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대 은어(濟州 月臺 銀魚, sweetfish)
외도천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사철 내내 물이 흐르는 하천이다. 보기 드물게 사철 내내 냇물이 흘러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관아에서 조공을 실어 날랐다 하여 조공천(朝貢川 , 현 외도 월대 북쪽 포구가 조공포이므로 이에서 유래된 명칭)이라 불리던 도근천(都近川)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시대 시문을 즐기던 선비들이 모여 시회를 열기도 했으며, 연회를 베풀기도 했던 유서 깊은 장소이다. 월대(月臺)는 수백 년 된 해송들과 팽나무들이 우거진 곳에 놓인 반석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동쪽 숲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맑은 물가에 비쳐 밝은 달그림자를 드리운 장관을 구경하며 즐기던 누대’라는 의미에서 월대’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월대는 물이 깊고 맑으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외도교 상류 쪽에는 월대교가 있는데 이 다리가 해수가 밀려 들러올 수 있는 종점 지점이라고 한다. 덕분에 월대천에는 은어, 숭어, 뱀장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대 주변에는 월대천에서 나는 은어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특히 은어가 많은 ‘도그내’ 서쪽 천변(川邊)에는 수백 년 묵은 소나무, 팽나무가 수면에 닿을 듯 휘늘어져 있어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이곳에서 나는 은어는 조선 시대 진상품의 하나였기 때문에 고기잡이를 금했다고 전해진다.
1696년 이익태 목사가 지은 ‘지영록’에 “외도천은 바다와 만나고 은어가 많이 난다.”라는 기록이 있다. 은어는 맑은 물에 사는 민물고기다. 외도천은 그만큼 물이 맑았을 뿐만 아니라 깊고 풍부했다. 옛날에는 ‘은어바치’를 정해 은어를 잡아 관에 바치도록 하고 대신 3월부터 10월까지 신역을 면제해주었다고 한다
구한말의 개화파 정치가 박영효도 제주로 유배를 왔을 때, 이곳 월대에서 은어를 낚아 안주로 삼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월대는 풍류와 문화와 역사와 아름다운 경관이 공존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젠 옛날처럼 은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외도천의 은어를 잊지 못하고 있지만 도시화와 농약, 생활하수 등 환경오염이 심해져 외도천 은어는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고 추억 속에만 남아있는 것 같다. 제주시 외도동 소재 외도천 인근에 ‘은어의 집“이 3대째 유일하게 은어 요리를 하는 식당이다.
은어 이야기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은어는 예로부터 ‘수중군자(水中君子)’ 또는 ‘청류(淸流)의 귀공자’로 불렸다 하는데, 특히 영덕 오십천에서 나는 ‘금테 두른 진상품’ 영덕 은어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랏상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오염이 없는 하천에서 규조류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통째로 먹어도 해가 없다고 하는데, 회로 먹거나 튀기거나 구워 먹기도 하며,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특히 오십천에서 나는 영덕 은어는 몸통에 있는 금테가 더욱 선명해 오십천의 맑고 깨끗함을 확인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은어 (銀魚, Plecoglossus altivelis)는 바다빙어목에 속하며 제1급수에서 서식하는 친환경성 어종이며 오염된 하천에는 살지 않는다. 연어나 송어처럼 강과 바다를 오가는 회귀성 조기어류이다. 등쪽은 푸르지만 배쪽은 은빛이 나 은어라고 한다. 어릴 때는 바다에 살다가 봄에는 강에 올라와 살며 가을에는 산란을 위해 하류로 내려가 죽는다. 은어는 7, 8월에 많이 굶어 죽어 칠팔월 은어 굶듯 이란 속담이 생기기도 하였다. 먹이는 돌에 나는 이끼이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산다. 은어는 일본 홋카이도, 한반도, 중국, 대만등지에 분포하며 류큐 제도에 있는 은어는 아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북한에서는 평안남도 개천시 도화리의 청천강은어를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임진왜란 이전에는 등의 색을 따라 "목어(木魚)"라 불리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신의주 까지 피난을 가게 되었는데 매우 어려운 피난으로 식사를 거르던 선조는 유성룡이 구해온 생선을 먹고 유성룡에게 그 생선의 이름을 묻자 "목어(木魚)"라고 대답했고 선조가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 먹어 본다"며 이름을 배의 빛을 따 "은어(銀魚)"로 이름 바꾸어 부르도록 명했다고 하는데 임진왜란이 끝난 뒤에 도성으로 돌아와 신의주 피난 때에 먹어본 "은어(銀魚)"의 맛을 잊지못한 선조의 명으로 수라상에 "은어(銀魚)"가 다시 오르게 되었지만 이를 먹어본 후 실망하여 "도로 목어(木魚)"로 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하며 이것이 "목어">"은어">"도로목어">"도로목">"도루묵" 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말짱 도루묵이다. 실제 도루묵과에 속하는 도루묵(Arctoscopus japonicus) 물고기는 따로 있다. 도루묵(銀魚)은 실제 은어인지 도루묵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조선시대에는 법으로 정해서 일반인들은 은어를 잡지 못하게 하고 전담 관청을 두어 관리를 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이지걸이라는 현령이 은어를 진상하는 일에 태만하였다 하여 파직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진상품 기록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여지도서(輿地圖書), 춘관통고(春官通考), 공선정례(貢膳定例)에서 은어(銀魚), 도루묵(銀魚), 생은구어(生銀口魚), 건은어(乾銀魚), 생은어(生銀魚), 염은구어(鹽銀口魚), 생은어(生銀魚), 은구어식해(銀口魚食醢), 은구어해(銀口魚醢), 은어[銀口魚], 응이은구어(應伊銀口魚), 해은구어(醢銀口魚) 등으로 기록하여 전국 8도에서 진상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제주목에서 은어를 진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은어의 형태
은어의 몸길이는 20~25㎝이고 최대 35㎝까지 자란다.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머리와 입이 크고 주둥이가 뾰족하다. 옆줄은 완전하며 몸 한가운데를 따라 나 있다. 등지느러미 뒤쪽에 1개의 작은 기름지느러미가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는 중앙이 깊게 파이고 끝이 뾰족하다. 몸 빛깔은 황갈색이며 배 쪽으로 갈수록 연해져 배 부분은 은백색을 띤다.
몸 옆면에 푸른색이 약간씩 나타난다. 아가미뚜껑 뒤쪽에는 한 개의 선명한 노란색 반점이 있다. 커다란 입에는 머리빗 모양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 이 이빨은 강바닥의 돌 표면에 자라나는 미세 조류를 먹고 사는 어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다. 은어의 입술은 마치 두 개의 막대기를 붙여놓은 모양인데 이 입술의 생김새로 다른 민물고기와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은어의 생태
은어는 수온이 16~20도 유지되는 9~10월에 강이나 하천의 자갈바닥에 주로 산란한다. 2주일 정도가 지나면 부화가 이루어지고, 치어는 다시 바다로 내려가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면서 겨울을 난다. 바다에서 월동을 마친 은어는 작게는 5㎝에서 크게는 15㎝까지 자라서 3월 말~4월경 강이나 하천의 수온이 바다 수온과 비슷하게 올라가면 서서히 강이나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와 생활한다.
9월~11월엔 산란기로 다 자란 은어는 전체적으로 체색이 검어지고 옆구리는 적갈색이 되는 혼인색을 띠게된다. 이 때 하류로 내려가 수심 40~80cm 되는 바닥에 10cm 내외의 둥근 웅덩이를 만들고, 그 속에 알을 낳고 모래로 덮어둔다. 은어의 알은 독특한 부착막을 갖고 있어 산란후 자갈, 모래 등 부착 기지에 강하게 붙는 성질을 갖고 있다. (양식을 위해 알을 받을 때에는 모기망 등으로 만든 부착판을 사용하여 적당한 밀도로 붙어야 부화율이 높아진다)
산란은 보통 오후 4시부터 8시경까지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한낮이나 한밤중에도 이루어진다. 산란기에는 암, 수컷이 떼를 지어 모여들고 수컷의 구애행동은 산란중인 암컷의 생식공(生殖孔)에서 나오는 물질에 의해 자극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란, 방정이 끝난 은어는 대부분 죽고 만다. 산란기 중에도 먹이는 먹지만 완숙된 암, 수컷의 몸은 알과 정자를 만들기 위해 90%의 지방과 40%이상의 단백질이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한 번의 산란으로 생을 마치는 것이다. 은어의 수명은 보통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시기에 은어만이 갖는 3가지 특징적인 형태가 있다.
첫째, 가슴지느러미 뒤 에 긴 타원형의 노란색 무늬가 나타나고
둘째, 등지느러미가 길어지며 검은색을 띠고
셋째, 기름지느러미 끝부분이 맑은 오렌지색으로 바뀐다.
은어는 이끼를 주식으로 먹는 성어가 되면 비린내가 줄어들고 은은한 수박향이 살 속에 배어 맛과 향이 일품이어서 회나 튀김 등으로 널리 식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유(鮎)'라고 하며, 최고급으로 치는 민물고기 중 하나이다. 초식성이라서 내장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수박향이 난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은어낚시가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일본 낚시광들이 한국으로 원정 은어낚시를 오기도 한다.
성질은 상당히 난폭하여 자신의 영역에 침투한 상대를 공격하기 때문에 은어낚시를 할 때는 보통 먹이 대신에 가짜 은어에 바늘을 끼워서 던지면 몸으로 열심히 쳐박다가 바늘이 몸에 박혀 낚이게 된다. 그 외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씨은어를 이용해서 살아있는 은어를 끼워서 하는 방법도 있다. 바늘을 아무데나 막 버렸다가는 계곡에 놀러오는 피서객들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낚시를 하고 나서는 꼭 바늘을 잘 챙겨야 한다.
민물고기는 기생충의 보고이므로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은어에는 장흡충의 일종인 요코가와흡충의 유충(metacercaria)이 바글바글하다.
은어의 이름
은어는 방언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은 종 중의 하나로 전국적으로 ‘은어(銀魚)’로 통하고 있다. 그 외 은광어(銀光魚), 은구어(銀口魚, 동국여지승람, 경상도지리지), 치리, 열광어 등의 이름을 갖고 있다. 중국에선 살에 향기가 있다하여 ‘향어(香魚)’ 또는 ‘유향어(油香魚)’로 부르며 일본에서는 ‘아유(アユ)’(點, 香魚, 年魚, 細鱗魚)로 불리고 있다. ‘아유’란 다른 학설도 있으나 ‘ア(=小)와 ユ(=白)’ 즉 희고 작은 물고기란 의미를 갖고 있다.
영명으로는 ‘향기를 갖고 있는 고기’란 뜻으로 ‘스윗피쉬(sweet fish)’ 또는 ‘스윗스멜트(sweet smelt)’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미국의 졸단박사가 일본에서 물고기 연구에 몰두했을 때 일본인이 가장 맛있다고 주장하는 은어에게 붙인 이름이라 한다(정문기, 1974). 그외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지나 영국에서는 일본명인 ‘아유(ayu)’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은어의 분포
은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대만, 일본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다만 은어는 맑은 물을 좋아 하기 때문에 오염된 하천에선 살지 않는다. 한강에서도 가끔 발견되고 있어 하천이나 강의 수질이 좋아지면 서식처도 넓어지고 양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1977)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압록강이 은어 분포의 북쪽 한계이다.
일본에선 혹카이도 天檩川·遊岵部 이남에 분포한다(魚類學, 1986). 이런 분포로 볼 때 은어는 동양의 특산어라 할 수 있겠다.
은어의 성분과 영양
은어의 영양성분은 일반적으로 단백질 16.7g, 지방 4.5g, 탄수화물 0.2g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양식에 비해 자연산은 지방함량이 적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무기질성분으로는 칼슘, 철분, 나트륨, 칼륨이 있고, 비타민류에는 비타민 B1, B2, C, 나이아신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특히 비타민C는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므로 청소년 성장기에 충분히 공급되면 좋다. 또한 칼슘과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은어의 머리까지 전부 먹으면 뼈와 이가 튼튼해진다.
은어의 영양
여름과 가을 은어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DHA 뇌기능 촉진 및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할뿐만 아니라 유리 아미노산 중에서 단맛이 가장 강한 그리신과 프롤린이 많이 들어 있어 성어가 되는 때인 여름철이 단맛이 가장 강하다,
물이끼를 좋아하는 은어는 내장 내 비타민 A 가 1.700~2000 mg 으로 (장어 540mg 3.5배, 계란 150mg 14배)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시력보호는 물론 무더위에 떨어지기 쉬운 식욕을 증진시켜준다. 또한 풍부한 비타민은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좋은 식품으로 오염되지 않은 하천의 규조류를 먹기 때문에 사람의 소화기능을 돕고 칼슘 비타민이 풍부하여 지친 현대인들의 만성피로에 북돋아 주는데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폐를 보호하고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하며 위를 건강하게 한다고 적고 있을 정도로 세포 재생 까지 도와주는 우수한 식품이다.
은어의 분류
계 : 동물계
문 : 척삭동물문
아문 : 척추동물아문
강 : 조기어강
하강 : 진골어하강
상목 : 원극기상목
목 : 바다빙어목
과 : 은어과 (Plecoglossidae)
속 : 은어속 (Plecoglossus)
종 : 은어 (P. altivelis)
학명 : Plecoglossus altivelis (Temminck & Schlegel,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