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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 꿀풀과 한해살이풀
20-05-12 12:29

자소

게 먹기 시합

이름: 소엽(약명: 자소, 소엽)              

학명: Perilla frutescens var. acuta KUDO.
과명: 꿀풀과 한해살이풀(중국 원산)        

높이: 20-80cm
있는곳: 전국(농가에서 키움.)              

꽃 피는 시기: 8-9월(연한 자주색)
열매 맺는 때: 10월                        

쓰임새: 식용, 공업용, 약용(잎)

  9월 9일 중양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젊은이들 여러 명이 술집에서 마침 게 먹기 시합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맛있어! 난 얼마든지 먹을 것 같아."
"게는 내가 더 좋아할걸!"
살이 꽉 챁 게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탁자 옆에는 젊은이들이 먹고 버린 게 껍질이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그 껍질만 봐도 한 두 마리 먹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술집에는 치료하여 낫지 않는 병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화타도 제자와 함께 젊은이들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화타는 마치 걸신 들린 아귀처럼 게를 먹는 젊은이들을 보았습니다.
 "나는 벌써 일곱 마리째야, 나한테는 안 되겠지?"
 한 젊은이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젊은이가 질 수 없다는 듯 말했습니다.
 "일곱 마리라고?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화타는 그들이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젊은이들, 내 말 좀 들어 보게나. 게는 성질이 찬 것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네! 그러니 게 먹기
시합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니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야!"
 젊은이들은 화타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투덜거렸습니다.
 "우리 돈 주고 우리가 사 먹고 또 우리끼리 시합하는데 웬 간섭이오?"
 화타가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게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고 더 심하면 생명까지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지!"
 그러자 성질이 못된 젊은이가 삿대질을 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뭔데 우리 일에 참견이오! 할일 없으면 낮잠을 자든지 아니면 가서 볼일이나 보시오"
 "정말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우리야 게를 먹고 죽든 당신이 간섭할 바는 아니잖소?"
 그들은 벌써 얼큰하게 취해 있어 화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계속 먹고 마시기만 했습니다.
 그 때 한 젊은이가 나서며 말했습니다.
 "맛있는 게를 먹고 죽었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소. 정말 재수 없는 소리 그만 하시오."
 젊은이들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 같아 화타는 술집 주인을 불렀습니다.
 "주인장, 게는 많이 먹으면 좋지 않소.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그만 파시오. 잘못하면 사람 죽어요!"
 화타의 말은 들은 술집 주인은 눈알을 부라리며 말했습니다.
" 남이야 많이 팔든 적게 팔든 당신이 무슨 참견이오?"
술집 주인은 젊은이들이 먹는 대로 팔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는데 난데없이 늙은이가 나타나 훼방을
놓는 것같아 기분이 무척 상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신 탓은 하지 않을 테니 시켜 놓은 술이나 들고 어서 갈 길이나 가 보시오."
"백 번을 권해도 듣지 않겠다면 그만이지!"
화타는 탄식하며 앉아서 계속 술을 마셨습니다. 밤이 꽤 깊었습니다.
화타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어떤 젊은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나 죽겠다!"
곧이어 또 한 젊은이도 배를 움켜 쥐고 죽을 상을 지었습니다.
"아이고, 아야! 아이고 죽겠네!"
한 젊은이가 진땀까지 흘리며 탁자 밑을 데굴데굴 구르며 죽겠다고 소리치자 술집 주인도 놀라
달려왔습니다.
"너희들, 왜 그래? 정말 배가 아픈 거냐?"
"보면 몰라요? 빨리 의원을 불러 주시오! 빨리!"
술집 주인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습니다.
"삼경이 넘은 이 밤중에 어디서 의원을 불러 온단 말이냐? 조금만 참아 봐! 괜찮아질지도 모르니..."
성질이 급한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술만 팔 줄 알았지 인정머리가 그렇게 없소? 사람 죽는다는데 조금 참으라니 말이나 되오?"
그 때 화타가 말했습니다.
"그래, 내가 뭐라고 하더냐? 게를 너무 많이 먹으면 못 쓴다고 했잖아?"
"...."
그 말에 아무도 말을 못 했습니다. 젊은이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노인, 정말 죄송합니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누가 많이 먹나 시합을 했군요. 노인의 말씀만 들었다면
이꼴이 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저희들은 배가 아파 죽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그걸 잘 아는 의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충고한 거이지 내가 의원이 아니고 아무것도 모른다면
젊은이들이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왜 내가 간섭을 했겠나? 그러니 어른의 말을 들어 두면 항상 좋은
일이 있는 법이야!"
젊은이들은 노인이 의원이란 말을 듣고 더욱 놀랐습니다. 그리고 체면 불구하고 화타의 소맷자락을
잡고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의원님, 저희들의 경솔함을 용서하시고 제발 저희들을 살려 주십시오. 배가 아파 죽을 지경입니다."
"너희들은 조금 전 나더러 간섭하지 말라는 말을 잊었느냐?"
화타가 일부러 손을 뿌리치며 그렇게 말하자 젊은이들은 엎드려 절하며 애원했습니다.
"저희들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시고 불쌍히 생각하여 목숨을 구해 주십시오. 돈은 요구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화타는 머리를 내저었습니다.
"나는 돈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그럼 다른 것을 원하셔도 됩니다!"
"그럼, 한 가지만 말할 테니 꼭 명심해서 들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화타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앞으로 어른들의 말씀은 마음속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는 거야, 알겠지?"
"예, 명심하겠습니다."
화타는 젊은이들에게 약을 구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고 제자를 데리고 들판으로 가서 약초를 뜯어
왔습니다. 그리고 큰 솥에 삶아 젊은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조금 뒤, 젊은이들은 얼굴을 펴고 웃었습니다.
"그래, 이제 좀 어떠냐?"
"배가 아프지 않고 많이 편해졌습니다."
화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약초는 아직 이름이 없지만 환자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자서라고 불러야지.'
젊은이들은 화타에게 수없이 절하며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화타는 젊은이들이 돌아간 뒤 술집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정말 큰일날 뻔했습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손님들의 생명을 생각해야지. 마침 내가 있어
다행이었지 그러지 않았으면 한꺼번에 여러 송장 칠 뻔했소. 앞으로 각별히 주의하시오."
술집 주인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 절을 했습니다.
화타가 술집을 떠나 얼마쯤 갔을 때 제자가 물었습니다.
"사부님, 자서가 게의 독을 풀어 준다는 말이 의학책에도 없는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책에는 없지만 언제인가 동물의 행동을 보고 터득했지."
화타는 제자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 내가 강남의 어느 강가에서 약초를 캐고 있을때 수달이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삼키려고 하고 있었지. 그런데 물고기는 아주 큰 놈이라 수달은 그걸 다 뜯어 먹고는 배가 북처럼
불룩하게 되어 가만히 있었어. 나는 그 놈이 배가 너무 불러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그 놈은 갑자기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또 언덕 위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어쩔 줄을 몰랐어.
나는 그제서야 그 놈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유심히 보았지. 그 놈은 풀밭에 누워
구르다가 일어섰다가 몹시 괴로워했어. 그러더니 갑자기 그 수달은 언덕위에 자라는 자서 잎을
뜯어먹기 시작했어. 그리고 조금 있더니 몸을 틀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유유히 헤엄을 치며 놀더군.
그 때 나는 알았어. 물고기는 성질이 차고 자서는 따뜻한 성질이니 서로 중화가 되어 나았을 것이라고."
"사부님의 관찰력은 정말 대단하시군요."
화타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 뒤 나는 자서의 잎을 따서 가루약과 환을 만들어 환자에게 주어 봤지. 아니나 다를까 약효가 있어
환자는 곧 나았어. 그리고 그 뒤 자서 잎에 있는 약효는 감기의 열을 발산시키고, 비장을 돕고, 폐를
도우며,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삭이고 그 외 다른 병에도 잘 듣는다는 것을 알았어."
본래 자서는 자주색이며 먹으면 뱃속이 편해진다고 화타가 처음에 자서라고 이름 붙인 것을, 뒷날
사람들이 자서와 비슷한 음인 자소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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