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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마일 휴전선을 맘대로 넘나드는 천연기념물 수달, 물범 그리고 귀신고래
15-07-05 18:20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출처 : 한국수달보호협회)‘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이 가사는 우리가 너무나 잘아는 안석주 작, 안병원 곡의 ‘우리의 소원’이다. 우리는 이 동요를 광복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그마치 70여 년이나 부르고 있지만 고향을 눈앞에 두고도 휴전선 때문에 남ㆍ북을 마음대로 오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땅, 바다 그리고 하늘을 통해 휴전선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동물이 부러운 것이 남ㆍ북 이산가족이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남한과 북한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을 가로 막는 촘촘한 철책선이 지상과 수중에 있고, 여기 저기 수많은 지뢰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ㆍ북을 오가려면 몸집이 아주 작고 유연하여 철책 틈새를 잘 빠져 다닐 수 있거나 지뢰를 잘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도 저도 아니면 바다나 강을 따라 헤엄쳐 오가거나 이것도 아니면 철책선 위를 높이 날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는 남한의 천연기념물에는 수달, 점박이물범, 하늘다람쥐, 황쏘가리, 어름치, 열목어 그리고 수많은 철새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정주성이나 국한성으로 제한될 수 있다. 물론 종 지정은 되어 있지 않지만 제126호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의 주인공인 귀신고래도 이들에 포함될 수 있다.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 중 남ㆍ북을 오갈 수 있는 것도 역시 수달을 비롯하여 날다라미, 우암물개, 은어, 산천어, 열묵어, 어름치와 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들도 역시 정주성이나 국한성으로 남ㆍ북을 넘나들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바다와 강을 통해 남북 왕래가 확인된 수달, 물범 그리고 남ㆍ북 회유 가능성이 큰 귀신고래에 국한하여 알아본다.

남한의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남한강 및 북한강 상류 및 섬진강과 남강 수계 각 지류 및 댐 주변, 지리산 일대와 동부 산악지역 수계 및 지류 그리고 남해안 바닷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남한은 전국 각지의 수달을 천연기념물 종으로 지정하고 있어 수달은 전국 어디에 있어도 천연기념물이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과 달리 평안남도 대흥군 대동리 대동강 상류, 강원도 법동군 임진강 최상류 줄기 및 함경북도 연사군 신양 노동지구 저수지 부근을 보호구역으로 하고 이 지역의 수달을 각각 천연기념물 제55호 대흥수달, 제249호 법동수달 그리고 제331호 신양수달로 지정하고 있다. 수달은 남ㆍ북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털색은 암갈색이며, 크기는 50~80cm, 몸무게 10~15kg 정도이고 꼬리 길이는 몸길이의 2/3정도 된다.

이와 같은 남ㆍ북 수달 중 서로 왕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한강 상류 수계 및 지류를 중심으로 사는 남한 수달과 북한 수달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수달은 한 줄기 수계를 따라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강이나 바다 또는 호수의 물가를 따라 선 단위 서식을 하는 선형서식권(range linearity)을 형성하며, 그 세력권이 통상 10~14km, 최대 활동 반경이 80km라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달보호협회에서는 북한강의 끝자락인 화천 파로호에서 수달 몸통에 무선추적장치를 달아 방사하고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으로 들어가는 수달을 추적하여 확인한 바 있다. 더구나 법동수달이 있는 지역은 임진강 최상류의 10여 개 지류가 합쳐지는 곳으로 수달이 많이 분포한다는 점에서 볼 때 남ㆍ북의 수달이 상호 왕래할 가능성이 크다.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출처 : 고래연구소)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은 중국 발해만에서 북한 해안을 따라 매년 3월 중 남하하여 서해북방한계선(NNL)이 지척인 백령도에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은 여름을 지낸 후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기 위해 11월 중 북한 연안을 따라 다시 같은 경로로 북상하는 일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동경로는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다. 하지만 2013년 6월 25일 고래연구소에서는 이들의 이동경로를 보다 정확히 알아보려고 울산 앞바다에서 점박이물범 등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방사하였다. 그런데 이 점박이물범이 백령도를 향해 남해를 거쳐 서해로 이동할 거라 예상했지만 하루 평균 80여 km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여 북한 장전 앞바다를 거쳐 1주일 만에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에 도달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포시예트만으로 가서 5개월여 지낸 후 다시 남하하여 동해와 남해 그리고 진도 연안을 따라 서해와 북한 해역을 지나 3,300km에 이르는 139일의 대장정을 끝내고 중국 다롄(大連) 부근 해상에 머무르는 것을 2014년 초 알아냈다.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은 가만히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인 인천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처럼 남ㆍ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까지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한다.


법동수달(출처 : 남북한 천연기념물 CD)귀신처럼 나타났다 귀신처럼 사라진다는 귀신고래는 천연기념물 제126호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의 주역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회유란 물고기가 알을 낳거나 먹이를 찾기 위하여 계절을 따라 일정한 시기에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떼 지어 헤엄쳐 다니는 일이다. 울산 귀신고래는 포유류지만 바다에 살다보니 물고기처럼 이와 같은 일을 매년 반복하는 것이다. 이 귀신고래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1,500여 마리가 울산 앞바다에 있었지만 남획과 환경변화로 1972년 이래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범고래, 밍크고래, 참돌고래, 까치돌고래, 낫돌고래, 상괭이, 물개 등 극지방 포유류 1,800여 마리가 동해에서 관찰되는 점으로 보아 결코 멸종된 것이 아니라 단지 발견이 안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례로 러시아 사할린 연안 필툰지역의 귀신고래도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93년 다시 발견된 후 보호와 증식과 복원에 힘써 매년 3%씩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귀신고래는 사할린 연안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10월경 남ㆍ북의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11~1월 사이에 울산 연안을 지나 2~3월경에 남중국해에 이르러 새끼를 낳는다. 그 후 4~5월 무렵에 다시 울산 연안을 거쳐 남ㆍ북 동해안을 거슬러 올라가 사할린 연안에 머무는 장장 1만 8,000km의 먼 거리를 매년 회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신고래는 바로 이 회유 과정에서 울산 앞바다는 물론 남ㆍ북의 동해안을 자유롭게 거쳐 가는 것이다. 이렇게 남ㆍ북을 오가는 이들 귀신고래가 중요한 이유는 3500년 전 내지 7000년 전 사이 신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근거로 ‘세계 최초로 고래잡이를 시작한 나라가 한국’임을 120년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인류학 학술지 『랑트로폴로지(L’anthropologie)』와 영국 BBC 방송이 소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14년 미국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로이 체프만 앤드류에 의하여 세계 100여 종의 고래 중 유일하게 ‘한국’이라는 명칭이 붙어 ‘한국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고 명명된 자부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고, 고래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자연생태계로의 회복을 시작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속을 마음대로 다니는 수달, 물범, 귀신고래처럼 우리도 언제쯤 남ㆍ북을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을까. 부모형제가 서로 그리움에 지쳐 목 놓아 외친다. ‘통일이여 어서 오라’고….

- 글 이흥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출처 : 한국문호재재단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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