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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환자는 의사를 '장보고' 다니는가
18-10-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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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람은 의사를 믿지 않는다. 한국인 중에서 단골의사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한 곳에서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진단결과에 조금이라도 납득이 되지 않거나 치료를 받고 나서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국, 병원, 한의원을 전전한다. 용하다는 비방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오죽하면 '의사 장보기(doctor shopping)'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결국은 '명의'가 있는 대학병원에 모여들어, 마침내 종합병원 환자집중 현상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병원에서의 기나긴 대기와 불친절에 질린 나머지 일부에서는 의료산업도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국민들이 이제는 '고급의료'를 원한다고 말한다.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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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체계와, 국민의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는 형태에 무엇인가 중대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 이유를 찾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왜 코브라를 먹는가.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삶의 질을 따지는 이 시대에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자꾸만 커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바로 지도해줄 건강지식 제공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을 바로 지키는 방법을 모르니 자꾸만 묘약과 비방을 찾게 된다. 왜 의사를 장보러 다니는가. 병이 났을 때 환자가 원하는 것은 '낫고 싶다'는 한 가지이다. 치료방법이 개구리냐, 컴퓨터 찰영이냐, 다른 무엇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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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간단한 소원에 의사들이, 의료체계가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나은 상태란 어떤 모습일까. 건강을 지키는 방법, 병이 났을 때 적절한 치료자를 찾는 방법을 가르쳐 줄 상담자가 곳곳에 있는 것이다. 찾아갈 수 없으면 전화를 걸어도 좋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상담해 줄 것이다. 건강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 환자는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하나. 노망(노인성 치매) 환자는 어떻게 보살펴야 하나. 40대 이성은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 고교 3년생의 건강은 어떻게 보살펴야 하나, 젊은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팜플렛처럼 간단하지만 유용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담은 유인물들을 보건소, 약국, 병의원, 동사무소에서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식사, 운동, 휴식, 전주, 심장질환이나 사고예방같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건강지키기 정보는 저녁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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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번씩 텔레비전에 공익광고로 나올 것이다. 보사부 장관은 '건강 탱크주의'를, 최진실은 '엉키지 않는 주부건강'을 선전할 것이다. 천하에 쓸모 없는 영양제, 소화제, 감기약, 드링크제 광고 대신 말이다.
  이런 상태를 만들지 못하는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물론 보건사회부다. 그러나 보사부는 머리일 뿐이고 현장에서의 1차적인 책임은 보건소에 있다. '뜻밖'의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건강에 대한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보건소의 '기능 부전' 때문이다. 보건소가 건강상담을 해 준다면, 그리고 각 지역마다 필요한 보건활동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다면 국민들이 향유할 편리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환자들은 왜 대학병원으로만 몰려드는가. 컴퓨터 진단을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명의를 찾아서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믿을 수 있는 동네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질병의 대부분은 가정의가 치료할 수 있다. 병원이 특히 대학병원이 필요로 하는 환자를 고르고 고른 소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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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자. 동네 의원 의사들의 실력이 다 엇비슷하게 뛰어나고, 웬만한 검사를 할 수 있고, 알아듣기 쉽게 참을성있게 설명해 주고, 꼭 필요한 경우를 골라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더 큰 병원을 의뢰해 준다면, 누가 굳이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다닐 것이며, 복잡한 대학병원에 가서 긴 줄 끝에 서겠는가. 병원에 가라면 싫어 할 것이다. 그것은 중병에 걸렸다는 뜻이므로.  보건소와 동네의원이야말로 국민건강의 '꽃'이요. '지킴이'다. 보건소와 의원이 국민의 건강을 빈틈없이 지켜주면 묘약의 필요성도, 의사 장보기의 필요성도, 큰 병원의 필요성도 최소한도로 줄어든다. 대학병원에서는 꼭 필요한 환자면 치료하면 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친절도 대화도 아닐지 모른다. 정작 필요한 것은 최첨단 기술을 응용한 칼날과 같은 진단, 무서운 치료이다. 최고의 전문의가, 최첨단의 과학이 진가를 발휘하는 단계는 바로 이때인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의학이 활동적인 보건소와 믿을 수 있는 의원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보건정책은 큰 선회가 필요하다. 상담, 보건교육, 예방은 사치품이 아니다. 견제개발과 예산을 맡은 정부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국가 예산을 한없이 잡아먹는 불가사리도 아니다. 오히려 무지막지한 의료비 양등을 가장 확실히 막아주는 예방주사이다. 이를 정화하는 것이야말로 국민 보건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을 만드는 것이요, 국민들은 잘못된 건강추구의 음울한 뒷골목에서
밝고 푸른 건강의 들판으로 불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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