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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장수와 번창을 염원하는 ‘궁중 고배상’
15-03-22 14:44

궁중잔치는 많은 손님을 초대해 즐거운 연회를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게 하는데, 초대받은 손님과 참여한 종사자 모두가 차등을 두어 상차림을 다르게 받는다. 왕과 왕족에게는 음식수도 많고 음식을 높이 고인 ‘고배상’을 올리고, 손님들에게는 사찬상을 올렸다. 잔치에 올렸던 음식은 품목씩 포장되어 가자(들 것)에 실어 종친과 신하들인 양반가에 전해지고, 반가들은 궁중의 과자와 떡을 먹어보고 그대로 만들어 먹게 되므로 나름대로 궁중음식법을 습득하고 은연중 자랑으로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음식의 발달은 상류층에서 더욱 이루어지고 그 영향은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니 현재 궁중음식법은 그렇게 일반 대중 속에 전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왕실의 장수와 번창을 염원하는 ‘고배상’
궁중의 연회는 규모와 의식절차에 따라서 진풍정(進豊呈)·진연(進宴)·진작(進爵)·수작(受爵) 등으로 부른다. 의궤기록에서 보면 고배상을 올린 잔치의 횟수와 각 잔치마다 차린 음식의 가짓수와 높이, 상화(床花, 종이로 각종 꽃을 만들어 음식에 꽂는 것)의 종류와 개수 등을 알 수 있는데, 순서를 보면 음식을 준비하는 장소·책임자·행사일정, 상차림의 종류, 상차림에 쓰인 식기와 상이 기록되어 있다. 상차림마다 받는 대상을 적었고 그 아래 음식명이 나오고, 음식명 밑에 작은 글씨체로 고임 높이, 음식에 쓰인 식품 재료명과 분량이 적혀 있다.
의궤 찬품 조에 제일 먼저 나오는 상차림은 주인공인 대왕대비를 시작으로, 대전·중궁·세자·세자빈 순으로 적혀있다. 이들에게 올리는 상차림에는 음식 가짓수가 40~70기에 이르며, 높이도 1자 3치~1자 9치(39~57㎝)로 규모가 큰 고배상이다. 수십 가지의 고임새 음식은 ⅔정도가 떡과 과자, 과일로 여러 가지 색깔과 문양을 새겨 쌓고 그 위에 종이로 만든 꽃(상화)을 꽂는다. 이러한 큰 상은 만백성의 염원인 왕실의 장수와 부귀, 번창을 보여주는 최고의 선물을 올리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궁중잔치 때 음식을 높이 고이는 고배상으로 왕실의 위엄과 화려함을 드러냈다.
섬세한 기교로 빚은 예술적 경지의 ‘고배상’
상차림 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각색병(各色餠)’은 밑에는 편편한 떡을 쌓아 올리고 위에는 작고 예쁜 웃기떡을 올린 고임떡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1795년)』에 나온 각색병은 팥메시루떡·꿀편·백편·승검초편·쑥편 등의 시루떡과 웃기떡으로 송기떡·석이단자·승첨초단자·건시단자·흰주악·황주악·색산승·잡과편·생강편 등을 쌓아 올렸다.
또한 궁중의 과자류 중 다식·강정·빙사과·정과 등은 원래 색을 띤 재료나 각색 물을 들여 만든 과자로 색과 문양을 놓으면서 높이 고인다. 그냥 높이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祝)·복(福)·수(壽) 등의 글자를 넣고 또 색의 배합 또한 나선형으로 혹은 좌우대칭으로 엇갈려 조화롭게 쌓아 올렸다.
떡 다음에는 약과류가 나오는데, 대약과·다식과·소약과·만두과가 있다.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 술을 넣고 반죽하여 틀에 찍어 참기름에 튀겨내어 꿀에 담갔다 꺼내는 과자이다. 달고 기름지고 입에서 녹는 과자이니 당시 가장 맛있는 과자일 것은 분명하다. 또한 유과류도 다양하다. 유과는 찹쌀을 씻지 않고 그대로 두어 삭혀서 깨끗이 씻은 후, 가루를 내어 술을 넣고 버무려 쪄서 떡 반죽을 만든다. 그리고 절구에 무수히 쳐서 가는 실이 흐르는 것처럼 되면 꺼내어 얇게 반대기를 만들어 작게 모양을 만든다. 형태는 크거나 작게, 또 쌀알 크기로도 만들어 말려 두었다가 끓는 기름에 넣어 부풀어 오르게 튀긴다. 튀겨진 과자를 꿀이나 조청을 발라 고물을 가지각색으로 묻힌다. 밥알튀김(세반)·흰깨·검정깨·송화가루·파래가루 등을 고물로 쓴다. 일반적으로 산자라 하는데 연사과·요화과·매화과·강정으로 부른다.
다식류는 곡물가루·꽃가루·전분류·씨앗 등을 가지고 있는 색 그대로 아니면 물을 들여 꿀로 반죽하여 수복강령(壽福康寧), 부귀다남(富貴多男) 등이 새겨진 문양틀인 다식판에 찍어 내어 5~7가지 색다식을 정렬된 문양을 나타내면서 쌓아 올린다.
과일은 건과와 생과 두 가지이다. 건과로는 황률·잣·대추·호두·곶감이고, 생과는 배·유자·밤·석류 등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에서 수입된 용안이나 예지도 올렸다. 중국에서 온 것으로는 팔보당·인삼당·오화당·민강·귤병 등 사탕종류도 있다.
고배상은 넓은 찬탁에 청홍의 구름무늬가 있는 비단보를 덮고 각가지 화려하게 모양을 낸 음식들이 높이를 가지고 입체적으로 세워졌을 때, 그것을 바로 보는 이들은 섬세한 기교가 돋보이는 조형물로 예술적 경지라고 감탄하게 된다. 궁중의 잔치는 궁중음식을 더욱 고도의 기술로 발전시키는 기회를 마련하고 예를 근본으로 하는 의식에서 쓰인 것이기에 한국 최고의 음식문화를 갖춘 자랑할 만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사진 궁중음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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