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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등속 반찬하는이야기
15-03-27 17:55

 
“가물치 살을 발라 술에다가 빨고 좋은 유장에 주물러서 아랫목에 개를 덮 넣어 덮어 두었다가 먹으라”“, 전복을 돈짝만치 저며 좋은 간장을 안동하여 짠지를 담되...”“좋은 고추를 실같이 오리고 달걀을 잘 부쳐 또 실같이 오리고 하여서 두가지를 잘늠작하게 잘라서 인절미에다가 털같이 색을 섞어서 부치고...”“북어대강이 하여 먹는 법은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 술술어져 관불에 바싹 말려 먹으라”. 이 낯선 조리법들은 100년 전 청주 식생활 문화를 기록한『반찬등속』1)에 실린 조리법들이다.
『반찬등속』겉표지 제일 오른쪽에는 문자책이라고 쓰여 있고 그 옆으로‘계축납월 이십사일’이라고 쓰여 있는데 지금으로 말하면 1913년 12월 24일로 이는 이 책의 간행연대로 보인다. 그러니 올해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책 표지의 왼쪽편에는 이책이 어떤 책인지 알려주는데‘반찬 하는 것을 엮은 책’이라는 뜻의 한자어‘찬선선책饌饍繕冊’,‘반찬을 만드는 일 등’으로 해석되는 고 한글‘반찬하난등속’이라고 쓰여 있다.
『반찬등속』의 저자는 책 뒤표지 안쪽에 적힌‘청주서강내일상신리’라는 문구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상신리는 현재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의 옛 마을이라, 이 마을에 살던 누군가가 썼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요리책이고 한글로 쓰여진 점,‘아버님께 글을 올리옵니다.’라는 편지글이 친정아버지께 올리는 글로 보여 상신리에 살던 한 집안의 며느리가 쓴 걸로 보인다. 상신마을은 청주시의 서북쪽에 위치한 마을로, 당시 진주 강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던 곳이다. 따라서 저자는 시기와 정황상 진주 강씨 며느리인 밀양 손 씨인 것으로 추정된다.
01 『반찬등속』겉표지 제일 오른쪽에는 문자책이라고 쓰여 있고 그 옆으로 계축납월 이십사일 이라고 쓰여 있는데 지금으로 말하면 1913년 12월 24일로 이는 이 책의 간행연대로 보인다 02 책 뒤표지 안쪽에 적혀있는‘청주서강내일상신리’라는 문구. 상신리는 현재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의 옛 마을이라 이 마을에 살던 누군가가 썼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03 『반찬등속』에 소개된 음식 중 전복짠지와 과주.
『반찬등속』은 30장에 걸쳐 김치류, 짠지류를 비롯해 안주류, 과자, 떡, 술, 음료 등 46가지 음식이 종류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이 쓰여있다. 김치류는 7가지 : 무김치, 깍두기①, 깍두기②2), 오이김치①, 오이김치②, 고추김치①, 고추김치②/짠지류 10가지 : 짠지, 무짠지, 고춧잎짠지, 마늘짠지, 파짠지, 박짠지, 콩짠지, 북어짠지, 전복짠지/안주류 8가지 : 참등나무순·토란줄거리, 북어무침, 북어대강이, 가물치회, 오리고기, 육회, 전골지짐, 만두/과자류 6가지 : 산자, 과줄, 중박기, 주악, 박고지, 정과/떡 8가지 : 증편, 백편, 꿀떡, 곶감떡, 화병, 송편, 염주떡, 약밥/음료 2가지 : 수정과, 식혜/술3가지 : 과주, 약주, 연잎술/기타 2가지 : 고추장 맛나게 먹는 법, 흔떡을 오래두려면 등이다.
음식내용에서 알 수 있듯 봉제사奉祭祀접빈객接賓客을 위한 음식이다. 옛날 며느리는 손님이 갑자기 와도 밥상을 차려야하니 밑반찬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했을 것이고, 제사를 받들기 위해 술을 빚어야 하고 안주류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또 집안 대소사에 쓰일 과자, 떡 등을 마련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일상적인 음식은 접어두고 집안에서 전수되는 특별한 음식들을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다.
나는 고향이 충북인 음식연구가로서 타 지역의 화려한 음식문화를 이야기 할 때면 기가 죽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반찬등속』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우리 지역의 음식문화를 기록에 근거하여 자랑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반찬등속』에 기록된 낯선 조리법을 실제로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11월 27일부터 3개월간 충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청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궁금한 분들의 관람을 기다린다.
‘문화재 사랑과 만나다’코너는 독자 여러분이 만드는 코너입니다. 
여행에서 만난 문화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 우리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박물관 기행 등 문화재와 관련된 독자 여러분의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해진 주제는 없으며 문화재에 관한 소중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언제든지 보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양식에 맞는 원고와 사진을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와 
함께 보내주세요.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글·사진. 지명순 (영동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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