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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공간 병풍이 함께 합니다
15-05-10 14:25

여기서 병풍이라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것인데요.
하지만 병풍은 원래 공간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해, 바람을 막거나 장식용으로 방안에 두르는 것을 말합니다. 병풍은 사람의 일생과 함께합니다.
 
신랑, 신부의 혼인 잔치에도 첫날밤에도, 공부하는 선비의 사랑채나 아늑한 안채에도, 임금님의 정전에도, 그리고 사람이 죽고 난 후 장례식장에도 사용되지요.
오늘은 이 병풍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병풍은 직사각형으로 짠 나무틀에 종이를 발라 종이, 비단, 삼베 등에 그림, 글씨, 자수 등을 붙인 것을 돌쩌귀로 접합시킨 것입니다.
2폭에서 12폭까지 짝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폭이나 높이는 장식, 용도에 따라서 높낮이가 다르다고 합니다.
 
 
경복궁의 근정전, 창덕궁의 인정전, 창경궁의 문정전, 덕수궁의 중화전 등 왕이 신하들과 함께 조호하던 정전에는 하나의 공통된 병풍이 있습니다.
일월오봉도, 일월오악도, 일월오봉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병풍은 해와 달을 비롯해 다섯 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은 정전뿐 아니라 왕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해 왕의 권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병풍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왕의 권위를 상징하였다는 점을 미루어본다면 일월병은 그 어떠한 병풍보다도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월, 즉 해와 달은 하늘, 우주를 상징하며 근원적인 기운인 '태극'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에게 올리는 신하들의 칭송 글에 자주 등장하는 전하께서는 일월의 밝음을 갖추시다라는 표현을 보면, 단순히 밝음을 넘어서 세상 곳곳에 두루 비치는 빛입니다.
뿐만 아니라 음과 양을 나타냅니다 
대표적으로 양을 상징하는 해()를 양을 상징하는 동쪽에, 음을 상징하는 달()을 음을 상징하는 서쪽에 표현해 음양을 나타냅니다
오악, 즉 다섯 가지 봉우리는 중앙의 봉우리 하나와 주변 봉우리 넷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오악을 숭산, 태산, 형산, 화산, 항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백두산, 북한산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병풍에 그려진 다섯 봉우리는 지리적인 산은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일월오악도의 봉우리들은 가운데 봉우리로 약간 기울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는 가운데 산이 다른 산들의 중심이며 근원이고, 다른 산들은 이 가운데 산으로부터 비롯됨을 말해줍니다.
결국, 일월의 태극으로 향하고 있는 거지요. 
그 외에도 파도와 폭포 또한 가운데로 향해 태극을 표현하고, 그 외에도 두 물줄기는 모든 천하가 왕에 귀의한다는 의미를, 소나무는 조선왕조의 무궁함을 표현합니다. 
조선뿐 아니라 온 세상의 근원을 표현하고 있는 이 병풍은 왕의 공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가도, 문방도, 책탁문방도 우리말로 책거리 그림이라고 불리는 그림입니다.
책과 문방구를 그리거나 혹은 책과 문방구와 더불어 관련 없어 보이는 일상용품들이 그려 주로 선비의 사랑방에 놓였다고 하지요.
이 병풍이 있으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그림에는 유교적인 문인사회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책더미의 표현에서 앞면은 작게, 뒷면은 크게 그려 원근법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람이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책을 주인공으로 삼아 책에 대한 숭배를 보여줍니다.
과일과도 자주 그려졌는데요. 아들을 낳기를 소망하는 유자, 수복(壽福)을 상징하는 수박, 다산을 상징하는 포도 등 좋은 의미가 담겨있는 과일을 그려 복을 소망하기도 했습니다.
책가도는 18세기 후반 정조시기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정조의 어좌 뒤에 있던 책가도병풍의 경우 신하들이 진짜 책인지, 그림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고 현실감 있게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혼례식, 신혼 첫날밤 그리고 안채에 놓였던 병풍입니다.
백자도라는 이름처럼 이 병풍에는 수많은 아이가 그려져 있는데요. '득남'을 상징하는 병풍입니다.
그림 속 아이들은 여러 가지 놀이를 하고 있느라 바쁜데요.
이 놀이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나무를 타고 있는 아이들은 과거 급제를,  원님행차를 흉내 내는 아이들은 고관에 오르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런 그림은 단순히 득남기원뿐 아니라 궁중에서는 어린 왕자를 교육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병풍이 있었습니다. 문자를 그린 문자도, 꽃·새·곤충 등을 그린 화조도, 왕실의 행사를 그린 기록화 병풍, 장수를 기원해 수를 놓은 수복문도 등 다양한 병풍이 각기 다른 곳에서 조선의 공간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병풍은 그 형식도 다양하고 의미도 다양하기 때문에 병풍을 이해하는 것은 곧 선조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오늘 소개하지 못한 병풍들을 이해하는 것은 옛것, 옛 삶을 아는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병풍은 '병풍취급' 받아서는 안 될 중요한 문화재 중 하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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