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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나무를 저장해 주는 나무은행이란
15-06-28 15:30

프랑스의 한 지방에서 수십 년에 걸쳐 묵묵히 나무를 심고 가꾼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황무지였던 땅을 숲으로 만들어 행복한 땅으로 일구었다는 이야기, 오랜만에 들어보시죠? 바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1953년 처음 발표한 이래 약 60년에 걸쳐 13개 언어로 옮겨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내어주는 소중한 나무를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베어내곤 했었죠.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나무가 갈 곳이 생겼답니다. 바로 나무은행인데요. 여러 이유로 베어질 위기에 처한 개인 소유의 나무를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이죠! 오늘은 나무들이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나무은행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나무은행에서 정성스런 관리를 받고 난 후 가로수가 되었습니다 사진:전라남도(이하)
 
일반적으로 나무은행이란 기본적으로는 묘목을 배양해서 저장하는 양묘장 역할을 하지만 나무를 재활용하거나 관리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파낸 나무를 먼 곳으로 옮기다 소중한 나무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원래 환경과 비슷한 곳에 보관하자는 취지로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요. 산림청 자원육성과에 따르면 전국의 나무은행은 국유지 운영 13개, 시•도 지자체 운영 300개, 기타 공식적인 민간경영이 10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나무은행에 저장되는 나무들은 택지개발, 도로개설, 재건축 등 각종 공사 시 옮겨야 할 필요성이 있는 나무나 기관ㆍ회사ㆍ단체ㆍ주민 등이 기증하고자 하는 나무, 인력이나 장비 동원으로 이식이 가능한 나무, 이식 후 재활용 가치가 있는 나무, 가로수 목적으로 심었는데 기후와 맞지 않아 식재 용도를 바꿔야 하는 나무, 생장이 원활하지 못한 불량수목 등이 해당됩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는 개발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입니다. 
 
<이 나무들은 나무은행에서 적절한 관리를 받아 필요한 곳에 다시 심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나무들이 나무은행으로 이식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일단 산에서 이식 전의 나무를 선정해서 조심스럽게 굴취합니다. 굴취가 끝나면 원래의 자리에 두었다가 중장비로 운반하고, 나무은행 내에서 옮겨 심을 자리에 구덩이를 팝니다.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옮겨 심은 후 지지대를 함께 세워주면 끝입니다. 
 
<장흥에 나무은행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침내 나무들이 새 터전을 찾았네요> 
 
나무은행의 이용 신청은 개인, 기업, 학교, 아파트, 단체 등 누구든지 가능합니다. 연중 언제든지 가능하죠. 하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나무은행을 이용할 수는 없으며, 현장조사 후 대상수목을 선정합니다. 나무은행에 보관된 나무는 최장 2년까지 관리해 주고 신청인이 나무가 필요한 시기에 되찾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목 굴취 및 이식에 필요한 경비는 나무의 규격과 수종에 따라 다르며 신청인이 부담하게 되죠. 이식은 수목의 생육상태를 감안하여 2~5월 또는 9~12월에 실행됩니다. 
 
<사람들의 손길로 나무은행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나무를 나무은행에 기증할 경우에는 모든 소요경비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며 기증자, 기증내용 등이 표기된 표찰을 나무은행에 설치합니다. 이식된 나무는 물주기, 비료주기, 병충해방제, 동해방지 등 정성껏 관리하여 가로수나 공원 및 녹지조성 등 공공녹화사업에 우선적으로 활용됩니다. 도시에 나무를 기증하는 일은 녹색 도시 만들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뜻 깊은 선택이지요.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해 온 나무. 새로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있는 나무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은행 제도는 함부로 베어질 위기에 처한 나무와 부실한 묘목 등을 가꾸고 끝까지 관리하는 수목재활용의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지구에 있었던 나무가 우리에게 돌려주는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면 한 그루의 나무도 소중히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많은 나무들이 나무은행에서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준비가 끝나면 숨쉬기 좋은 녹색 도시로도 한걸음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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