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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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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마음대로 오가는 천연기념물 새들 이야기
15-07-05 17:44

남・북을 마음대로 오가는 천연기념물 새들 이야기

2006년 남·북 최초의 합작 만화영화인 <새>는 남ㆍ북 이산가족의 아픔을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영화는 남ㆍ북을 마음대로 오가는 철새를 북한으로 날려 보내 아버지가 이를 확인함으로 6・25전쟁으로 생이별한 부자가 감격적인 상봉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혈혈단신 월남하여 국내 저명한 조류학자가 된 경희대학교 명예교수인 원병오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새는 들짐승이나 물짐승, 산짐승과 달리 하늘을 마음대로 높이 날 수 있어 남북을 가로막는 높은 철조망이 있어도 이를 쉽게 넘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새 만큼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는 동물은 없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중 남·북을 수시로 넘나드는 새는 과연 어떤 새가 있을까?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상용이동통신망, 일명 기지국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웹이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동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추적장치 WT-200을 개발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위치추적기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된 초소형(22g)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이나 직접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날개표지(wing tag), 발목가락지(ring) 또는 플래그(flag)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여름철새는 1년에 100여 종, 겨울철새는 120여 종,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그냥 지나가는 통과새가 90여 종 정도 된다. 철새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시베리아에서 호주로 연결되는 철새 이동통로인 동아시아 호주 경로(East Asia Australian flyway)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철새인 매, 개리, 원앙, 황새, 소쩍새, 황조롱이, 느시 등 40여종 이상이 이미 날개표지나 발목가락지에 의하여 남북을 오가는 새들로 확인되었다. 최신 기법배천재두루미(출처 : 남북한 천연기념물 CD)인 추적장치를 통해 남ㆍ북을 마음대로 오가는 철새 중 잘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 천연기념물 제201-1호 고니, 제203호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저어새 등을 소개한다.
최신 추적기인 WT-200을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 몸에 부착하여 방사한 후 추적한 바에 의하면 2013년 1월 8일 경남 고성을 떠난 독수리는 4월 1일 휴전선을 넘어서 북한 황해북도 신평군 일대를 거쳐 몽골로 날아갔다가 11월 9일 판문점으로 돌아왔다.

다시 말해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는 11개월 만에 남한과 북한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우리나라에 독수리가 제일 많이 오는 곳은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장단반도이다. 보통 700여 마리나 되며, 그다음으로 많은 곳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토교저수지 철원평야로 대략 400여 마리가 월동을 한다.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는 이곳 이외에 연천, 마석, 안성, 김화, 고성, 고령, 울산, 산청, 광양, 함평,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많게는 200여 마리 적게는 한두 마리가 관찰된다. 북한의 경우에는 독수리를 하나의 종으로 지정하지 않고 청둥오리, 가창오리, 고니, 쇠기러기, 횐꼬리수리 등 겨울 철새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523호 서해갑문 겨울새살이터로 일괄하여 지정하고 있(위) 판문흰두루미(출처 : 남북한 천연기념물 CD) / (아래) 천연기념물 제201-1호 고니(출처 : 문화재청)다.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와 제228호 흑두루미의 경우 두루미 몸에 붙은 전파발생기가 발사하는 전파를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의 연구자들이 확인한 결과 일본 이즈미에서 출발한 두루미는 비무장지대인 판문점과 철원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 뒤 북한의 영흥만을 통과해 두만강 삼각지대를 지나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에 머무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즉,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와 제228호 흑두루미는 판문점이나 철원을 중간 기착지로 하여 남·북한 사람 그 누구도 마음대로 오갈 수 없는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남한에서 재두루미는 한강 하구, 천수만, 순천만, 철원평야, 주남저수지, 낙동강하구, 해남 간척지 등에서 월동하고, 흑두루미는 순천만과 천수만이 최대 월동지이다. 북한은 재두루미를 종으로 지정하는 남한과 달리 재두루미가 많은 황해남도 옹진군 남해노동지구, 배천군 역구도리, 룡연군 원촌리 및 곡정리 등 지역별로 지정하고 있다. 즉, 북한은 이들을 각각 천연기념물 제133호 옹진재두루미살이터, 천연기념물 제164호 배천재두루미살이터, 천연기념물 제412호 룡연재두루미살이터로 지정하고 있다. 북한은 임진강 지류인 사천강 중부로부터 임진강과 한강이 합쳐지는 합수목까지의 넓은 벌판에 서식하는 개성시 판문군 동창리의 흰두루미를 천연기념물 제393호 판문흰두루미로 지정하고도 있어 이들은 지척의 거리인 휴전선을 쉽게 넘나들며 남·북을 오갈 가능성이 크지만 남·북학자의 학술적 정보교류가 없어 확인된 바 없다.

한편 낙동강 하구, 금강 하구 등에서 주로 월동하는 천연기념물 제201-1호 고니의 이동경로를 확인한 결과 2014년 3월 3일 전남 강진군 남포리를 떠난 고니는 4월 8일 서산 앞바다를 거쳐 4월 20일에는 북한으로 넘어가 황해도 해주만 매미섬 918 저수지 인근까지 진출하여 머무는 것이 확인되었다. 북한은 황해남도 청단군 영산리 구월반도에서 연안군 청화리 증산도와 화양리를 잇는 간척지 벌판의 고니를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수천 마리의 고니 이외에 횐꼬리수리, 흰죽지수리, 가창오리를 비롯한 수십 종의 철새들이 함께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북한 강원도 천내군 금성리의 고니도 천연기념물 제459호 천내고니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는 금호수역과 염전리 일대가 10월 하순에 얼기 시작하면 4km 정도 떨어져 있는 바닷가로 이동하여 먹이를 찾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물속에 부리를 넣고 휘저으며 먹이를 찾아 먹기에 ‘저어새’란 이름이 붙은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저어새. 이 새는 우리나라가 고향이지만 겨울에는 대만이나 베트남, 일본, 홍콩, 중국 남부에서 지낸 후 4월초 쯤 돌아온다. 이 새의 이동경로를 WT-200으로 추적한 바 북방한계선(NNL) 바로 남쪽에 위치한 비도에서 태어난 저어새는 4개월 만에 북으로 날아가 황해남도 연안군 갯벌로 가서 3개월간 머물렀다. 그러고는 다시 남쪽으로 와 연평도 상공을 거쳐 700km를 날아 중국 장쑤(江苏)성 옌칭(盐城)시 해안가 습지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저어새는 서해 NNL을 마음껏 넘나들며 남ㆍ북의 갯벌은 물론 중국의 갯벌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는 남ㆍ북한의 서해연안 무인도이다.

즉, 남ㆍ북한 접경인 한강 하구와 인천만 앞바다 강화도를 비롯하여 서해의 불음도, 유도, 석도, 비도 및 전라남도 칠산도 연안 갯벌 그리고 북한 평안북도 철산 앞바다 중도, 솔밭섬 일대, 곽산 앞바다 대감도, 소감도 일대, 평안남도 온천 앞바다 덕도, 황해남도 청단 앞바다 각회도, 함박도 갯벌 등이다. 북한 여러 곳에서 저어새가 관찰되지만 북한은 남한이 저어새를 종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특정 지역의 저어새를 ‘천연기념물 제37호 덕도저어새 및 제77호 대감도저어새’라고 하여 저어새 번식지를 지정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새들은 남·북을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데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ㆍ북을 오가지 못하는 이산가족 실향민의 설움은 언제 풀릴지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라도 빨리 새처럼 마음대로 오갈 수 있기를 철새들과 함께 간절히 염원한다.
 
- 글. 이흥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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