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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특산물이었기에 더욱 존귀했던 귤과 포도 신하에게 내려준 귀한 하사품 ‘과일’
15-03-22 14:23

유교적 왕권이념에 투철했던 조선시대, 전 국토와 백성의 주인은 왕이기에 백성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의 특산물을 궁궐에 올렸다. 왕은 그것으로 종묘에 신위(神位)를 올리고 하사품을 신하들에게 내렸다.
효종은 10세부터 약 6년간 윤선도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 대전·내전·세자전에서는 사계절 여러 가지 물품을 윤선도의 집에 내려 보냈다. 이때 하사품에는 곡류, 소금(鹽)을 비롯해 과실류·어류·건어물·후추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전약(煎藥)·어만두(魚饅頭)·전복숙(全鰒熟)·홍합초(紅蛤炒)·추복탕(搥鰒湯)·편육(片肉)·향온주(香醞酒) 등 음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영·정조 때에 살며 규장각(奎章閣)의 검서관(檢書官)을 지냈던 이덕무(1741~1793)는 일찍부터 중국여행을 통해 많은 견문을 넓힘으로써 학문의 범위가 넓어 많은 저서를 남겼다. 『선고적성현감 부군연보(先考積城縣監府君年譜)』에 검서관으로 있는 동안 임금으로부터 하사 받은 식품을 기록했는데, 생선으로는 웅어·소어·산게·청어·전복·석수어·문어·대구·준치·뱅어·가오리, 과일은 당유자·생률·산귤·곶감·유자·밀감, 기타 호초(후추 또는 후추의 껍질)·통계피가 있었으며, 고기로는 양고기·쇠고기 산적 등을 받았다.

귀한 특산물이었기에 더욱 존귀했던 귤과 포도
조선시대에는 국가기관에 필요한 과일을 조달했던 관청으로 장원서(掌苑署)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일은 철따라 나온 햇과일을 사당이나 신전에 정기적으로 올리는 천신(薦新), 종묘와 왕실의 각전(各殿) 및 주요 국가기관에 정기적으로 과일을 올리는 공상(供上)·진상(進上)등이 있었다. 특히 주목할 과일은 귤이었는데, 귤은 겨울철에 제주와 전라도 남쪽에서만 생산되니 궁궐까지 오기에 가장 힘든 품목이었다.
귤은 1392년(태조 1) 공부상정도감(貢賦詳定都監)에서 공물을 정할 때 별공(別貢)으로 규정되었고, 국가에서 필요한 감귤류는 모두 제주의 공납으로 하니 제주에서의 민폐는 계속 이어졌다. 감귤은 뇌물 품목에 들어가기도 하여, 숙종 때에는 성균관에서 유생들에게 귤을 나누어 줄 때 서로 차지하려고 잡고 빼앗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포도도 귀한 과일로 대접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먹포도인 마유(馬乳)포도와 청포도인 수정포도 등은 전문적으로 재배하기보다는 개인의 집 정원이나 궁궐 혹은 관청 정원에 심는 정도였다. 1411년(태종 11) 8월에 검교참의(檢校參議) 박승(朴昇)이 포도를 바치자 쌀 5석을 내렸던 것에서 보듯 당시 포도의 가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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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잔치에 빼놓을 수 없던 과일, ‘배’
궁중잔치에서 음식을 가장 많이 차린 진찬상은 45~50㎝나 되는 고배상이다. 그중 반은 과일이 차지하는데, 생과일인 배·귤·밥·유자·석류와 마른과일인 대추·황률·잣·호두·곶감, 그리고 중국에서 온 과일인 예지·용안이 있으며, 생과와 건과로 만든 숙실과인 율란·조란·대추초·과편·정과(배·산사·유자·모과·청매·왜감자), 화채와 수정과(유자·오미자·산사·앵두)들로 꾸며 올렸다.
궁중에서는 과일 중 배를 많이 사용했으며, 배숙은 배로 만든 대표적인 궁중 음료로서 생강물에 배와 꿀을 넣고 끓여 만들었다. 쌀쌀한 가을부터 추운 겨울까지 마시며 기관지를 보했던 약선 음료였다.
배는 고기요리를 할 때 갈아 넣어 고기를 연하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양념할 때 쓰고, 김치를 담글 때, 시원하고 달콤한 국물을 더 내고자 할 때도 쓰였다. 특히 고종은 밤참으로 배를 많이 넣어 담근 배동치미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달콤하고 시원한 동치미국에 육수를 더하고 메밀국수를 말고서는, 그 위에 숟가락으로 쪽배처럼 수저로 떠낸 배를 하얗게 덮었다. 고종은 단 음식과 채식을 선호한 왕으로, 수라간 상궁들은 겨울이면 국수를 만들 육수를 위해 따로 배동치미를 담글 정도였다. 야심한 밤, 여느 동치미보다 훨씬 단 배동치미국수를 먹으며 고단했던 하루의 시름을 잊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사진 궁중음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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