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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전장포새우젓 1.jpg
 
 
하늘담은 꽃담, 하늘닮은 사람들의 노래
15-07-07 22:24

 
 일반적인 담은 구분이다. 때론 나와 너를 나누며, 때론 인간과 자연을 가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식을 뛰어넘는 담이 있다. 꽃담, 말부터 참 예쁘다. 꽃담은 높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소통의 담이다. 집주인의 성품을 드러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꺼이 모신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도 소망한다. ‘여기는 내 땅이야’, ‘타인 출입금지’ 식의 엄포가 없다. 질박하면 질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유와 만족을 안다. 우리네 조상들의 마음씨를 꼭 빼닮았으며, 안보다 밖을 먼저 생각한 꽃담은 삶의 여유이며 타인을 위한 배려의 소산물이다. 이처럼 꽃담은 안과 밖을 구분 짓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무한 경계의 환경예술이다. 스쳐 지나가면 그저 벽과 담일 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미처 몰랐던 우리 문화의 멋과 흥이 숨어 있다. 꽃담은 선조들의 질박한 삶과 다양한 계층이 지닌 문화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는 즐거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흙이나 전돌, 기와’로 만든 꽃담의 수명은 길어야 100-300년이며, 흙으로 만든 토담의 경우엔 더 짧다. 수명이 기껏해야 수십 년에 불과한 꽃담은 담장 앞에 피어난 들꽃처럼 순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선조들은 토담을 쌓되, 흙이 주저앉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돌을 박거나, 때론 깨진 기와를 섞고 무늬를 넣어 꽃담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금상첨화로, 길상문자(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글자) 또는 꽃과 식물, 동물 등의 무늬를 넣어 주변의 건축이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염원했다. 삶과 염원이 담긴 꽃담은 세계적으로도 일반 백성, 사찰, 궁궐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드문 소재인 만큼 세계에 널리 알려도 손색이 없는 흙으로 만든 대한민국의 마지막 문화유산이다. 현재 경복궁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 십장생 굴뚝(보물 제810호), 도동서원 강당사당부장원(보물 제350호), 낙산사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 등 단 4종의 꽃담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궁궐의 꽃담은 왕비나 후궁들의 후원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설치예술이며 행위예술이다. 화려한 무늬로 꾸며진 꽃담은 직선과 곡선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질서 있게 무늬와 문양을 배열하며 미감을 높이는가 하면 왕실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 등으로 위엄을 갖추기도 했다. 특히 임금의 무병장수를 비는 만수무강(萬壽無彊), 수복강녕(壽福康寧) 등의 문자로 나타내면서 단순한 장식이나 미적 표현보다 그 뜻에 더 의미를 두기도 했다. 일례로, 경복궁의 자경전 서쪽 꽃담을 보면 윗부분은 기와로 마무리하고 담장에는 만(萬), 수(壽), 복(福), 강(康), 녕(寧) 등의 의미를 가진 길상문자와 함께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로 가운데 액자 그림처럼 틀어박힌 꽃무늬를 담아냈다. 또, 그 외벽에는 사군자, 모란, 연꽃, 태극무늬, 석쇠(귀갑)무늬, 문자무늬 등 각종 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경복궁 교태전 뒤편 아미산 동산을 연결시킨 꽃담은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국모의 성품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창덕궁 낙선재 후원의 꽃담은 흥선대원군의 묵란도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듯 정갈한 예술성을 뽐낸다. 운강고택 화방벽은 ‘길(吉)’자와 꽃잎 모양의 아기자기한 무늬가 서로 만나면서 상생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으며, 여주 해평윤씨 동강공파 종택 화방벽의 ‘부(富)’자와 ‘귀(貴)’자는 고요한 마음으로 부딪침을 다스리되, 유물적인 부귀와 공명을 멀리하는 자타일체의 경지를 추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흙으로 쌓아 올린 담장에 깨진 사기 그릇 파편과 조각난 기왓장을 꾹꾹 눌러 박은 소탈한 치장은 서민들의 5욕7정의 소용돌이와 함께 자유로운 추상미마저 느끼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지고 있는 꽃담과 흙돌담길은 현란하지 않게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은은한 멋을 풍기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봄이 오면 담쟁이 넝쿨이 휘감고 가을이 오면 빨간 홍시와 낙엽으로 수를 놓았던 꽃담이 시멘트 담장과 아파트 스카이라인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꽃담은 향토적인 서정이 고스란히 담긴 한 편의 서정시요, 종합예술로 오랜 세월 풍파를 견뎌낸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향기로운 삶을 닮은 한국의 꽃담. 바로 그 안에서 오늘도 소통과 나눔의 삶을, 그리고 긍정의 철학을 배운다. 시나브로, 꽃담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조용함과 단아함 속에 젖어 보는 고택과 궁궐 명상의 시간은 오매불망, 그대 반짝이는 별빛이 되고, 이에 내 소망은 교교한 달빛이 된다. 우리의 삶이 더 추락하고 황폐하기 전, 꽃담 닮은 향기로운 삶이고 싶다. 나그네(필자)는 항상 꽃담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반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배우며, 한 박자 건너가는 마음을 통해 가슴에 쌓인 원한과 저린 기억마저도 저 멀리 몰아낼 수 있는 자신감을 충전하곤 한다. 애써 서두르지 않고 한 뼘의 여유를 지닌 채 세상의 파고를 무사히 뛰어넘을 수 있도록 임 오시는 길목에 나지막한 화초담 하나 쌓으며 앙증맞은 굴뚝 하나, 바자울 살창 하나 곁에 두고 천년만년 임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글˚이종근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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