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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내다보는 인내의 나무 소백산 주목 군락
15-03-29 21:53


지정번호 : 천연기념물 244호
소 재 지 : 충북 단양군 가곡면 소백산 등산길 643
(어의곡리)
지 정 일 : 1973년 6월 20일
학 명 : Taxus cuspidata
해발 1,430m에 펼쳐진 4,000여 그루의 주목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을 타고 점봉산, 함백산,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태산준령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런 명산의 꼭대기에는 어디에서나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다소곳이 우리를 맞아주는 정겨운 나무가 있다. 바로 늙은 주목들이다. 비틀어지고 꺾어지고 때로는 속이 모두 썩어버려 텅텅 비어버린 몸체가 처연하다. 부실한 몸으로 매서운 한 겨울 눈보라에도, 여름날의 강한 자외선에도 의연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굵기가 한 뼘 남짓하면 나이는 벌써 수백 년을 넘나든다.
주목의 삶의 터전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천연기념물 제244호 소백산 주목 군락(群落)과 전북기념물 제2호 덕유산 주목 군총(群叢)이다. 그 외 고목나무로는 천연기념물 제433호 정선 두위봉 주목이 있다. 여기서는 소백산에 자리 잡고 있는 주목 군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소백산은 최고봉인 비로봉이 표고1,439m에 이르는 대표적인 한국의 고산이다. 동쪽으로 국망봉, 서쪽으로 연화봉을 거느린 긴 산등성이는 웅장하면서도 완만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찾는 이를 편안하게 맞아준다. 소백산 주목 군락은 비로봉의 북쪽완경사면, 약간 오목한 지형에 충북 단양 쪽으로 약 33ha(329,310㎡)의 면적에 걸쳐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지정구역 이외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지역까지 포함하면 전체 96ha에 걸쳐 주목이 있다. 2007년 문화재청 조사결과로는 군락지 안에는 3,798그루가 자란다고 한다. 나무 나이는 200~800년에 이르며 평균 350년이다. 가슴높이 둘레 38~98cm가 가장 많고 아주 어린나무도 있다. 평균 키 6m로서 가장 큰 나무도 10m 남짓하다.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대지를 꽁꽁 얼리는 낮은 온도가 키 자람에 영향을 준 것이다.
원래 주목 군락은 숲의 가운데 자그마한 옹달샘 하나를 두고, 부족한수분도 보충 받고 동물들에게 목을 축이게도 해주는 넉넉함이 있었다. 다만 삶의 터전에는 다른 나무를 들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모여 오순도순 순림(純林)을 이루고 살았다. 그러나 못된 사람들의 손을 타면서 베어가 버린 공간에 다른 나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목 이외에도 복자기, 고로쇠나무, 부게꽃나무, 전나무, 마가목, 함박꽃나무, 귀룽나무, 병꽃나무, 미역줄나무 등이 섞여 자란다. 늙은 주목들과는 달리 이 나무들은 대부분 젊고 건강하다. 그대로 두면 군락의 주인인 주목이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목 이외의 다른 활엽수를 부분적으로 도태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목 군락의 위쪽 넓은 초원에는 1990년대 중반 산림청에서 구상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12만 그루를 심었다. 아마 소백산 ‘고산식생의 복원’이라는 목적이었을 터이나 문제가 많다. 우선 이들의 일부는 소백산에서 군락을 이룰 수 있는 수종이 아니다. 심은 방식도 나란히 열을 맞추어 심은 탓에 주위 경관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이 협의하여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으로 다시 복원하는 등 관리방법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주목 군락은 엄격한 출입 통제를 받는다. 등산객 증가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하여 당연한 조치이다. 생물학적으로 군락의 보호가 첫 번째 목적이지만 도벌 방지의 의미도 크다. 사실 이 일대의 주목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비로봉에서 국망봉에 걸쳐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3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 주목은 극한의 환경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온 흔적이 나무 몸체에 그대로 배어 기괴한 모양을 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별칭처럼 오래살고 잘 썩지 않는다. 주목(朱木)이라는 이름과 같이 붉은 빛깔의 목재는 요사스러움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소백산 주목은 졸부들의 집안 장식품으로 인기가 높아 고가에 팔리면서 수난이 시작되었다. 1960~90년대의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면 소백산 주목 도벌꾼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현대인들에게 주목이 주는 메시지
주목은 왜 이렇게 산꼭대기에만 터전을 잡았는가? 어릴 때의 주목은 쨍쨍 내려 쪼이는 햇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 많은 햇빛을 받아들여 더 높은 자람을 하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그것도 아주 천천히 숲 속의 그늘에서 적어도 몇 세기는 내다보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이어간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주위의 다른 나무보다 키가 커져 햇빛을 받는데 불편함이 없다. 성급한 주위의 다른 나무들은 어느새 수명을 다할 것이니 그날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이런 느긋한 삶의 자세는 오늘날 산꼭대기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되었을 터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목이 주는 메시지는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하다. 주목은 아스라이 먼 3억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자리를 잡아오다가, 한반도에서 새 둥지를 마련한 세월만도 200만 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몇 번에 걸친 빙하기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자자손손 삶을 이어왔다.
  출처 : 문화재청홈페이지 글 박상진(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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