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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의 세시풍속-세시풍속으로 엿보는 문화유산
15-03-29 12:11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음력 11월 중, 양력 12월 22일경으로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 고대인들은 1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을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로 믿어, 축제를 벌이고 태양신에게 제사하였다. 중국 주周 나라에서 당唐 나라까지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동지가 지닌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속신도 생기게 되었다. 동짓달은 막달이라 동짓달을 잡아드니 절기는 벌써 내년이라 동지 팥죽 먹고 나니 나이는 한 살 더 먹어도 임은 날 찾을 줄 왜 모르노. < 경북 안동 민요>동지 팥죽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고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 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祀堂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사당에 올리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고, 집 안 곳곳에 놓는 것은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함이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고자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어느 임금이 난을 만나 피난을 가서 백마의 피를 뿌려 제사하였더니 난리를 무사히 보냈다고 한다. 그 후부터 백마의 피 대신 핏빛 나는 팥죽을 대신 쓴 데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또한, 팥죽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또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축귀 주술행위의 일종이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팥떡·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짓날에도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동지팥죽은 이웃에 돌려가며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한다.

동지 점복占卜 제주도에서는 동지 날씨로 점을 친다. 보통 동지는 추워야 좋다고 하는데 날씨가 따뜻하면 질병이 유행할 징조라고 하며, 동지에 눈이 내리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전라도에서는 팥죽으로 농점을 친다. 이날 동지 팥죽을 쑤어서 조상에게 천신하고 집안의 잡귀를 주술한 뒤에 12개의 접시를 가지런히 놓고 맨 처음 접시는 정월 접시, 두 번째 접시는 2월 접시로 하여 12개의 접시에 달[月]을 정하고 각 접시에 한 국자씩 팥죽을 담아 식은 뒤에 팥죽 모양을 보고 점을 친다. 팥죽이 식어도 그 표면에 아무런 금이 생기지 않은 그릇은 그달에 농작이 순탄하고, 금이 생기면 그달 농작이 나쁜데, 특히 그릇 가에 물기가 있으면 그달에 비가 많이 오고, 물기가 없으면 가물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모심고 가꾸는 4~6월 접시의 물기를 유심히 살핀다. 그런데 강원도 지방에서는 날씨가 따뜻하여 동짓날 팥죽이 쉬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동래 지방에서는 동짓날에 입춘에 하는 보리 뿌리점을 친다. 이 날 보리를 뽑아 그 부리가 세 개 있으면 풍작이고 두 개 있으면 평작이며 한 개 있으면 흉작이라고 한다. 동짓날에 솔개나 매, 까마귀 같은 흉조가 마을 위로 지나가면 다음해에 마을에 불상사가 발생하며 꼭 누군가가 죽는다고 한다.

동지 차례 동지에 차례를 지내는 집안도 있다. 충청남도 공주시 초려 이유태 종가에서는 동지 차례를 지내는데, 절차는 설 차례와 동일하다. 차례를 지내기 전(오전 7시경), 종손과 제관들은 이유태의 신주가 있는 사당에서 고유를 하면서, 동지에 즈음하여 새로운 생명의 운기가 집안에 만끽하길 기원한다. 설 차례와 마찬가지로 분향강신과 재배만 하며, 제물은 팥죽과 주과포 정도로 준비한다. 동지 차례에는 설 차례보다 제관이 많이 참석하지 않는데, 대략 5명 내외에서 참석한다. 차례상은 안채 대청마루에 마련되었으며, 차례는 오전 8시경에 시작한다. 차례상을 진설한 후 감실에 있는 신주를 차례상에 안치한다. 예전에는 고조부터 신주만 차례상에 안치한 후 차례를 모시고, 그다음 증조 신주를 안치하는 순서로 신위별로 각각 차례를 모셨지만 요즈음은 바쁜 사회생활 탓에 4대조를 차례상 한자리에 모셔 놓고 신위마다 제사음식을 진설하고 차례를 지낸다고 한다.

동지 풍속 동짓날 궁 안에 있는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소의 다리를 고아, 여기에 백강白薑·정향丁香·계심桂心·청밀淸蜜 등을 넣어서 약을 만들어 올렸다. 이 약은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동짓날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나라에서는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옥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사(各司)의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하였으며, 이조吏曹에서는 지방 수령들에게 표지가 파란 달력을 선사하였다. 동짓날이 부흥을 뜻하고 이 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 달력을 만들어 가졌던 것이다. 매년 동지 무렵이 되면 제주 목사는 특산물로서 귤을 상감에게 진상하였다. 궁에서는 진상 받은 귤을 대묘大廟에 올린 다음에 여러 신하에게 나누어주었고, 멀리에서 바다를 건너 귤을 가지고 상경한 섬사람에게는 그 공로를 위로하는 사찬賜餐(임금이 음식을 내려줌)이 있었으며, 또 포백布帛(베와 비단) 등을 하사하였다. 멀리에서 왕은王恩에 감화되어 진기한 과일을 가져온 것을 기쁘게 여겨 임시로 과거를 실시해서 사람을 등용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황감제黃柑製라 하였다. 그 밖에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으로 악귀를 쫓고, 뱀 ‘蛇(사)’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동지 시식 동지 무렵이면 평안도와 함경도 지방에서는 영하의 추운 날에도 냉면을 먹는 것을 별미로 알았다. 냉면은 메밀로 국수를 하고 김칫국물에 무김치·돼지고기·배·삶은 계란 등을 넣어 차게 하여 먹었다. 또한, 옛날에는 청어를 천신薦新하는 일도 있었다. 궁중에서는 임금님이 내신內臣과 공신功臣에게 특별히 내리던 음식으로 우유와 우유죽이 있었다. 우유는 보통 서양문물이 들어온 이후의 식품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수백 년 전부터 이를 식품으로 사용하였으니, 일반적으로 모두 마시지는 않았으나 조정이나 특권계급에서는 보양제로서 이를 귀히 여기고 보통 타락駝酪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자료제공 _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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