓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습니다.. 부럼을 깨물 때 나는 소리에 부스럼 귀신이 도망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호두를 알면 알수록 호두라는 열매가 대단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단순히 호두과자, 호두파이로 먹기만 하는 열매가 아니라는 것이죠.. 소변도 잘 보게 해주고, 기침과 가래의 치료에도 좋고, 부스럼 치료에도 좋구요.. 더 나아가서는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발달, 어르신들의 치매예방에도 좋은 열매입니다.. 호두의 기름은 여자들의 피부, 아이들의 아토피 치료에도 도움을 주구요 ..문제는 좋은 호두를 찾는 일인데.. 외국산 호두는 알맹이만 들어와서 기름기가 빠지고 퍽퍽합니다.. 수입산은 법적으로 딱딱한 껍데기체로 들어올 수 없다는군요.. 그래서 알맹이만 들어온다는 .. 배타고 먼거리를 오기 위해서 어떤 처리를 했을지도 의문시 되구요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로서의 호주가 필요할 때입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 나는 국내산 호두가 제일 좋겠지요 .. 얼마전에 다녀 온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일대의 호두 농장에서 호두도 따보고, 먹어도 보면서.. 우리의 호두에 대해서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답니다.. 혹시 무주 호두가 더 궁금하시다면 http://www.mujuhodu.com/ 를 찾아주시면 될 듯 합니다.. 생명, 불멸 ..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담긴 호두 .. 특히 대한민국 호두를 많이 먹어야겠다 다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