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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로 만든 국수 아닌 국수 올챙이국수
15-06-26 17:59

국수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음식
국수는 대단한 음식이다. ‘국수에 대한 열망’은 우리 상상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대단한 음식 국수’는 먹고 싶으나 국수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점도가 낮은 옥수수로 ‘억지 국수’를 만들었을 것이다.
동서양의 모든 인간은 가루로 된 식재료를 쥐면 황홀해진다. 국수도 만들고 수제비도 만들고 싶다. 반죽을 한 다음 곱게 밀어서 썰면 칼국수다. 삭면索麵이라고 부른다. 칼이나 날카로운 금속 등으로 썬 국수다. 일본 우동, 소바 등이 모두 삭면식 국수다. 좁은 구멍으로 밀어내면 압면壓麵, 압착면壓搾麵, 착면, 압출면 등으로 부른다. 좁은 구멍을 통과하면서 국수는 힘들게 모양을 만든다. 글루텐 성분이 적은 곡물들로 국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막국수나 냉면이 모두 압착면이다. 올챙이국수는 글루텐이 적다. 국수 만들기 힘들다. 게다가 옥수수 수확기는 초가을이다. 수확한 다음 말려서 가루를 내야 한다. 여름 내내 곡물은 귀하다. 옥수수도 풋내가 나고 가루로 만들기 어렵다. 강원도 산속은 평지와 달리 보리마저도 귀하다. ‘경상도 보리문둥이’, ‘강원도 감자바위’라고 부른다. 감자, 옥수수 등이 흔했던 강원도는 보리도 귀했다. 보리(大麥: 대맥), 밀(小麥: 소맥), 메밀(蕎麥: 교맥, 혹은 木麥, 목맥) 등 ‘맥 3형제’ 중 메밀 정도만 흔했다. 그마저 귀한 여름철엔 감자와 풋 옥수수로 때워야 한다. 그마저도 옥수수가 들어오기 전에는 메밀이나 감자가 고작이다.
 
귀한 국수는 내놓지 마라
세종4년(1422) 5월 10일(음력) 상왕上王 태종이 승하했다. 『조선왕조실록』 5월 17일의 기록에는 상왕 태종의 수륙재에 대한 내용이 있다. ‘진전眞殿과 불전佛前및 승려 대접 이외에는 만두饅頭, 면, 병餠등의 사치한 음식은 일체 금단하소서.’라는 구절이다.
세종에게 태종은 각별하다. 아버지이자 멘토, 든든한 후원자이자 무서운 선생이다. 개국 초기의 가난한 국가였지만 소홀하게 지낼 수 없는 상왕의 수륙재다. 국왕과 불전, 승려 등의 대접 이외에는 ‘사치한 음식’을 내놓지 말라고 했다. ‘사치한 음식’에 국수가 자리한다. 국수는 사치한 음식이었다.
01. 옥수수가루 반죽을 통에 넣고 공이로 눌러서 국수 면을 뽑아내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02. 말려둔 옥수수. 초가을에 옥수수를 수확한 다음 말려서 가루를 내 이것으로 면을 만든다.ⓒ아이클릭아트
 
지금과 같이 밥 대신 때우는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는 “결혼 언제 하느냐”고 묻는 대신에 “언제 국수 먹여줄래”라고 묻는다. 국수는 곧 결혼의 상징이다. 국수 먹여주는 건 결혼식이 있음을 의미한다. 흔히 “결혼식에서 국수를 먹는 것은 신랑, 신부가 장수하기를 기원해서”라고 말한다. 틀렸다.
국수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국수 가락이 기니 장수와 의미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명백하게 틀렸다.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장수라니? 터무니없다. 국수가 장수를 뜻한다면 결혼식이 아니라 환갑이나 어린 아이의 돌잔치 상에 국수가 올라야 한다. 환갑을 맞이한 노인에게 장수를 기원하며 더불어 국수를 나눠 먹어야 한다. 세상의 음식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법도에 맞는 음식이다. 조선시대 음식의 기본은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이다. 제사 모시고 손님맞이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음식이다. 법도에 맞아야 한다. 국수는 반가班家의 음식이다. 제사를 모시거나 귀한 손님이 오면 반드시 국수를 내와야 한다. 지금도 ‘안동국시’가 유명하고 안동지방에 국수제사가 남아 있는 이유다. 국수는 귀한 손님맞이에 사용했다. 결혼식은 이미 예정된다. 국수를 만들기 힘든 시절, 미리 예정된 결혼식 등에는 국수를 마련할 수 있다. 평생 보기 힘든 국수를 결혼식 같은 귀한 행사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제사에도 국수를 사용한다. 초상과 달리 제사도 이미 ‘예정’ 되어있다. 국수를 준비할 수 있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제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도 국수를 내놓았다. 상민常民들은 평생 만나기 힘든 국수를 결혼식이나 제사 등에서는 만날 수 있다. “언제 국수 먹여줄래”라고 묻는 이유다. 안동의 제사에는 국수를 사용하는 이유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잔치국수’도 결국 이런 ‘결혼식의 국수’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국수가 없는 결혼식, 국수 접대가 없는 제사 참여는 홍어 빠진 호남의 잔치만큼이나 어설프다. 두 번째 음식은 마치 호남밥상 같은 음식이다. 맛있는 것, 푸짐한 것, 몸에 넉넉한 것이 최고다. 젓갈을 사용하고 묵은 지를 내놓는다. 나물반찬도 풍성하고 해산물이라도 넉넉하다.
03. 올챙이처럼 생긴 올챙이국수 면. 올챙이국수는 엄밀히 말하면 면이라기 보다 옥수수 앙금으로 쑨 묵에 가깝다.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04. 올챙이국수틀.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앙금으로 죽을 쑤어 구멍 뚫린 고지박이나 나무로 만든 묵틀에 담고 눌러 짜내는 용기이다. ⓒ문화콘텐츠닷컴
 
먹을 게 없어서 먹었던 슬픈 음식
세 번째는 ‘슬픈 음식’이다. 먹고 싶어서 먹는 음식도 아니고 법도에 맞아서 내놓는 음식도 아니다. 구황救荒식품들이다. 먹을 게 없어서 먹는 음식이다. 강원도는 음식에 대해서는 ‘슬픈’ 지역이었다. 농경지가 좁다. 처녀가 시집을 가기 전 쌀 3되를 먹지 못한다는 지역이었다. 옥수수는 먹고 싶어서 먹었던 음식이 아니었다. 감자, 메밀, 수수 등도 마찬가지였다. 옥수수와 감자가 전래되기 전인 조선후기까지는 메밀이 구황식물 노릇을 했다. 당연히 막국수 역시 먹고 싶어서 먹었던 음식이 아니었다. 반가뿐만 아니라 평지의 상민들도 가능하면 메밀껍질을 제대로 벗겨서 메밀쌀을 만들었다. 메밀로 묵도 만들고 국수도 만들었다. 그러나 전기도 없는 깊은 산중에서 메밀 제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절구에 메밀을 넣고 찧어서 어렵게 국수를 뽑았다. 막 내려서 먹기 때문에 막국수라고 한다는 말도 틀렸다. 예나 지금이나 메밀 막국수는 막 내려서 먹어야 한다. 입자가 거친 상태로, 막 찧어서 국수를 만들었기에 막국수다.
‘슬픈 음식’인 올챙이국수도 마찬가지다. 맷돌에 돌리고 절구에 거칠게 찧고, 빻아서 만든 옥수수 가루는 거칠다. 국수로 만들기 어렵다. 국수는 고운 가루가 있어야 가능하다. 애당초 국수 만들기는 힘들다. 결국 올챙이만큼이나 짧은 얄궂은 국수가 된다.
올챙이국수틀 역시 서글프다. 예전에 사용하던 올챙이국수틀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올챙이국수틀도 귀하다. 깊은 산골에서 가족들끼리 굶지 못해 먹는 음식을 만들면서 제대로 된 국수틀을 만들기는 힘들다. 그걸 일부러 만들 필요도 없다. 바가지에 구멍을 뚫고 반죽을 내리 눌렀다. 지금 막국수 만들 듯이, 국수가 내려오는 곳에는 뜨거운 물이 설설 끓고 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옥수수 가락은 아무래도 점도가 약하다. 툭툭 끊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수 꼴도 힘들어진다. 결국 올챙이처럼 짧은 마디가 물속에서 마치 올챙이 헤엄치듯 한다. 익혀서 바로 건져낸 다음 냉수처리를 한다. 그나마 국수 꼴을 갖출 수 있다.
옥수수는 17세기 무렵 한반도로 전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옥玉이 박혀 있는 듯 예쁜’ 수수다. 남미-유럽-중국-한반도로 전래되었으리라 추정한다. 단 한 번도 반가의 밥상에 올라본 적 이 없다. 제사상에도 잔치에도 오르지 못했다.
05. 잔치국수. 상민은 국수를 결혼식이나 제사 등에서나 맛볼수 있었다. “언제 국수 먹여줄래?”라고 묻는 이유다. 잔치국수도 결국 이런 ‘결혼식의 국수’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이미지투데이
올챙이국수는 슬픈 음식 역사를 지닌 강원도 산골의 음식이다. ‘옥수수만 먹으면’ 펠라그라 병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모든 음식은 한 가지만 섭취했을 때 대부분 질병이 발생한다.
옥수수만 생산되고 옥수수만 먹을 수 있으면 당연하다. 물론 다른 식재료를 더불어 먹으면 펠라그라 병은 오지 않는다. 옥수수는 좋은 식재료다. 강원도에서는 올챙이국수뿐만 아니라 술로도 만들었다.
누구는 풋 옥수수로 올챙이국수를 만든다고 하고 또 누구는 바짝 마른 옥수수를 곱게 갈아서 그 가루로 올챙이국수를 만든다고 한다. 부질없는 이야기다. 마른 옥수수가 있으면 마른 옥수수로, 그마저도 없는 여름철에는 풋 옥수수로 만들었을 것이다. 가난한 산골의 서민들이 구황식품으로 먹었던 음식이다. 굳이 재료와 레시피를 따질 이유도 없다.      출처: 문화재청홈페이지   글.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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