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재래흑돼지, 흑돈, 지례돈(智禮豚), 강화돈(江華豚), 사천돈(泗川豚), 정읍돈(井邑豚), 제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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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재래 흑돼지(濟州 在来 黑豚, Jeju Black Pig, Native Swine)
우리나라 돼지는 고구려 시대에 만주에서 들여와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로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주돼지는 대, 중, 소형의 품종이 있는데, 이중 운반하기 쉬운 소형종이 제주도에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 재래흑돼지는 오랜 동안 제주의 기후와 풍토에 알맞게 적응되어온 검은 털을 지닌 돼지를 말한다. 체구는 작지만 체질이 강하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새끼의 수가 적고 성장 속도가 느린 반면 육질이 좋다. 재래종 흑돼지는 지방에 따라 지례돈(智禮豚), 강화돈(江華豚), 사천돈(泗川豚), 정읍돈(井邑豚), 제주돈 등이 있다.
삼국시대 불교의 영향으로 사육이 다소 침체되었으나, 고려말기 충숙왕(1325년)의 가축 생산 장려 이후 재래돼지의 사육이 장려되어 번성해왔으나, 1940 년대 외국종의 유입으로 재래돼지의 사육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조선시대 대동여지도에는 말, 소, 돼지를 키우는 장소가 제주시 일원에 표기되고 있어, 흑돼지가 국가의 관리 하에 사육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40년대는 번식이 잘되며 고기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버크셔종 등 외국 개량종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고, 재래종과 개량종들과의 교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1970년대 새끼를 많이 낳고 고기량이 많은 랜드레이스, 듀록, 요크셔 등이 도입되자 점차 순수한 재래돼지의 수가 급감하고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에 1986년 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는 돼지의 형태와 유전적 조사를 통해 재래돼지의 복원을 위해 멸종해가는 순수 혈통 흑돼지 암놈 4마리와 수놈 1마리(돼지 이름 ‘김문’으로 명명)를 복원하여 사육 분양에 들어갔다. 따라서 지금의 흑돼지는 ‘김문’의 후손인 셈이다. 최근 흑돼지의 맛이 인기를 끌면서 그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육지부의 식당에서 제주산 재래 돼지라고 판매하는 상당수 상호들이 가짜가 많아 제주도 축산 당국은 지리적 원산지 표시제와 품질인증제(FCG, fresh clean green)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2003년 이래 해마다 5월이면, 제주양돈축산업협동조합의 주관으로 ‘제주도세기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행사 내용은 ⓛ 볼거리: 테마농장, 돼지달리기, 노래자랑 ② 즐길거리: 도세기 월드컵, 도감대회, 사생대회 ③ 먹거리: 돼지고기 시식회, 전통 순대 ④ 살거리: 도내 기업장터, 돼지고기 등이다.
조선 제6대 임금 단종 즉위년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황보인·남지 등이 육즙을 진어하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신하들은 영양이나 발육상태가 좋지 못했던 어린 왕을 걱정하여 중국으로 의원을 파견하는 회의까지 했다고 한다. “졸곡(卒哭) 전에 만일 병이 있으면 육즙(肉汁)을 진상하는 것은 세종의 유고(遺敎)입니다. 이제 성상께서 춘추가 아직 어리시고 혈기가 충실치 못하시며 구역질하는 증세가 있으시니, 놀랍고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청컨대 육즙을 조금 진어하소서.”라며 단종에게 육즙을 권하였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진상품관련근거 저(猪), 생저(生猪), 납저(臘猪), 산저(山猪), 토저(兎猪), 산저(山猪), 왜저[倭楮], 저담(猪膽), 저지(猪脂)는 강원도(감영, 이천, 춘천) 경기도(가평, 삭녕, 양근, 양주, 여주, 연천, 영평, 장단, 지평) 경상도(거제현, 경주, 경주부, 고성현, 상주, 예천, 울산군, 의성, 함양) 전라도(고산, 구례, 무주, 순창, 운봉, 임실, 장성, 장수) 충청도(감영, 공주, 문의, 보은, 야천, 연풍, 영동, 영춘, 옥천, 제천, 청주, 충원, 황간) 함경도(감영, 길주, 단천, 북청, 안변, 영흥) 황해도(감영, 곡산, 문화, 서흥, 수안, 신계, 신천, 안악, 연안, 은율, 長淵, 長連, 재령, 토산, 평산)에서 대전, 왕대비전, 혜경궁, 중궁전, 세자궁에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춘관통고, 공선정례에 기록되어있고 제주흑돼지는 청와대에도 공급한 기록이있다.
제주의 독특한 흑돼지 문화
돗통시 문화
제주 흑돼지의 생활공간인 돗통은 인분과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 퇴비의 생산, 그리고 뱀으로부터의 방어 등 생태순환의 장치 역할을 한다. 인분과 폐기물의 처리로 지하수를 지켜왔으며, 퇴비는 인산이 풍부하여 제주와 같이 인산이 부족한 농지의 지력 상승에 효과적이다. 채식 중심의 식생활에서 나온 인분에는 섬유소와 유산균이 많아 돼지의 질병 면역력을 높여주고 영양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다.
인분을 돼지의 먹이로 하는 사육 방식은 적도 지역인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중국 동쪽지방 유구성 지역 그리고 국내 회령, 양구, 통영, 거창, 광양 등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돗통은 부엌(정지)에서 멀리 떨어진 집 옆에 우리를 돌담으로 둘러 터를 잡은 ‘돗통’(또는 ‘돗통시’)에다 돼지를 한 마리씩 사육하였다. 돼지가 기거하는 돼지막과 마당, 대소변을 보는 공간으로 되어있다. 독사나 독충에 강한 돼지를 아래층에 키우고 위층은 주거나 뒷간으로 구성하는 생활양식에서 비롯된 공간이다. 제주에서 돼지는 돗, 뒈아지, 도야지, 도새기 등으로 불렸고, 돗통(시)는 돼지우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돗통시 문화’는 관광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관광객들에게 부끄럽고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비춰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행정 당국에서는 재래식 변소 추방 운동을 제주 새마을 운동의 핵심 사업으로 전개하였고, 70년대 들어 돗통은 대대적으로 개량 변소로 개조되어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돼지고기는 제주의 큰일(혼례, 상례)에 빠질 수 없는 음식재료이며, 추렴(出斂)을 통해 이웃, 친척, 마을 간 공동체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큰일(또는 먹을 일)은 음식을 공유하는 공동체 성격이 강하였으며, 이를 통해 제주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돼지고기 요리가 제주에서 발달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육지에서 고기라고 하면 쇠고기를 가리키나 제주에서는 돼지고기를 가리킨다. 제주 의례식은 돼지에서 시작해서 돼지로 끝난다고 할 정도이다. 족, 내장 등등 돼지의 모든 부분을 사용한다. 돼지고기는 삶음, 국은 해조와 나물을 함께 조리하는 수가 많고 제주 행사 요리의 주가 되고 있다. 포제와 같은 마을제는 희생(犧牲)이라 하여 털과 내장을 제거하여 요리하지 않은 것 한 마리 전체를 제단에 바친다. 유교식 제례뿐만 아니라 무속 제의에도 돼지고기가 중요시 되었다.
특히 돼지는 다산과 생산의 주술적 의미로서 중히 취급되었다. 토산 일렛당의 경우, 여신이 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을 빨아먹고 일곱 쌍둥이를 낳았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통째로 먹는 세화리당 장수신인 금상님이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고 금백조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장수의 거구를 지탱하기에 채식으로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마을의 결혼식을 앞두고 돼지머리를 ‘이버디’(이바지)로 받는 것을 허락받아서 돼지고기를 대접하면, 잔칫날 하객들이 배탈 설사를 막아준다고 한다. ‘서낭풀이굿’에서는 자릿도새기(이유한 어린 돼지)를 상에 올리지는 않고 데려다가 굿을 한다. 도채비들은 돼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귀신 붙은 것을 떼어내기 위해서 사용한다.
제의가 끝날 즈음에 돼지를 잡아서 간과 머리는 짚으로 엮어 만든 배에 실어서 바다에 띄워 보내고 몸통은 삶아서 음복한다. 김녕의 괴네깃당의 본풀이에는 “우리는 밥도 장군 떡도 장군 괴기(고기)도 장군 술도 장군. 이영(이렇게) 먹고 산다”라고 노래한다. 이 궤네기당에서는 ‘돗제’라 하여 1년에 한 번씩 모든 집에서 돼지 한 마리씩 잡아서 제물로 올렸다. 돗제가 끝나면 돼지고기로 죽을 쑤어 굿을 보러온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다.
여기서 큰 제의에 쓰이는 돼지고기는 날 것이라는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가 요리의 삼각형 모델(culinary triangle)에서 지적했듯이, 불에 덜 가한 것일수록 자연에 더 가깝고 원초적이며 순수한 것이므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날 것이 정당한 것이라는 점과 일치함을 엿볼 수 있다.
전통음식으로 돼지구이, 돔베고기, 고기국수, 몸국, 순대 등이 현재에도 여전히 인기가 좋은 음식이다. 돔베고기는 제주재래흑돼지 수육을 도마 위에 얹어서 나오는데 느끼한 맛이 없고 구수한 맛이 일품으로 멸치젓과 궁합이 맞다.
고기국수는 흑돼지를 고아낸 육수에 수육을 올려 만든 국수로 잔치나 경조사 때 손님에게 대접하거나 해장을 위해 찾는 음식이다. 해초의 일종인 몸(모자반)을 돼지고기 육수에 넣고 끓인 국으로 잔치나 경조사 전용 음식이었으며, 최근에는 전문식당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 순대(수애)는 채소나 당면 대신 보리, 메밀가루, 선지 등을 넣어 만들어 혈관 질환에 효과가 뛰어나 최근 건강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제주재래흑돼지의 고기 맛은 간직한 채 성장과 번식력을 높인 국산 흑돼지 ‘난축맛돈’이 개발되어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난지축산시험장에서 개발한 맛좋은 흑돈이다.
난지축산시험장에서 계통을 만든 기존의 품종 '한라랜드'는 번식력이 뛰어나며 성장이 빠른 장점이 있고, 제주재래돼지는 일반 돼지에 비해 육질이 뛰어나고 맛은 좋으나 성장이 늦으며 번식력이 떨어져 경제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난축맛돈'은 이 같은 단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분자유전·육종학 기법을 활용, 육질형질과 검은 털색 유전자를 고정해서 만든 국내 최초의 흑돼지 품종이라 할 수 있다. 생김새는 제주재래돼지처럼 털빛이 검다.
고구려 시대 만주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 돗통, 돗추렴, 수애(순대), 돔베고기, 돼지고기 적갈, 고기국수 등 제주에서만 발견되는 문화로 발전. 현대에 이르러 재래돼지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여 ‘난축맛돈’이 개발되면서 명품화가 시도되고 있다.
2013년 농촌진흥청은 재래돼지의 유전 정보를 활용하여 그들의 우수한 육질과 외래종의 육량을 겸비한 흑색의 난축맛돈을 개발하였으며, 제주산 흑돼지 및 가공품의 이력추적제(Traceability)를 적용하여 가장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주 흑돈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이력 관리를 위하여 흑돼지가 공급되는 업체를 엄선하여 도지사 인증마크 제공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재래돼지의 일종으로 제주도 지역에만 서식한다. 전국에 분포하는 재래돼지는 고구려 시대에 중국 북부지역에서 사육되던 돼지들 중 몸집이 작은 재래종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까지 전해져서 토착종으로 자라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재래돼지와 마찬가지로 몸 전체가 빛이 나는 검은 색의 털로 덮여있으며 얼굴이 좁고 주둥이가 길다. 귀는 작으며 접혀있지 않고 위로 솟아 있다. 다른 외국종에 비해 몸집이 작고 배 부분이 좁다. 가슴은 상대적으로 넓고, 엉덩이가 작고 살집이 없는 편이다. 다리는 짧고 균형이 잡혀있다.
눈은 초롱초롱하고 동작이 빠르며 사람을 잘 알아본다는 점에서 행동이 둔한 요즘 비만형 개량종 돼지와는 구분이 된다. 사람의 인기척이 나면 바로 집에서 뛰어 나오고 인분도 먹어야 될 것과 말아야 될 것을 잘 구분해내며 성격도 비교적 온순한 편이다. 일부 돼지는 우리 밖으로 잘 넘어와서 허리를 밧줄로 묶어두거나 철사 줄로 코걸이를 하여 성질을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털색은 까만색이며 모발은 굵고 긴 거친 조강모이고 아주 밀생되어 있다. 얼굴의 입과 코는 가늘고 길며 코끝은 좁고 귀는 짧고 기립해 있으며 안면과 콧등에 종(從)으로 주름져있다. 주름진 복부는 늘어져 있고 등허리는 쳐져있다.
체위는 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암컷의 경우 체고가 71.5㎝, 체장 86.8㎝, 배고 73㎝, 고고 77.7㎝, 흉위 128㎝, 흉심 45㎝, 두장 23.4㎝, 두폭 14.8㎝, 두위 89㎝, 전관위 18.6㎝, 이장 16.6㎝, 이위 20㎝이다.
수컷은 체고가 70㎝, 체장 93㎝, 배고 70㎝, 고고 74㎝, 흉위 125.5㎝, 흉심 43㎝, 두장 25.5㎝, 두폭 15㎝, 두위 87㎝, 전관위 19㎝, 이장 18.5㎝, 이위 28㎝ 등으로 이위와 체장이 암컷보다 수컷이 더 크고 반면 고고는 3.7㎝ 정도 더 크다. 체중은 보통 6개월 령의 경우 약 57㎏ 정도로 일반 돼지의 65% 정도 수준이다. 등지방 두께는 3~4㎝으로 두꺼운 편이나 육질이 좋다.
제주 토종 흑돼지는 도입종 돼지에 비하여 번식 능력과 발육 능력이 다소 낮다. 번식을 위한 발정은 7~8개월 정도이고 밀집된 현대식 우리에서 사육하는 것보다 재래식 방사형 우리 사육 형태가 더 빨리 나타난다. 암컷(젖꼭지 수 10~12개)의 번식능력은 5~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외국의 개량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느려서, 3주 정도 후에 3.5kg, 100일 정도 후에는 25kg 정도가 된다. 새끼를 분만하며, 생시체중은 1㎏, 포유기간 40일, 이유시 체중 6.2㎏, 임신기간 111~113일, 번식간격 128일 등이다. 특히 재래종은 개량 돼지에 비하여 3마리 정도 적게 분만하며, 비육 기간도 배 이상 길다. 그러나 모성애가 아주 강하며 포유 기간이 개량 돼지는 24일인데 반하여 재래종은 40일로 매우 길다.
재래 돼지의 발육은 21령 체중 4.1㎏, 187일령 73.8㎏으로 일반 돼지에 비해 65~70% 수준이다. 일당 체중 증가량은 0.15~0.4㎏ 정도로 일반 돼지의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제주 풍토에 잘 적응하여 왔기 때문에 체질이 강건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어치운다.
돗통은 정지와 반대쪽 또는 안거리 정지와 멀리 떨어진 밖거리 집 옆에 즉, 마당에서 직접 보이지 않는 공간에 위치한다. 돗통은 대소변을 보는 공간 시설인 변소(1/2평 내외), 돼지가 기거하는 집인 돼지막(약 1평), 그리고 돼지가 활동하는 마당(3~5평) 등으로 구성된다.
돗통은 돼지의 라이프 동선을 고려하여 서로 유기적인 공간 배치를 이루고 있다. 용변을 보는 변소는 이층 구조를 이루어 위층은 웅크리고 앉아서 배변을 볼 수 있도록 장방형 변기와 같은 시설을 갖춘 공간 ‘디딜팡’이고, 아래층은 돼지가 인분을 받아먹는 곳이다.
변소의 위층은 반개방형으로 지붕이 없으나 입구를 제외한 삼방은 앉은 키 만큼 돌담으로 둘려 있다. 폐쇄식 변소와는 달리 돼지가 인분을 먹어 치우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고 구더기가 없다.
돼지막은 돌로 담을 두르고 ‘새’(띠)로 노람지식 지붕을 이은 집으로 돼지가 잠자고 쉬는 공간이다. 그리고 돼지가 활동하는 장소인 돼지통은 지하 2m 내외의 깊이로 파서 만든 원형 공간이며, 거기에 먹이통인 돌 돗도고리가 한 쪽에 놓여있고 다른 한 쪽에는 돼지가 스스로 특정 장소를 정해서 배변을 본다.
돼지통에는 소들이 먹다 남은 ‘쇠촐’(소의 꼴)과 분변으로 채워 넣는데, 보통겨울철 쇠막에 마소를 메어두는데 3~4번 정도 쇠거름을 낸다. 이 쇠거름은 돗통에서 돼지의 분변과 함께 다음 보리 파종기까지 오랜 기간 발효 과정을 거치면 ‘돗거름’으로 변한다.
돗통시는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고 먹거리를 제공하여 지속가능한 자연순환형 사회를 형성하는 터전이다. 돗통에서 돼지는 인간 배설물의 처리(인분), 식생활의 각종 폐기물 처리(설거지 물, 보리쌀 씻은 물) 그리고 퇴비(‘돗걸름’)의 생산(쇠똥, 소꼴의 찌거기 등 쇠거름의 발효) 등에 관여하고, 결국에는 자신은 비육되어 의례 및 추렴의 음식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돗통시의 이러한 기능은 투입 및 산출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특히 자원의 재순환(리사이클링) 즉, 다기능 복합적 생활 기술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주도는 지질 특성상 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어 인분과 생활 쓰레기들을 잘 처리하지 않으면 이들에서 나오는 침출수에 의해 지하수 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
돼지가 인분과 음식 폐기물을 먹어 치우고 쇠막에서 나오는 축산 폐기물을 돗통에서 발효시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함으로써 제주도의 지하수를 지켜왔던 것이다. 만약 오래 전에 제주도에 돗통시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깨끗한 제주 삼다수는 기대할 수 없다.
요즘 제주시에서 하루에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만 해도 5톤 트럭으로 20대가 넘는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이나 소각 처리시 악취 발생, 침출수 과다 발생 그리고 소각 처리 효율의 저하 등 때문에 골칫거리이다. 새마을운동으로 ‘돗통시’를 냄새나고 부끄러운 것으로 비춰지면서 추방 사업을 전개하면서 이제는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크게 우리에게 다고오고 있음을 볼 때, 우리 선인들의 돗통시 문화에 대한 지혜가 부럽기만 하다.
돼지가 먹는 장소에 따라 주인이 돗도고리에다 마련해주는 ‘것’, 돗통에다 던져주는 폐기물, 그리고 뒷간에서 식구들이 배설한 인분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도새기것은 구정물에 곡물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긴 겨와 가루(보릿겨, 조채, 밧벼겨, 쭉정이 등등)를 혼합한 개역과도 같은 것이었다.
구정물은 보리쌀을 씻어낸 물과 설거지하거나 다 남은 찌꺼기가 담긴 물로 돗것항에다 한데 모아둔다. 여기에 음식물을 다듬거나 먹고 남은 폐기물도 모두 합쳐둔다. 결국 부엌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구정물 통이다. 이렇게 구정물에다 곡물 부산물을 타서 돼지에게 먹이는 것을 ‘도새기 것 준다’라고 한다.
그 외에도 1900년대 초 제주도에 고구마 전분 공장이 생기면서 ‘전분주시’(전분박)를 돼지 먹이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도새기 것 주는 것은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끼이다. 한편 때에 따라서 돗통에다 던져주는 것은 고구마 줄기, 구감(씨고구마에 싹을 길러 줄기심기를 끝낸 후의 고구마), 콩깍지, 바람 든 무나 배추 겉잎이 있었다. 이렇듯 돼지는 식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깨끗하게 처리해 주는 매개체였다.
보통 아침에 배변을 보게 되므로 돼지의 일과는 인분을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하겠다. 당시 성인 인분의 중량은 약 300g내외였으므로 5인 가족의 경우 하루 배변 총량은 1.5㎏이 훨씬 넘는다. 요즘 현대인들에 비해 1인 기준으로 100g 정도 더 많았다. 이는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과 채소 등 채식중심의 식생활을 영위했었기 때문이다.
돼지는 사람이 인분을 배출하는 순간 공중에서 바로 받아먹었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놀라는 경우가 많아 디딜팡 옆에는 돼지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막대기를 하나씩 준비해두곤 하였다. 인분은 수분을 제외한 고형분의 2/3는 미생물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종류는 무려 500여 종이고 수는 1g당 10조 마리를 헤아린다.
그런데 이 세균들 중 일부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바로 사멸하는 균들이 많다. 돼지는 배출과 함께 순식간에 먹어치우기 때문에 인분에 들어있는 생균을 온전히 먹게 되는 셈이다. 이들 균에는 인간에 해로운 균도 있지만, 당시 제주인들은 채식 중심의 식생활을 했기 때문에 유익균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돼지는 본능적으로 인분을 아무거나 먹지 않고 선별적으로 택했다. 간혹 설사변이 있을 경우는 받아먹지 않고 곧바로 돼지막으로 돌아가 버리고 냄새 좋고 맛있는 변만 받아먹었다. 건강인의 변에 들어있는 미생물은 대장의 건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인간의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넘어온 식품 섬유소를 장세균들이 분해하여 자신의 영양분으로 삼아 부패성 또는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숙주인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여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장질환을 예방하는데 일등공신으로 공생관계를 유지시킨다. 한편 인분이 돼지에게 이로운 점은 다양하다.
첫째, 살아있는 유산균을 비롯한 각종 생균을 먹기 때문에 돼지의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강해진다. 둘째, 인분에는 미생물에 의해서 생합성된 각종 비타민이 존재하기 때문에 돼지의 비타민 영양 공급에 중요하다. 셋째, 인분의 생균은 돼지의 장내용물이 부패되는 것을 막아 암모니아와 같은 악취의 생성을 줄여준다. 이렇듯 돼지는 인분을 먹어치움으로써 돼지의 영양과 건강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돗통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냄새를 제거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제주 흑돼지는 고기의 색이 선명하고 마블링 정도가 개량종에 비하여 높으며,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흑돼지와 일반 돼지고기 삼겹살을 비교해 육질 관능평가를 한 결과 흑돼지의 육질이 우수한 것으로 판정되었다.(‘11, 농촌진흥청)
흑돼지는 지방이 단단하고 백색이며 고기 맛이 쫄깃하고 부드러워 우리나라 사람의 기호에 잘 맞는다. 제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제주 전통음식의 선호도 조사 결과 흑돼지 고기가 1위로 선정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11.11.3, 제주일보)
흑돼지 고기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반면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건강기능성 면에서도 우수하여 제주재래돼지로 만든 전통음식인 돼지구이, 돔베고기, 고기국수, 몸국, 순대 등이 현재에도 여전히 인기가 좋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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